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2

[명상의 모든 것] 무아(無我) | 우주와 하나 된다는 것

Buddhastudy 2023. 2. 20. 20:08

 

 

지난 시간에 똑같이 참나, 무아(無我)라고 표현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명상 중에는 나 없음

모든 것이 하나인 경험을 해도

일상생활에서 에고가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죠.

 

그 이유는

사실상 표면의식에서 무아를 경험한 것이고

마음 깊은 곳은 무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바다와 가두리 양식장의 비유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 전체가 우주, 우주심이라면

에고에 한정된 내 마음은 가두리 양식장과 같다고 했습니다.

 

표면의식에서 무아를 경험했다는 것은

마치 바다의 수면을 체험한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만 체험해도

어쨌거나 바다의 속성을 체험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성인들이 책에서 말씀하신 깨달음과

동일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경계 없이 넓게 펼쳐져 있고

색은 푸르고, 맛은 짭짤하고 등등

표현은 같죠.

 

그런데 표면에서 조금만 내려가 보면

마음속은 아직 정화되지 않은 가두리 양식장으로

경계가 있죠.

해소되지 않은 결핍이나 감정

고정관념의 틀, 우월감이나 열등감 등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때문에 명상을 할 때는

'나가 없어졌다' 라고 느끼더라도

어차피 일상생활에서는 판단과 행동을 할 때

이런 나만의 경험 정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에고가 발동하게 되죠.

 

그래서 마음공부가 된다는 것은

먼저 이런 마음의 잔재들이 해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깨달음에 대해서 다양한 지식들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것에 더 동경하고 마음이 끌리지만

마음공부가 되어 갈수록

비움이나 겸손, 정성과 같은

태도를 강조하는 수행법들이

더 본질적이고 바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게 훨씬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내가 대외적으로 만나는 분들에게

지식을 전하는 것은 쉽지만

내가 편하게 대하는 주변의 가족이나 가까운 분들에게

태도로 인정받기는 훨씬 어렵죠.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무아의 상태에서 모든 것이 하나, 우주와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죠.

이것이 과연 정말 하나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명상할 때 무아, 모든 것이 하나라는 느낌은

기본적으로는 몸과 생각

두 가지 측면에서 오게 됩니다.

 

독서 삼매경 때는 누가 불러도 소리를 못 듣죠.

이것처럼 고도로 집중하면

피부에서 오는 감각들을 접수하지 않게 되니까

몸의 경계를 못 느끼게 되죠.

 

''라고 하는 생각의 경계가 사라지니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지 않게 돼서

우주와 하나로 느끼는 것이죠.

 

어쨌든 우주와 하나로 느끼니 하나이다, 합일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은 감각적인 느낌에 가까울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더 높은 단계의 하나 됨, 합일이 존재합니다.

 

아주 딱 떨어지는 예는 아니지만

다음과 같이 비유해 보겠습니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너무나 애국심이 투철해서

국가와 하나 되었다고 느끼고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겠죠.

 

또 백범 김구 선생님과 같은 분이

만일 대통령이 되셨다면

똑같이 국가와 하나 되었다고 느끼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면사무소 공무원은 아무리 국가와 하나 되었다고 느껴도

면 단위의 정보만 접할 수 있고

그 시야의 범위 내에서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면을 위한다는 마음에서 돈을 끌어와서

면사무소 청사를 으리으리하게 짓는다고 해도

국가의 차원에서 보면 손실일 수가 있죠.

 

이와 비교해서, 대통령은 국가 전체의 정보를 접하고

국가 전반에 대한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전체의 큰 그림을 보면서

세부 사항을 균형 있게 결정할 수 있게 되죠.

 

둘은 모두 자신이 국가와 하나 되었다고 느끼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 이 둘을 비교해 본다면

누가 더 국가와 하나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간이라는 장부와 뇌라는 장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둘 다 몸과 하나 되어 있죠.

그런데 간은 오로지 간의 역할만을 합니다.

간의 기능이 과해지면 목극토(木克土)라고 해서 위의 기능을 해치게 되죠.

온전히 몸 전체를 위해서 일하는 상태는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뇌는 몸 전체를 느끼면서

전체적인 균형과 조율을 담당하죠.

실질적으로 몸과 하나라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이처럼 내가 우주와 하나 되었다는 느낌이 있다고 해도

진정으로 우주와 하나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사무소 공무원과 대통령의 비유처럼

정말로 우주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우주를 느끼고, 우주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우주의 큰 그림을 보면서

우주의 주체로서 움직이는 것이 됩니다.

 

명상하면서 잠시 무아

우주와 하나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그것은 의식의 범위는 가두리 양식장에 한정된 상태에서

바다와 하나 되었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바다와 하나 된다는 것은

바다 전체를 느끼고

전체의 입장이 되는 것이죠.

 

사실 명상하면서

모든 것이 하나인 느낌을 느끼는 것만도 대단한 것이죠.

그래도 진정 우주와 하나 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진화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지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주와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이것은 한두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일단 실마리는

파장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주의 파장을 받고, 파장을 읽는 능력이죠.

다음 시간부터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상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