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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퍼시비어런스의 화성 탐사 1년 - 어떤 발견이 있었을까?

Buddhastudy 2022. 6. 16. 19:12

 

 

 

나사의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화성에 착륙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착륙 순간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성 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퍼시비어런스의 탐사 목표는 화성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입니다.

과거에 생명체가 살았을 법한 지형을 돌아다니면서 샘플을 수집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태양계가 둘 이상의 생명을 잉태한 곳인지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합니다.

 

퍼시비어런스의 첫 1년은 순조로웠습니다.

별다른 사고나 고장 없이 총 4.5km 가량 여행했습니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약간 어긋난 착륙지와 그로 인한 탐사 경로 대폭 수정

그리고 뜻밖의 발견과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 오늘은 퍼시비어런스의 화성 탐사 첫 1년을 한번 되돌아보겠습니다.

 

 

--예제로 크레이터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한 곳은 예제로 크레이터 서쪽의 삼각주 부근입니다.

부채꼴 모양의 이 커다란 삼각주는

35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레이터 가장자리의 수로를 통해 씻겨 내려온 퇴적물들이 삼각형 모양으로 점점 쌓인 것입니다.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이 거대한 퇴적물 더미야말로 생명의 흔적을 보존하는데 최적의 환경이 될 것입니다.

퍼시비어런스의 최종 목적지도 바로 이 삼각주입니다.

 

퍼시비어런스의 가장 이상적인 착륙지점은 삼각주 바로 옆입니다.

넓고 평평해서 착륙하기에 안전하고

또 착륙하자마자 곧바로 삼각주 탐험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퍼시비어런스의 착륙을 도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삼각주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을 안전한 곳으로 간주해 인도했습니다.

이곳 역시 예상 착륙지점이긴 하지만 새 착륙지에는 뜻밖의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삼각주까지 직선 경로를 막고 있는 모래 언덕이었습니다.

 

나사는 이 모래 언덕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삼각주까지 가려면 남쪽이나 북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이냐? 북이냐?

나사의 관계자들이 경로를 고민하는 사이

예제로 크리에이터의 지질학적 특징이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예제로 크레이터는 원래 거대한 운석이 충돌에서 형성된 곳입니다.

너비 45km의 움푹 패인 지형이 생기자 그곳에 물이 채워져 호수로 변했습니다.

호수라면 바닥에 침전물로 형성된 퇴적층이 있을 텐데

퍼시비어런스의 착륙지는 퇴적암 대신 먼지 투성이의 화성암으로 가득했습니다.

과연 예제로는 물이 흐르기 이전에 용암이 흘렀던 곳일까요?

 

예제로 크레이터의 탐사 가치가 높아지자

나사는 위험한 모래와 암석으로 뒤덮인 세이타 지역을 탐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퍼시비어런스의 탐사 경로는

세이타까지 크레이터 남쪽을 탐험한 뒤

다시 돌아와 삼각주로 향하는 것으로 새롭게 설정되었습니다.

 

퍼시비어런스의 남쪽 여행길에서 뜻밖의 발견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코디악으로 불리는 기이하게 생긴 암석 노두를 발견하면서

예제로 호수의 수위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암석층의 독특한 패턴을 통해 예제로 호수가 한동안 잔잔했다가

또 크게 범람하기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중 한 번은 수위가 놀라울 정도로 낮아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는 거대한 바위를 옮길 정도로 큰 홍수가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화성에도 대홍수가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화성암은 마그마가 굳어져 생성된 암석이라서

일반적으로 생명체 발견과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간혹 화성암에도 생명의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퍼시비어런스는 세이타에서 발견한 화성암들이

물과 상호 작용하면서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이 생겼고

그 구멍들 안에 소금 성분의 광물이 침전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소금 성분의 광물은

적어도 지구에서는 생명의 흔적을 보존하는데 완벽한 조건에 해당합니다.

과연 화성의 소금 광물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이 암석 샘플이 지구로 안전하게 회수되기를 바랍니다.

 

 

--다이나믹 듀오

낯설고 험난한 여행길 일수록 동반자가 있으면 힘이 됩니다.

퍼시비어런스가 세이타처럼 까다로운 지형을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로봇 파트너인 인제뉴어티의 도움이 컸습니다.

소형 헬리콥터 인제뉴어티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한 지 두 달 뒤에 첫 시험비행을 성공시키고

그 뒤로 몇 주 동안 네 번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원래 인제뉴어티의 임무는 이 다섯 번의 비행이 다였습니다.

