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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미래의 인류는 어떻게 진화할까?

Buddhastudy 2022. 6. 9. 19:40

 

 

 

2017년의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화성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SF 영화입니다.

 

화성 기지에서 태어난 가드너 엘리엇은

태어날 때 엄마를 잃고 과학자들 손에 자랐습니다.

가드너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에

꿈에 그리던 지구 방문 기회는 그가 16살이 되어서야 찾아옵니다.

 

그런데 가드너가 지구의 가려면 신체를 좀 보강해야 합니다.

가드너는 지구 중력의 반도 안되는 화성 중력에 적응하면서 성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지구인에 비해 근육이 약하고 골밀도가 떨어집니다.

 

가드너는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고

탄소나노튜브로 뼈를 보강하면서 지구 방문 준비를 합니다.

 

몇 개월 뒤 마침내 가드너가 엄마의 행성에 도착합니다.

파란 하늘, 드넓은 바다, 총천연색 자연

그리고 수많은 지구인들

이 행성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합니다.

 

가드너는 화상 채팅으로 사귄 여친도 만납니다 .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가드너의 몸은 끝내 지구 중력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심장이 비대해집니다 .

 

지구인에게는 완벽한 자연 환경이

화성 소년에게는 독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가드너가 목숨을 건지는 방법은 하루 빨리 지구를 탈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한 소년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성장 영화에 가깝지만

그래도 지구 밖에서 태어난 인류를 한번 상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면서

지구보다 우주에 더 적합한 몸을 가진 인간

과연 이러한 인간은 SF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우주 시대를 맞으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일일까요?

 

만약 지구 밖에서 태어난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번성하게 된다면

그들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까요?

그리고 얼마나 다른 사고를 하고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까요?

 

 

, 오늘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겠지만

우주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인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 미래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가까운 미래부터 예측해볼까요?

최근에 뉴스페이스 시대가 주목받으면서

21세기 우주개발에 대한 예측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측이지만 편의상 현재형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뒤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됩니다.

우주에서 TV 쇼나 광고, 영화 촬영, 무중력 호텔 같은 상업적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지구 저궤도 여행도

중산층이 도전해 볼 정도로 비용이 싸집니다.

 

21세기 중반에는 달과 화성에 연구 기지가 건설됩니다.

기지 건설 초기에는 물과 연료 같은 자원을 지구에서 조달하다가

차츰 현지에서 보급합니다.

 

21세기 후반에는 소행성과 달의 광물을 본격적으로 채굴합니다.

국가간 회사간의 채굴 경쟁으로 인해 우주 버전의 서부 개척 시대가 열립니다.

 

덕분에 21세기 말까지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 소행성의 자원 지도가 완성됩니다.

우주 공간에 거대한 제조 공장이들어서고

태양계 전체에 걸쳐 자원 이동과 상품 교류 시스템이 자리 잡습니다.

 

 

, 이 예측대로라면 21세기는 인류의 우주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우주 개발의 모든 현장에 인간이 참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탐사 작업이 로봇에 의해 진행될까요?

 

미래에도 인간의 경험과 판단력 같은 인간 고유의 가치는 인정받겠지만

유인 우주 탐사는 위험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21세기 안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무인 탐사선이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첨단 로봇 공학과 AI 기술이 탑재된 무인 탐사선이라면

비용, 위험, 기능면에서 유인 탐사선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언젠가 화성을 걸어다니게 된다면

그것은 실용성 측면보다 모험으로서 의미가 클 것입니다.

 

65천 년 전, 인류는 아프리카 땅을 떠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수천 세대 후에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 살기 시작했고

베링 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습니다.

 

더 나은 식량이나 안전한 주거지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인류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망망대해를 건넜습니다.

 

이러한 모험심은 우리의 유전자와 문화 속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인간의 모험심이 우주 시대로 이어진다면

1~2백 년 안에 소규모 개척자 집단이 우주 거주지를 건설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는 유인 탐사의 실용성과 상관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개척자 집단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입니다.

그들은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겁니다.

 

지구에서는 윤리적인 이유로 거부된

유전자 변형이나 사이보그 강화 기술도 우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유전자 기술로 노화와 죽음을 늦추고 실리콘 기반의 신체를 선택하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결국 몇 백 년 뒤에는 완전히 비유기적인 모습으로 전이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에는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사뭇 다른 종으로 변해 있을 겁니다.

비유기적인 새로운 종의 탄생, 바로 포스트 휴먼의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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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탐험을 마친 인류가 우주로 눈을 돌렸듯이

태양계 탐험을 마친 인류는 언젠가 성간 우주로 눈을 돌릴 겁니다.

그러나 성간 여행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화학 연료로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터우리까지 가는 데에도 아폴로 우주선의 속도로 90만 년이나 걸립니다.

 

총알보다 20배나 빠른 보이저호 속도로 가도 8만 년이 걸립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스쿨버스 크기의 우주선이 900년 만에 알파 센터우리까지 가는데 필요한 연료의 양을 계산해본 적이 있습니다.

계산 결과 이 여행을 위해서는 우주 전체의 질량보다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고 나왔습니다.

화학 에너지는 성간 여행에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화학 연료보다 수백만 배 더 효율이 높은 물질 반물질 소멸 에너지가 개발된다 해도

성간 여행을 하는 데에는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결국 인간의 몸은 성간 여행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리콘 기반의 비유기적 몸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비유기적 몸을 가진 포스트 휴먼들은

성간 우주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은 생물학적 수명에 구속받지 않고 우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도착한 행성의 환경에 맞게 신체를 재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거의 완벽한 판단력과 지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우주적 지능과 우주여행의 경험을 쌓은 포스트 휴먼들은

우리가 풀지 못한 우주의 비밀들을 하나 하나 풀어 나갈 겁니다.

 

수만 년이 지나면 은하계 곳곳에 다양한 종의 포스트 휴먼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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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기적 포스트 휴먼의 등장은 진화적으로 극적인 변화입니다.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기술적 진화가 일어나면 진화의 속도는 순식간에 빨라질 겁니다.

이는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으로 진화만큼 극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인류의 지적 능력은 나방의 지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과연 포스트 휴먼들도 제대로 된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입니다.

실리콘 기반의 비유기적 인간들도 우리처럼 내적인 삶을 갖게 될까요?

 

만약 이들이 의식이 없는 좀비같은 존재라면

혹은 의식이 있는 것처럼 흉내만 내는 존재라면

포스트 휴먼의 미래는 암울해 보입니다.

 

그러나 기계도 우리와 같은 의식을 가질 수 있고

그들 나름의 인간성을 추구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포스트 휴먼에게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스트 휴먼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늘 존재해왔습니다.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우리의 조상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포스트 휴먼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입장에서 보면 비유기적 인간은 상상하기 어려운 포스트 휴먼입니다.

자연 속에서 어떤 생물종이 존속하고 번영하려면

역설적으로 그 종을 대체하는 새로운 종이 계속 탄생해야 합니다.

 

우리를 대체할 포스트 휴먼들이 탄생한다면

우리는 인류의 조상들처럼 잠시 존재했던 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진화의 정점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탐구하기 위해 과거를 들여다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 역시 우리 존재를 규명하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포스트 휴먼은 우리의 미래이자 지금의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