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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Cookie]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우는 걸까?

Buddhastudy 2022. 9. 15. 19:06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보통 빠르고 간편하게 음식을 데워먹을 때

전자레인지를 이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전자레인지에는

이렇게 타이머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시간만큼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죠.

 

이 전자레인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자기파 스펙트럼 중

라디오파보다는 에너지가 크고

적외선보다는 에너지가 작은 영역에 존재하는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기계입니다.

 

극초단파, 또는 마이크로파라고 불리는 이 영역의 전자기파는

파장이 대략 1mm 근처인 원적외선보다도 더 긴

전파 망원경에 사용되는 W밴드로 시작하여

길게는 약 1.4m 정도의 파장을 가지는

군융 항공기의 무선 통신으로 사용되는

G밴드 사이에 있는 모든 전자기파를 지칭하는데요.

 

이 영역대의 전자기파는

진동수, 다시 말해 주파수가 낮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여타 다른 전자기파들보다

비교적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위성 TV 방송, 모바일폰, 군용 통신 레이더,

전파 망원경, 위성과 관측소 간의 통신 수단,

다시 말해 정보 전달 매개체로 이용되고 있죠.

 

여담이지만 이 마이크로웨이브보다도 파장이 더 긴

AM, FM라디오라던지 장파 또한

다른 전자기파들보다 훨씬 만들기 쉽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와 같은 이유로 주로 무선 통신을 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선통신을 할 때 왜 하필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걸까요?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전자기파는 공간상에 퍼져나가는 파동이 가져야 하는 필수 조건인

'매질'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매질이 필요 없기 때문에, 만약에 이 전자기파에 정보를 실을 수만 있다면

그 정보를 나르는 데 있어서는 이만한 최고의 도구가 없기 때문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이크로파는 1940,

영국 버밍험대학의 과학자였던 해리 부트와 존 란달 경에 의해

'마그네트론'이라는 발명품을 통해서

인간이 임의적으로 만들어 낸 형태로는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마그네트론'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의 특성을 유심히 지켜본

미국의 방위 산업체 '레이시온'사에서 일하던 퍼시 스펜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위치 추적장치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마이크로파를 방출시킨 뒤 반사파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착안해내게 되는데요.

 

이 시스템은 머지않아 비교적 근거리에 존재하는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판별할 수 있는 RAdio Detction And Rangin,

번역하자면 무선 탐지와 거리 측정이라는 뜻의 약어인

레이더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게 되죠.

 

하지만 역사상 위대한 발견 중 몇몇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우연히 탄생하게 된 사례가 있다죠?

 

어느날 퍼시는 이 마그네트론을 연구하다가

가동 중이던 마그네트론에서 간식을 먹으려고

주머니에 넣어 뒀던 초콜렛바를 꺼내는데

이 초콜렛바가 완전히 녹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었어요.

왜냐면 당시는 겨울이었고

겨울인 만큼 실험실 환경이 그렇게 따뜻한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이 초콜릿바가 녹은 것이

자신의 체온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퍼시는 생각합니다.

'혹시 마그네트론이 일으키는 이 전자기파에 뭔가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어서

나의 주머니 속에 있는 초콜렛바를 녹인게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퍼시는

먼저 팝콘에 사용되는 옥수수를 이용해봅니다.

처음에 별 반응이 없었던 옥수수는 이내 ''소리를 내며

그에 걸맞게 '팝콘'이 되어버렸죠.

 

심각하게 놀라웠던 스펜서는 이번에는 계란에 전자기파를 쬐어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계란이 ''하고 터져버리는 깜짝 놀랄만한 일을 겪게 되죠.

 

이후 여러 번의 실험 끝에 결국

마그네트론에서 발생되는 극초단파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수분의 온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며

이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식품을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데워먹을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죠.

 

마침내 레이시온 사는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서 제품의 시연을 마친 1947

마그네트론이 발생시키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음식을 데워 먹을 수 있는

첫 상업용 모델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인 Radarange입니다.

 

세계 최초라서 그랬을까요?

이 레이더레인지는 지금의 전자레인지에 비해서 덩치도 어마어마하게 컸고

가격도 그 당시에 약 5천 달러

지금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52천 달러

이걸 다시 한화로 환산하면 55백만 원 정도에 판매된 거예요.

