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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각 나라의 대표 성씨로 세계 지도를 만든다면?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세계 지도

Buddhastudy 2022. 11. 10. 19:52

 

 

 

1838년 독일의 박물학자 알렉산드로 훔볼트와

응용수학자 하인리히 베르그하우스는

방대한 지리적 정보를 그림으로 보여주는지도 책을 출간했습니다.

 

오랜 세월 단조롭게 지명만 표시하던 지도와 달리

훔볼트와 베르그하우스의 지도는 다채로운 정보를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어디에 무엇이 있고 누가 어느 곳을 차지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왜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신개념의 지도였습니다.

 

훔볼트의 지도를 시작으로

19세기 유럽에서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잇따랐습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영국군 환자의 사망률 패턴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서

군 장교들을 설득시켰습니다.

 

장미 도표라고 불린 이 그림은

야전병원 환자들의 죽음이 부상 때문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임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854년 런던의 콜레라가 발발하자

감염의학자 존 스노는

런던의 건물마다 몇 명의 콜레라 환자가 나왔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스노의 지도 덕분에

콜레라 최초 발발 지역과 그 원인이 드러나서

효과적인 방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각화된 데이터가

뛰어난 정보 전달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럽의 정부들은

최신 통계자료를 그래픽화 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자 수부터 연극 관람객 수까지

그야말로 삶을 이루는 모든 면면이

그래픽으로 가시화되었습니다.

 

 

이처럼 정보를 예술적인 그래픽으로 표현한 그림을

오늘날 인포그래픽이라고 부릅니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인포그래픽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 많아서 놓치기 쉬운 데이터들

긴 세월을 거쳐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데이터들이

뛰어난 인포그래픽과 만나면서 어떤 패턴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국의 지리정보학개수 제임스 체셔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수석 디자이너 올리버 우버티는

지난 10년 동안 인포그래픽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둘은 최근 4년 간의 공동 작업 끝에

눈에 보이지 않는지도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백여장이 넘는 멋진 인포그래픽이 실려 있는데

오늘 영상에서는 그 중 네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짧게 간추린 설명이지만

그래도 데이터와 그림이 만나는 장면을

재밌게 시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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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해양 대기청은

지난 3세기 동안의 항해일지를 디지털화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주로 기후와 해류를 연구하는 데 쓰이지만

데이터를 달리 활용하면 전 세계를 교차하는 항로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1500년대에 범선을 타고 유럽에서 동남아시아까지 가려면

거의 12개월이 걸렸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을 돌아

인도양을 가로지르고

인도네시아 자바섬까지 가서 향신료를 구했습니다.

 

그러다가 1611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헨드릭 브라우어르가

포효하는 40도대 해역을 발견한 후로

아시아까지 항해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남위 40도에서 50도 사이에 부는 강한 편서풍이

범선의 속도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1869년에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마침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직항로가 탄생했습니다.

증기선들은 더 이상 케이프타운을 거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부터 저가 디젤선들이 등장하면서

국제해상 운송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오늘날의 바다 위에는

중동에서 원유를, 인도에서 의류를, 중국에서 대두를 실어 나르는 배들이

줄지어 오가고 있습니다.

먼지 쌓인 항해일지 속에 국제경제 흐름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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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름 중에 성은 대체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대 대물림 됩니다.

그래서 오래된 성은 여러 민족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지도에는 각국에서 가장 흔한 성이 적혀 있습니다.

성씨의 비율에 따라 글자의 크기가 다른데

크기 기준은 인구 100만 명당 그 성을 가진 사람의 빈도수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씨는 100만 명당 21만 명에 달합니다.

비율로는 세계 최강이네요.

참고로 우리나라의 10대 성씨를 글자 크기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베트남의 응우옌 성씨는 김씨 못지않게 비율이 높습니다.

응우예은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의 성씨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왕족이나 귀족의 성은 성씨로서 인기가 높습니다.

왕을 뜻하는 왕씨는 중국을 대표하는 성씨가 되었고

역시 왕을 뜻하는 칸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자리잡았습니다.

 

이슬람 지역에서는 모하메드라는 성이 단연 인기입니다.

