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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스님] 정목스님의 낭독 l 오디오북 l 참회하오니

Buddhastudy 2021. 5. 25. 19:09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은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고요

그렇다고 매 순간 나쁜 마음을 24시간 계속 지나고 사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는 좋은 생각 했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좀 못되고 나쁜 생각 했다가

오락가락할 때 있죠.

그래서 우리는 선업과 악업이 뒤섞여 있는 그런 삶을 사는 중생의 세계입니다.

 

참회한다는 것,

참회는 곧 빈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셔도 되겠습니다.

 

옛날 어느 선사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다하는 이야기를 듣고

대학의 한 교수가 큰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학자가 스님께 말하길

스님께서 많이 아시고 깨달으셨다고 하는데 저에게도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좋게 말해서 청인 것이지, 당신이 깨달은 게 무엇인지 나에게도 보여달라,

한편으론 교만심이 담겨 있기도 한 것이지요.

 

큰스님은 아무 말 없이 물을 끓인 다음

찻잔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찻잔에 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따르는 큰 스님을 보며 학자가 말하길

아니 스님 물이 넘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 따르셔야지요

 

그러자 큰 스님께서는

찻잔에 물이 차면 그만 따라야 하는가?”

그대의 머릿속에 수많은 지식을 이미 가득 채워서 왔다면

내가 그 어떤 말을 한다 한들 그 말이 그대의 마음속에 들어가겠는가?“

 

이처럼 우리가 마음 그릇이 가득 차 있는데

거기에 선업을 더 달라, 행복하게 해 달라, 복을 달라,

아무리 무엇을 채우고자 한들

나쁜 업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릇이 비워지지 않는다면

빈 그릇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선업도 그 어떤 진리의 말씀도 하나도 담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참회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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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하오니

<니까야 독송집>

지은이/ 범일스님, 출판/ 김영사

 

 

참회하오니

젊음이 다하면 늙고

건강이 다하면 병들고

목숨이 다하면 죽기 마련

 

젊었거나 늙었거나

건강하거나 병들었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사람이면 누구나

태어나면 죽기 마련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서

자유로운 자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가진 것 아무리 많아도

모두 두고 빈 주머니로 떠나야 하며

사랑하는 이들 아무리 많아도

모두 두고 홀로 떠나야 하며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두고 빈손으로 떠나야 합니다.

마치 한낮의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이

 

사람이 죽을 때 따르는 것은

한평생

몸으로 지은 좋은 행위나 나쁜 행위

입으로 지은 좋은 말이나 나쁜 말

마음으로 지은 좋은 생각이나 나쁜 생각

 

좋은 행위··생각은

선법이라 선업을 짓게 되고

나쁜 행위··생각은

악업이라 악업을 짓게 되니

 

스스로 자신의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은

선업과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자

 

선업이 많으면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

좋은 곳에 태어나고

 

악업이 많으면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워

나쁜 곳에 태어납니다.

 

어리석고 게을러

선업은 티끌처럼 작고

악업은 태산처럼 크니

이러한 상태로 내생을 맞이할 수는 없습니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윤회의 고리 속에서

무수한 과거 생으로부터 이생까지

어리석게도

참으로 어리석게도

 

몸으로 지은 나쁜 행위로

입으로 지은 나쁜 말과

마음으로 지은 나쁜 생각들

이 모든 나의 악업으로 말미암아

고통과 괴로움과 슬픔을 겪고

상처를 받고 해를 입은

 

자식, 형제자매, 부모님, 일가친지, 스승님

그리고 친구와 동료, 모든 지인들과 존재들에게

머리 숙여 두 손 모아

진심으로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또한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윤회의 고리 속에서

무수한 과거 생으로부터 이생까지

나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고

고통과 괴로움과 슬픔을 겪게 한

모든 이들을

머리 숙여 두 손 모아

진심으로

용서하고

용서합니다.

 

이후로는 또다시 참회할 일 없도록

악업을 멀리 여의고 선업을 중장하며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의지하고 귀의하여

향상向上의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범일스님의 <니까야 독송집>

출판사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