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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할 수 없는 (하지만 존재하는) 바이러스

Buddhastudy 2023. 2. 23. 19:41

 

 

 

우리 주위의 미시 세계에는

이 행성의 진정한 주인인 미생물들이

숨어서 무자비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메바, 원생생물, 박테리아, 고세균과 곰팡이류가

자원과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죠.

 

그런가 하면 다른 모두를 사냥하는

기이하고 무서운 존재 바이러스도 있죠.

살아있는 것도 아닌 이 작은 존재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고 치명적이며

매일 조단위의 생명체를 죽입니다.

자원에는 관심이 없고, 살아있는 것을 차지하는 데만 몰두하지요.

 

그런 줄로만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대한 바이러스와

그 바이러스를 사냥하는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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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몸의 세포나 심지어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은 물질인 바이러스는

껍질과 극소량의 유전 물질 약간의 단백질에 불과합니다.

신진대사도 없고 이동 수단도 없고 의지나 야망도 없습니다.

 

정처 없이 부유하다

누군가를 감염시키고

그 몸을 차지하기만을 바랍니다.

바이러스는 너무 단순해서

생물이라 할지 무생물이라 할지 결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도 살아있다고 합니다.

다른 과학자들은 감염된 세포는 바이로셀이라는 하이브리드 유기체이지만

바이러스 입자 자체는 씨나 포자에 가깝다고 합니다.

다른 많은 과학자는 단지 생명이 없는 무생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바이러스의 기원은 미스터리입니다.

다른 생명체를 감염시켜야 증식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생명의 탄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세포에서 탈출한 DNA로 시작하여 자가 복제 방법을 터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면 다른 생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말 게으른 기생충의 후손이었을지도요.

 

최신 이론은 바이러스는 아마 서로 다른 근원에서 여러 번 생겨났을 텐데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입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존재입니다.

지구에는 1000010억 배의 10억 배의 10억 배 개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서로 이어 놓으면 그 길이가 1억 광년에 달합니다.

우리은하 500개 너비 정도죠.

 

아주 최근에는 바이러스가 더 이상해졌습니다.

과학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했거든요.

이 녀석들은 자이러스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온갖 기록을 깼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성질에 대한 많은 가정을 흔들었습니다.

자이러스는 심지어 바이로파지라는 기생충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바이러스를 사냥하는 바이러스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죠.

 

2003년에 첫 개체를 발견한 후

이 거대 바이러스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급수탑에서, 돼지의 내장에서, 인간의 입속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상한 녀석들입니다.

 

자이러스는 털 난 다면체나 미니 피클처럼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우리가 알던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크죠.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우리 눈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으로 자이러스를 보고도 박테리아인 줄 알았습니다.

마치 코끼리 크기의 오리를 갑자기 여기저기서 발견하는 것만 같죠.

 

발견된 대부분의 자이러스는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을 사냥합니다.

사냥감을 찾은 자이러스는 거기에 붙어 있다

그 생물체의 정상적인 대사 과정을 통해 세포로 침입합니다.

모든 바이러스처럼 자이러스의 목표는

대상의 인프라를 유용해 증식하는 것입니다.

 

쥐가 여러분의 입으로 들어가 내장, , 지방을 마음대로 써서

쥐 공장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이러스는 공격 단백질과 유전 물질을 풀어

세포 내부에서 세포를 재배열합니다.

세포의 구조적요소, 단백질 생산 시스템과 에너지를 위한 대량의 미토콘드리아가

바이로플라즘이라는 공장으로 바뀝니다.

어떤 자이러스는 심지어 세포막을 만들어

세포의 바이러스 방어 기제를 막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가 자이러스로 꽉 찰 때까지

감염 세포를 재료로 새 자이러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보통 감염 세포가 스스로 파괴되도록 해

새 자이러스를 퍼뜨립니다.

 

하지만 자이러스가 특별한 이유는

동작 방식도 아니고 크기도 아니라

바이러스치고는 너무 복잡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세포에는 이만여 개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박테리아에는 수천 개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약 15HIV나 독감에는 약 10개가 있습니다.