모하메드 성씨는 여러 변형을 낳으며

이슬람 국가와 북동 아프리카에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으로 내려가면

대륙의 다양한 언어만큼이나 성이 다채로워집니다.

 

유럽의 성씨는 직업이나 가족관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멀러나 멜니크는 본래 방앗간 주인을 뜻하고

포포비치는 사제를 뜻합니다.

존슨이나 요한손처럼 아버지의 이름에서 딴 성도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식 성이 많은 것은 식민화와 노예 무역에 잔재입니다.

 

성이 우리의 출신 배경을 말해준다면

이름은 부모가 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기독교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아이들에게 종교적인 이름을 많이 지어줍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존, 모하메드, 조지프, 메리 같은

종교적 이름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합니다.

 

우리의 성과 이름 속에 언어와 문화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

이번 세기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면 인구일 겁니다.

질병, 전쟁, 기후위기에 시달리는 세상에서

80년 후의 인구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엔은 2019년 인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2100년의 세계 인구가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100년이 되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등극할 것입니다.

 

폭발적이던 인도네시아의 성장세는 느려지고

그밖에 4개 국가가 인구 10위권에서 이탈할 전망입니다.

이탈한 국가의 빈자리는 아프리카 4개국이 차지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총 인구보다 연령 구조의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그림에서 왼쪽의 피라미드 기둥은 2020년의 연령 구성을 보여줍니다.

역사 내내 그러했듯이 아동 인구가 노인 인구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서서히 뒤집히다가

2100년에 이르면 처음으로

노인 인구가 아동 인구를 추월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많아지면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이례적으로 이민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4년까지

35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를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가 심각한 당면 과제입니다.

낮은 사망률과 더불어 낮은 출생률이 우리 사회를 서서히 바꿔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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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127일 아폴로 17호를 타고

달을 향해 가고 있던 우주비행사들은

푸르른 지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블루 마블이라고 불리는 이 사진은

당시 지구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로부터 40년 후 이번에는 지구의 밤모습을 담은

블랙 마블이 공개되었습니다.

블랙 마블은 인구 집중 지역과 빈부 차이를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관점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지도는 블랙 마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빛의 변화량을 보여줍니다.

지도에 표시된 빛은 어느 한 시점의 밝기가 아니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밝기의 변화 정도를 나타냅니다.

 

4년 동안 빛이 밝아진 곳은 노랑

어두워진 곳은 파랑

밝기 변화가 없는 곳은 회색입니다.

 

인도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도 전력망이 깔리지 않은 지역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2014년에 당선된 인도 총리 모디가

2500만 가구 이상에게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국영 전력망과 연결시키게 했습니다.

덕분에 인도는 밝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유럽의 에너지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빛공해는 감소했습니다.

LED 전구, 하향 가로등, 스마트 센서와 같은 기술을 활용한 덕분입니다.

 

2011년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북부의 알레포는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난민 수천 명이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튀르키예로 이동했습니다.

내전 지역은 어두워진 반면

국경지대를 따라 길게 형성된 난민촌은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장거리 이주 인구가 매년 16천만명 이상씩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시골 지역은 어두워졌고 도시는 더욱 밝아졌습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과 대도시로 인구 이동이 일어났습니다.

 

반면 북한은 도시와 시골 가릴 것 없이 변화가 없습니다.

북한은 인구 이동이 거의 없고

그때도 어둡고 지금도 어둡습니다.

 

 

 

19세기에 홈볼트와 베르크하우스의 지도책이 그러했듯이

체셔와 우버티의 지도책도 장소가 아니라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휴대전화 데이터로 오늘날의 이주 흐름을 드러내고

DNA 흔적으로 과거의 이주 흐름을 드러냅니다.

 

나라별로 행복, 웃음, 기쁨, 슬픔 정도를 드러내고

기후 온난화가 허리케인부터 메카 순례까지

세상 모든 것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은

삶의 구성 원리나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을 독특한 방식과 낯선 관점으로 그려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포그래픽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예술적으로 뛰어난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빅데이터에서 특정 패턴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 기술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예술적 감동과

세상을 달리 보는 통찰이 들어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