첫 화성 비행체의 주요 임무는 화성 대기에서 비행이 가능한지

그리고 로버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정도만 확인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제뉴어티는 의외로 화성 체질이었습니다.

시험 비행 때마다 펄펄 날아다니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나사는 인제뉴어티에게 남쪽 지형 사전 정찰이라는 중책을 맡겼습니다.

인제뉴어티는 그 뒤로 16번의 비행을 더하면서 퍼시비어런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퍼시비어런스와 인제뉴어티, 화성을 주름잡는 다이나믹 듀오입니다.

 

다이나믹 듀오는 서로의 모습을 촬영해주기도 했는데

영상 뿐만 아니라 소리도 녹음했습니다.

인제뉴어티가 날아가는 소리는 영상 못지 않게 감동을 줍니다.

 

화성의 소리는 지구와 약간 다르게 들립니다.

화성은 대기 밀도가 낮고 대기 성분이 달라서 고음이 잘 안 들립니다.

그리고 소리가 약간 늦게 조금 더 멀리 전달됩니다.

그래서 살짝 뮤트된 먹먹한 소리처럼 들리는데

예를 들어 지구에서 들리는 새소리는 화성에서는 아마 이렇게 들릴 겁니다

 

퍼시비어런스는 바퀴 소리, 모터 작동 소리, 바람소리도 녹음했습니다.

이 소리들은 인류가 처음으로 듣는 다른 행성의 소리들입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눈부신 활약에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탐사 장비 목시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목시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화성의 대기에서 산소를 생산해내는 장치입니다.

목시가 산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유인 기지 건설이나 테라포밍 같은 먼 미래의 프로젝트들도

현실의 영역으로 한 발 더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암석 샘플

퍼시비어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암석 샘플들을 수집하는 것입니다.

수집한 샘플들을 지구로 가져와서 화성의 지질학적 특징을 연구하고

나아가 화성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를 위해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별도의 샘플 회수 미션을 추진 중입니다.

미션은 대략 이렇게 진행됩니다.

 

퍼시비어런스가 2년의 탐사 기간 동안 총 43개의 암석 샘플을 수집해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 둡니다.

이후 샘플 회수용 착륙선이 화성에 도착해 샘플들을 수거합니다.

샘플 튜브는 특수한 용기에 담겨 화성 궤도로 쏘아 보내집니다.

이 발사를 위해 약 3미터 길이의 2단 로켓이 사용됩니다.

용기가 궤도에 도달하면 유럽우주국의 궤도선이 포획합니다.

그리고 잘 겨냥해서 지구로 발사합니다.

지구 표면에 떨어진 용기에서 암석 샘플을 최종적으로 회수합니다.

 

이 행성간 택배 시스템은

이때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대담하고 정교한 미션입니다.

나사는 현재 샘플 회수용 착륙선의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착륙선이 완성되어 발사하기까지는 4년 정도가 더 걸릴 예정입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 빠르면 2031년에는 화성 샘플이 지구로 배달될 겁니다.

10년 정도 뒤면 전세계가 화성 택배 상자 언박싱 이벤트로 떠들썩 하겠습니다.

 

언박싱 이벤트가 결실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샘플 수집이 성공해야 합니다

다른 행성에서 로봇 혼자 암석 샘플을 수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수집 장치에 자갈이 끼어 고장이 염려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샘플 튜브 속이 텅 빈 적도 있었습니다.

 

퍼시비어런스는 202185일에 첫 샘플 수집을 시도했는데

하필이면 쉽게 바스라지는 암석이라서

다음날 나사는 텅 빈 튜브 사진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 뒤로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지금까지 8개의 샘플을 성공적으로 수집했습니다.

나머지 샘플들은 삼각주에서 수집합니다.

 

퍼시비어런스는 이제 본격적인 삼각주 탐사를 위해

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몇 개월 뒤면 삼각주의 데이터들이 지구로 전송되겠습니다.

 

 

--탐사 첫 해

화성에서 1년 동안 퍼시비어런스는 묵묵히 탐사 작업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동안 퍼시비어런스에게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아마 돌부리에 걸리거나

기기에 자갈이 끼거나

오늘은 바람이 조금 더 불거나 하는게 전부일 겁니다.

 

그에 비해 같은 기간 지구에서는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염병이 계속되고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생사가 걸린 일 앞에서 화성 탐사는

문득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집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토성 그림 한 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듯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먼 우주 한 켠에 생명을 찾는 발걸음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습니다.

 

퍼시비어런스의 느린 발걸음 속에

위로와 희망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