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2)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안전사고 희생자, 막을 수는 없을까?

Buddhastudy 2022. 8. 24. 19:18

 

 

 

Q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젊은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김용균 씨 죽음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시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사회 안전과 산업안전 보장을 위해 일반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죽음을 무릅쓰는 일을 해야만 할 때

우리가 먹고살기 어려울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제가 중국에서 북한동포 난민들을 도와보면

그분들은 정말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나들고

중국에서도 사는 게 정말 비참합니다.

 

그런데도 견디고 또 어떻게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까지 오기도 하고

유럽이나 다른 나라로 가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보면 정말 눈물도 나고

그 위험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겨울에는 강을 건너다가 미끄러져서 압록강, 두만강에 빠지면 죽게 되고

봄이 되어 얼음이 녹으면 시신들이 둥둥 떠내려오는 것을

우리가 목격을 하기도 했거든요.

 

우리 같으면 그런 위험한 행위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것이 곤궁해지면

돈 되는 일에 죽음도 무릅쓰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수백 년이 걸려서 지금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된 게 아니고

50~60년 만에 급속도로 이렇게 경제가 성장한, 세계에서 드문 케이스에 속합니다.

 

제가 어릴 때인 50년 전만 해도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했어요.

특히 베트남 전쟁에도 신청해서 가기도 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곧 죽음이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침공을 받았다고 하면 돈을 넘어서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명감 때문에 전쟁에 참여하지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대부분 다 지원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참전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데

그게 세상의 월급보다 많아서 1년이나 2년 근무하게 되면

제대할 때 목돈을 쥘 수가 있었어요.

이러니까 그런 위험한 행위를 하게 된다 이런 얘기에요.

물론 명분은 자유 우방 국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 돈 문제하고 관계가 있는 거예요.

 

 

--이익을 우선한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

60, 70년대 산업화 초기에는 조선소 현장에서 매일 사람이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죠.

경부고속도로 닦을 때도 엄청나게 사람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때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거기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산업화하면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더 많이 내려고 안전에 대해서 좀 부주의하게 사업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많이 희생이 되니까

점점 법으로 강화해서

이제 안전 수칙을 높여도 잘 안 지켜지는 거예요.

 

부실 공사를 자꾸 하게 되고 안전장치를 안 하게 되고

항상 이렇게 대충해서 돈을 벌어 온 우리의 오랜 하나의 관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변화된 사회에 대응을 못하다 보니까

안전사고가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 축에 들어가는 거예요.

 

외국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그 나라는 경제 수준이 높아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런 과정을 거쳐 왔는데

우리는 급속도로 하다 보니까

경제수준은 외국하고 비슷한데

안전에 대한 수칙이나 장치, 보장 등이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가 되다 보니

OECD 가입국 다른 나라하고 비교해 보면

우리의 안전사고율이 매우 높은 축에 들어간다 이런 얘기에요.

좀 불명예스러운 일이죠.

 

이게 잘 안 고쳐지는 이유가

기업에서는 사고로 사망하면 보상금으로 자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에요.

그 안전장치를 하는데 100억 든다 그러면

그거 하다가 사고 나서 보상금은 10억만 주면 되니까

기업하는 사람은 그냥 하게 되는 거예요.

 

보상만 갖고 안되고 현장에 있는 감독만 갖고 안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회사 오너가 이걸 안 해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그래서 사고가 나면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서 형사처벌을 받도록 강화해서

안전의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고 법을 만들었는데

기업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정당에서는 반대를 했죠.

 

회사 운영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기업주가 구속이 된다면 이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냐

이러면 겁이 나서 기업을 어떻게 운영을 하겠느냐,

그 돈으로 증권 투자나 하지 어떻게 기업을 하느냐 하는 반발이 나오는 거예요.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는 회사가 안전장치를 충분하게 안 한다는 거예요.

우선 두 사람이 가야 할 일을 혼자 가게 한다든지

어떤 (안전)시설을 확실하게 안 해준다든지 한 사람에게 너무 과한 업무를 준다든지

기사가 하루 운전을 너무 과로하면 사고 확률이 높을 것 아니겠어요.

 

이런 것이 개선이 안 되고 사고율이 높으니까

(안전사고가 나면) 기업주를 처벌하는 법을 만든 거예요.

 

 

--사회 변화에 따른 관점 충돌로 생기는 문제들

이 법을 만들 때도 반대가 매우 많아서 유예기간을 뒀어요.