 

유전자 개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토마토에는 35000개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물이라고 하면 복잡한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단순하다면 생명체보다는 무생물에 가깝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자이러스는 수백 심지어 수천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인 겁니다.

 

유전자 개수만이 아니라 유전자의 역할도 특별합니다.

이전에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가장 단순한 명령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포의 방어 기제 무력화와 증식이 겨우 가능한 정도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자이러스에는 유일무이한 미스터리 유전자가 많습니다.

더 헷갈리는 것은 이 엄청난 수의 유전자가

생명체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유전자라는 점입니다.

영양소 흡수를 조절하는 유전자

에너지 생산 유전자

광수집 유전자

복제 또는 생명 유지에 관련된 유전자까지 있습니다.

 

몇몇 최신 연구에서는 매우 복잡한 게놈을 가진 어떤 자이러스는

스스로 신진대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도 예측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한 이론을 더 크게 흔들게 되겠죠.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한 가지 추측은

자이러스가 감염된 생물의 생리와 진화를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게놈을 감염된 생물과 융합하여 키메라 유기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죠.

아니면 반대로 숙주의 유전자를 가지고 나와 스스로 변하는 방식으로 도요.

 

수십억 년 동안 자이러스는 세포 옆에서 세포를 감염시키며

생명체의 진화 발달 과정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지 모릅니다.

단지 기생 물질로써가 아니라

유전자를 이리저리 섞어 진화의 방향을 여러 방향으로 바꿨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또 다른 고유한 특성을 이야기 하게 되는데요

바로 바이로파지입니다.

자이러스 잡는 바이러스죠.

 

개념부터 이해가 안 되는 존재입니다.

생명체도 아닌 것이 생명체가 아닌 것을 사냥한다고요?

 

예를 하나 살펴봅시다.

스퍼트닉이라는 바이로파지는

마마바이러스라는 자이러스를 사냥하고

마마바이러스는 아메바를 사냥합니다.

 

스퍼트닉은 매우 작은 바이러스로 자가 복제에 필요한 유전자와 도구도 없습니다.

대신 마마바이러스의 바이로플라즘 공장을 장악할 능력이 있죠.

따라서 바이로파지는 자이러스가 아메바를 감염시키면 거기에 기생합니다.

 

스퍼트닉에 의해 감염된 마마바이러스 바이로플라즘은

새 자이러스를 거의 생산하지 못하고

생산하더라도 대부분 감염력이 없는 기형이나 망가진 자이러스만 생산합니다.

대신 새 스퍼트닉 바이로파지를 엄청나게 만들어냅니다.

 

다른 바이로파지는 이보다 더 교묘합니다.

이들은 바이로플라즘을 감염시키면

새로 만들어진 자이러스에 스파이처럼 유전 정보를 삽입합니다.

 

이렇게 스파이가 침투된 자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킨 후 자이러스 대신 거의 바이로파지만 만듭니다.

 

하지만 자이러스라고 방어 수단이 없는 건 아닙니다.

몇 년 전 CRISPR의 발견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CRISPR는 박테리아의 바이러스 방어 시스템입니다.

알고 보니 몇몇 자이러스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자이러스 만의 바이로파지 면역 체계 같은 것이죠.

 

반대로 생명체의 세포가 바이로 파지를 자이러스 방어 기제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원생생물은 바이로파지의 유전 정보를 게놈에 흡수하여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원생생물이 자이러스에 감염되면

보관하고 있던 유전 정보로 바이로파지를 만들어 자이러스 공장을 탈취합니다.

 

결국 자이러스 감염으로 죽겠지만

이 원생생물은 친구들을 죽이는 자이러스를 내뿜는 대신

자신을 죽인 자이러스를 사냥하는 바이로파지를 퍼뜨립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자이러스와 바이로파지가 발견된 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미시 세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명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수조 개의 유기체와 바이러스가 치는 탁구와도 같습니다.

그러니 의욕이 없고 새롭게 발견할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될 때는

자이러스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우리 주위에 가득한 코끼리만 한 오리를요.

자세히 보기 전까진 안 보이는 것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