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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실시간 8분 여행│수성과 금성 이야기

Buddhastudy 2021. 12. 10. 19:13

 

 

 

태양은 오늘도 우주를 향해 빛을 쏘아 보냅니다.

매초마다 7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시키면서

지난 수십억년 동안 해온 일일니다.

그중 한 줄기 빛은 지구를 향해 날아갑니다.

 

, 오늘은 지구로 향하는 이 빛을 실시간으로 한번 따라가 볼까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것처럼

우리도 빛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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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상태에서 날고 있는 이 빛의 속도는

초속 30km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영광스러운 이름인 빛의 속도이죠.

 

초속 30km에도 불구하고

이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는 이 영상이 끝날 무렵인 8분 정도가 걸립니다.

 

8분 동안 빛이 만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완전히 텅 빈 공간을 외로이 날아갈 겁니다.

 

그러나 이 영상에서는 빛의 여행길에 수성과 금성의 공전궤도를 가져다 놓고

두 행성을 스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무료하지 않도록

두 행성에 대한 이야기도 안내방송 삼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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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과 금성은 지구에서 육안으로 쉽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에는 볼 수 없습니다.

두 행성은 태양 쪽에 위치한 내행성이기에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밤이 되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성과 금성은 해가 뜰 무렵이나 해가 질 무렵에만 등장합니다.

가까워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또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내행성입니다.

 

앞으로 한 130초면 수성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수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는 신들의 심부름을 하는 전령신입니다.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수확의 여신의 딸을 납치하자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지하세계로 보내 딸을 데려오게 합니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인간 프시케와 결혼하려 할 때

프시케를 신들의 궁전으로 안내한 것도 헤르메스입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인들은 산자와 죽은자의 염력을 왔다갔다하는

헤르메스의 특성이 밤과 낮 사이, 지평선 근처에서만 나타나는 수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수성은 태양이 떠오를 것을 알리거나

땅거미가 지려는 것을 알려주는 전령신인 것입니다.

 

헤르메스는 로마의 신화에서 메르쿠리우스가 되었고

메르쿠리우스는 영어로 수성을 뜻하는 머큐리가 되었습니다.

 

날쌔게 나는 헤르메스처럼 수성은 공전 주기가 빠릅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태양의 인력을 가장 많이 갖기에

수성의 공전속도는 평균 초속 48km나 됩니다.

이는 지구 시간으로 석달 안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속도입니다.

 

빠른 공전에 비해 수성의 자전은 아주 느립니다.

수성을 빨리 달리게 만든 태양의 인력이 자전 속도에는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성에서는 해가 중천까지 떠오르는데 반 년이 걸립니다.

땅거미는 연말에나 가서야 내려앉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밤이 시작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동이 틉니다.

수성에서는 1년이 서둘러 지나가고 하루는 더디게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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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수성이 빛의 속도로 지나갔네요.

너무 빨라서 보지 못했지만 수성에는 달처럼 대기가 없습니다.

태양열을 확산시키고 잡아줄 대기가 없기 때문에

수성의 낮은 금속이 녹을 정도로 뜨겁습니다.

반면 길고 긴 밤은 영하 수백 35아래로 떨어집니다.

 

태양계에는 수성보다 더 뜨겁거나 더 차가운 행성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수성처럼 극과 극의 온도가 공존하는 행성은 없습니다.

 

매리너 10호와 매신저 호가 보내온 수성사진을 보면

오랜 세월 폭발과 충돌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경사면과 단층선이 얽혀있는 모습을 통해

수성 전체가 원래 좀 더 큰 크기였다가

지금의 크기로 줄어들었는 점 더 추측할 수 있습니다.

 

수성의 내부가 수축하자

수성 전역의 지각이 갑자기 작아진 세계에 맞도록 다시 조정된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헤르메스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은밀한 요술을 부린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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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을 지난 태양빛은 이제 다음 정차역인 금성을 향해 달려갑니다.

태양에서 수성까지가 3분 정도 걸렸고

수성에서 금성까지는 다시 3분이 걸릴 겁니다.

 

지구에서 보는 금성은 해와 달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 천체입니다.