 

전자레인지 하나에 55백만 원.

어우, 비싸네요.

 

이후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비로소 1967

싱크대에 놓을 수 있는 수준으로 크기가 작아지게 되었고

가격 또한 점차 합리적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주방가전 하면 없어지는 안 될 생필품으로 탈바꿈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영상 썸네일을 보고 들어오신 여러분들의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대체 이 전자레인지가 만들어내는 마이크로파가

어떻게 해서 음식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물 분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유한 특성과

마이크로파가 만났을 때 발생하는 현상인 '유전가열 현상'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유전가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먼저 물의 분자 구조를 살펴볼까요?

물 분자는 산소원자의 전자들이 가지는 오비탈과

수소원자의 전자가 가지는 오비탈이

서로의 궤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결합하는 방식인 공유 결합을 통해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합쳐진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때 플루오린이나 산소, 질소 등과 같은 원소들은

전자 오비탈을 자신의 궤도로 많이 끌어드리려는 특성인

전기 음성도가 큰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물 분자의 경우에는 산소 원자가

결합 된 수소 원자의 궤도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여

상대적으로 마이너스의 극성을 띄게 되며

반대로 산소에게 전자궤도를 부분적으로 빼앗긴 수소는

상대적으로 플러스의 극성을 띄게 됩니다.

 

이를 그림과 같이 단순하게 모형화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분자의 구조적 특성과 원자의 특성에 의해

기하학적으로 극성이 발생한 이런 형태를

화학에서는 Dielectric Molecule, 극성 분자라고 부르며

분자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극성을 띈다는 의미로

물리학에서는 이를 Electric Dipole, 전기 쌍극자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쌍극을 가지는, 다시 말해 극성 분자의 성격이 강한 물 분자는

분자 자체적으로 전기적 특성을 띄게 되며

이 때문에 외부에서 발생되는 마이크로파의

공간상으로 퍼져나가는 전자기적 진동에 영향을 받아

특정 방향으로 정렬한 후 엄청난 속도로 왕복하며 회전 운동을 하게 됩니다.

 

이때 주변 물 분자들의 인력에 의해 발생하는 결합인

수소 결합이 깨지게 되었다가

이내 다시 재결합하게 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요.

이렇게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파로부터 흡수했던 열 에너지가

주변부로 발산되면서 물체에 열을 공급하는 것이

우리가 이상 속에서 음식을 데울 때 편리하게 이용했던

전자레인지의 가열 원리랍니다.

 

마이크로파가 물체를 뜨겁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이크로파 자체에서 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체 안에 들어있는 물 분자를

빠르게 진동시키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이러한 마이크로파가 좀 더 혁신적으로 이용될 만한 분야를 찾는 연구가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표적 암세포만을 골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나노입자를 활성화시키는 용도

인간의 눈으로 관측이 불가능한 마이크로파를

CCD를 이용해 관측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바로 그것들이죠.

 

비록 전장의 핵심 도구인 레이더를 개발하는 과정 중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지만,

이러한 우연한 발견덕분에 우리의 식품 라이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물론 애초부터 그러한 의도로 연구가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물 분자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진동수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가지고 있는 진동수가 정확하게 일치해서

이 두 개가 공명해서, 다시 말해 공명진동 때문에

전자레인지가 물체를 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진 않아요.

 

왜냐면 마이크로파는 대략 2.45기가 헤르츠로 발생이 되고요, 전자레인지에서.

그리고 물 분자 같은 경우에는 공명 진동수가 약9기가 헤르츠

즉 한 3.5배 정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명진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명진동 수로 전자레인지를 만들 수 있긴 있어요.

만들 수 있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뭐가 문제가 되냐면

예를 들어 물체를 데우려고 하면

그 물체 표면에 있는 물 분자가 모든 전자기파를 공명으로 다 흡수를 해버려요.

 

그렇기 때문에 물체의 겉면만 따뜻하게 데워지고

안쪽은 전혀 데워지지 않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하지만 이 공진은 아주 매력적인 과학 현상입니다.

인류는 이 공진을 아주 전략적이고 유용하게 이용해 왔으며

오늘날의 극도로 정보화된 사회에

공진이라고 하는 과학이 없었다면

아마 이러한 문명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인류가 이러한 공진을 어디에 이용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