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100초)·오디오북

꽃들에게 희망을 (동화 원작, 애니메이션, 2011)

Buddhastudy 2021. 11. 12. 18:58

 

 

아주 옛날,

 

작은 호랑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나뭇잎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던

호랑 애벌레는 먹는 일을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을 발견했습니다.

애벌레들은 서로 꼭대기에 오르려고 기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내가 찾으려는 것이 어쩌면 저곳에 있을지도 몰라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밟고 올라가려는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저 위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올라갈 가치는 없어

두 애벌레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기둥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서로 껴안는 것조차 지겨워졌습니다.

 

 

호랑 애벌레는 또다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게 삶의 전부는 아닐거야.

무언가가 더 있는 게 분명해

 

호랑 애벌레가 떠나고 나자

노랑 애벌레는 무척 쓸쓸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곤경에 빠지신 거 같은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나비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단다.”

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호랑 애벌레는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라갔습니다.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데도

밑바닥에서 볼 때만 대단해 보였던 것입니다.

저기 좀 봐, 기둥이 또 있어.

그리고 저기도...

사방이 기둥이야!”

 

그때

눈부신 노랑 날개를 가진 생명체 하나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기둥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멋진 나비와 눈길이 마주쳤을 때

호랑 애벌레는 그 눈에 담긴 사랑을 보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호랑 애벌레는 변하고 싶었습니다.

 

기둥을 내려오자

찢어진 자루 두 개가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에 이르렀습니다.

 

노랑나비는 그중 하나에다가

머리와 꼬리를 차례로 집어넣는 시늉을 되풀이했습니다.

 

호랑 애벌레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

아니,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