눈부신 광채를 띤 금성은

반 고호의 그림에도 여러번 등장합니다.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와의 전쟁에 임하기 전에

금성의 광채를 승리의 신호로 여겼습니다.

 

금성의 광채와 신비로움은 고대인들에게도 찬양의 대상이었습니다.

수메르인들은 금성을 하늘을 수호하는 여인이라는 뜻의 닌시아나라 불렀고

페르시아인들은 다산의 여신인 아나히타로 불렀습니다.

 

바빌로니아인들에게 금성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였습니다.

이슈타르는 그리스의 신화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 바뀌었고

로마 신화에서는 베누스, 즉 비너스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금성이 여러 문화권에서 여성성으로 불린 이유는

금성의 공전 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금성의 실제 공전 주기는 224일이지만

지구의 궤도 운동 덕분에 지구에서 바라본 금성은 평균 260일 동안 새벽별, 혹은 저녁별로 떠오릅니다.

260일은 우연히도 여성의 임신기간과 맞아떨어집니다.

 

망원경으로 금성을 관측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금성인에 대한 상상이 널리 퍼졌습니다.

1761년 러시아의 천문학자 미하일 로모노소포가 금성의 대기를 발견했고

이후 그 대기가 온통 구름 덩어리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사람들은 금성에 생명이 있으리라 상상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죠.

금성이 온통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대.

그래? 그 구름은 무엇으로 형성되어 있을까?”

그야 당연히 물이겠지.”

그렇취, 그럼 금성의 지표면에도 물이 많겠네.“

지표면이 온통 물이 많은 늪이라면...“

생명체도 살고 있겠지.“

 

이런 3단논법 덕분에 금성인은 여러 SF소설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SF속 금성인의 모습은 고대의 여성성과 결합하여 대부분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하지만 금성에는 아름다운 여인도 물도 없습니다.

한때는 지구와 같은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바짝 말라 구워지고 있습니다.

 

태양의 뜨거운 열은 금성의 물을 모두 증발시켰으며

화산에서 분출된 이산화 탄소 기초가 금성을 거대한 온실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온실 효과로 인해 금성 전역은 500도에 달하는 불지옥으로 변했습니다.

 

 

, 역시 빛의 속도로 금성이 지나가 버렸네요.

1970~1984년 사이 러시아의 탐사선들이 금성에 두꺼운 구름층을 뚫고 지표면에 착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도 못 되어 모두 녹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지구와 비슷한 크기를 가졌으며

오래전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을지도 모를 이 쌍둥이 행성이

불지옥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금성은 쌍둥이 자매인 우리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너무 빨리 지나가서 보지 못했지만

금성에 자전방향은 특이합니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자전방향이 반대인 행성입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에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해서 만든 결과라고 추측됩니다.

그래서 금성에서는 해가 동쪽이 아닌 서쪽에서 뜹니다.

금성에서 만큼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이라는 속담이 통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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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태양빛은 오늘의 마지막 여성인 지구를 향해 날아갑니다.

물론 지구를 지난 뒤에도 태양계 행성 모두를 비추기 위해 더 먼 여행을 떠날 겁니다.

 

수성에서부터 화성, 태양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에 비해

목성부터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태양빛이 화성까지 도달하는 데는 12분이 걸리지 않지만

목성까지는 43분이나 걸립니다.

그리고 태양계 가장 바깥에 있는 혜왕성까지는 무려 4시간 넘게 걸립니다.

정말 태양계만 해도 어마어마한 크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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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거의 끝나갑니다.

우리의 빛은 달을 지나고 1초 만에 지구에 도착할 것입니다.

 

밝은 달을 바라보는 지구는 때론 미쳐 돌아가기도 합니다.

보름달이 하얗게 뜨면 개는 짖어대고 코요테는 울부짖습니다.

 

인간세계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더 많은 미치광이들이 날뛰었습니다.

이 모든 게 달이 아닌 달에 반사된 태양빛에 의해 일어난 일들입니다.

 

, 그리고 지구

, 8분 전에 출발한 빛이 드디어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생명이 피어나고 사람들은 이 빛에 반사된 세상을 봅니다.

 

지구에 대해 할 이야기는 너무나 많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빛의 여행과 끝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