이렇게 법을 만들었으니 (50인 이상) 기업은 올해부터 적용하고

50인 미만 기업은 2년 후에 적용하도록 이렇게 법을 만들었는데

그게 시행이 일부 되고 시행이 안 되는 데가 있는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니까

'법이 너무 강하다. 완화해야 되지 않냐'고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경제가 어려운 거는 항상 이해관계가 있잖아요.

빈부격차가 심해지니까 '최저임금을 올려야 된다', '임금을 올려야 된다'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은 이런 정책을 쓰는 거고

기업주들은 '기업 활동이 위축이 돼서

어차피 회사가 문 닫으면 노동자도 손해 아니냐

그러니까 파이를 더 키워야 된다'는 면에서

'임금을 인상하면 기업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실업률을 높이게 된다'

 

그러니까 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안전 규제도 너무 강화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기후 위기에 따른 co2 배출에 대해서도 너무 강화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이런 식의 의견이 서로 상충되어 있다 이런 얘기에요.

 

어느 한 쪽이 나쁘고 어느 한 쪽이 좋다가 아니라

전체 추세는 안전을 강화하고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 co2 가스를 적게 내고

co2 가스를 발생하는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것은

시간을 놓고 보면 하나의 대세라고 볼 수 있어요.

 

그 다음에 노인 연금을 올리고 군인 월급을 올리고

초등학교 무료 급식을 중학교까지 무료급식으로 하는 식으로

계속 사회 보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추세다, 이런 얘기에요.

 

그것을 어떤 속도로 할 거냐를 가지고

진보보수의 갈등이 생기고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지금 질문자가 얘기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거죠.

 

 

--갈등을 넘어 인간 안보를 우선시해야

견해가 다르다는 관점을 가지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존의 질서, 소위 기득권을 갖고 있거나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반발을

항상 대화로 설득하고 다수 대중을 깨우쳐서

이 문제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하는 거죠.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가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이런 수칙은 점점 강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 목숨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러나 아무리 이런 걸 강화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니에요.

사고가 나면 모든 게 다 기업주와 정권 책임이라고 하는 것도 너무 극단적이에요.

첫째는 사고가 안 나도록 해야 하고

두 번째는 사고가 나면 신속하게 대응해서 희생을 줄여야 되겠죠.

 

우리 세월호 사례에서 봤듯이

사고의 원인이 과적이다, 뭐다하는 이런 문제도 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생중계로 보는 것이 너무 답답했잖아요.

 

애들이 저렇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데 왜 구조를 빨리 못할까?” 하는 생각에

국민이 분노하게 된 거란 말이에요.

 

옛날에는 국가안보라는 것이

남북관계, 국토방위 이런 것만 해당했는데

인간 안보라 그래서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안보를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안전 수칙을 만들고

안전이 위협받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북한군이 쳐들어왔을 때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그런 훈련이 평상시에도 있어서

재해를 줄이는 이런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견해 차이가 있고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있는 거예요.

또 정권마다 그 이익을 대변하는 대상이 조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대세는

안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한 발 한 발 가고 있어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불만이 커지고

또 현실에 안주해서 '옛날보다는 낫지 않느냐, 그러면 됐지 뭐' 이렇게 생각해도 안 돼요.

 

우리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 OECD 꼴찌국인 건 불명예잖아요.

우리가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조금 위험 부담을 안는다 하더라도

먹고 살 만하니까 중요한 것은 이제 안전이에요.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희생 노동자들을 기리는 길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저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이제는 우리가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경제성장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안전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전 국민이 깨우치지 않았겠나

그리고 전 국민이 한마음이 되지 않았겠냐 생각했는데

 

세월호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안전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것은 뒷전에 가버리고

누구 책임이냐를 갖고 아직도 싸움이 끝이 안 난 문제가 되다 보니까

이런 희생이 좀 헛되어 버렸다고 그럴까?

 

그 희생을 통해서 다시는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정쟁이 되다 보니까

그런 것은 뒷전이 돼버리고

오히려 세월호 사건을 희화화하는 일까지도 발생하게 되었죠.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신 호국 영령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렇게 경제가 성장하고 모든 것이 발전하는데 기여한

노동자와 기술자의 공로와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에 대해서도

은혜를 잊지 않고 추모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호국 영령에 대해서만 추모를 하다가

이제 겨우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추모를 하자고 해서

국가에서 유공을 하고 있잖습니까.

 

그런 것처럼 언젠가는

노동 현장에서 희생한 사람도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처럼 추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군인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희생됐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공로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내면 더 좋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