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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zgesagt]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존재 – 박테리오파지

Buddhastudy 2023. 3. 14. 19:28

 

 

 

수십억 년 동안 하루에 수 조를 죽이며 계속돼온 전쟁이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요.

이 전쟁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사들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바로 박테리오파지, 줄여서 파지입니다.

 

파지는 바이러스입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닙니다.

또 이들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머리는 20면체입니다.

20개의 면과 30개의 모서리가 있는 주사위 같죠.

머리에는 파지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고

다리 같은 섬유 조직이 붙어있는 긴 꼬리 위에 달려 있습니다.

 

지구에는 박테리아를 포함해

다른 모든 생명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파지가 있습니다.

아마 생명이 있는 곳 어디나 파지가 있을 겁니다.

수십억이 지금 여러분 손에 내장에 그리고 눈썹에 존재합니다.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존재인 파지가 그렇게 가까이 있다니 긴장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지는 대규모 학살을 밥 먹듯이 일으키지만

박테리아 만 죽이니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바다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 중 최대 40%가 매일 파지에 의해 죽습니다.

하지만 파지에게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여느 바이러스처럼 숙주가 있어야 생존하고 복제할 수 있습니다.

파지는 유전 물질을 싸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각각 전문 분야가 있죠.

 

보통 파지는 특정 박테리아를 선택합니다.

그 박테리아와 매우 가까운 몇몇을 더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박테리아는 파지의 먹이입니다.

엄청 재수 없는 한 가족만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크루즈 미사일이라고 생각하세요.

 

파지는 사냥 감을 찾으면

수용체가 있는 꼬리 섬유를 붙이고

주사기 같은 걸로 표면에 구멍을 냅니다.

그러고는 희한한 동작으로 꼬리를 쥐어짜

유전 물질을 주사합니다.

수 분 안에 파지가 박테리아를 장악합니다.

박테리아는 이제 강제로 새 파지를 만들 부품을 생산합니다.

새 파지로 몸이 가득 차고 나서야 멈출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되면 파지가 엔돌라이신이라는 강력한 효소를 내뿜어

박테리아에 구멍을 냅니다.

이때 압력이 너무 높아서 박테리아는 거의 폭발하듯이 내부 조직을 토해내고 죽습니다.

이렇게 새 파지는 밖으로 나오고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지난 몇 년간 박테리오파지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치명적인 존재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최근에 우리는 수백만 개의 파지를 우리 몸에 주입하려하고 있습니다.

점점 절박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왜냐면 우리는 좀 망했거든요.

과거에는 작은 상처나 물 한 모금만 잘못 마셔도 죽을 수 있었습니다.

박테리아가 우리한테는 파지였죠.

무자비한 괴물처럼 우리를 사냥했습니다.

 

그러다 약 백여년 전, 우리는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우연히 박테리아를 죽이는 물질을 만드는 곰팡이를 찾은 겁니다.

항생제의 탄생입니다.

갑자기 우리 손에는 초강력 무기가 들어왔습니다.

 

항생제가 어찌나 효과적인지 우리는 박테리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병들고 늙은 인간만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었습니다.

항생제는 점점 더 많이 사용되었고

더 무분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괴물과 무기 모두를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박테리아는 살아있고 진화합니다.

하나둘씩 무기가 통하지 않는 박테리아가 생겼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결국 슈퍼버그라는 박테리아가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무기에 면역인 박테리아입니다.

이 면역성은 이 순간에도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암보다 슈퍼버그로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상처나 방광염, 감기로 여러분이나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연간 23000명 이상이 내성균 때문에 죽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파지라는 킬러 바이러스 로봇이

우리의 구원자 였습니다.

파지를 우리 몸에 주사하면 감염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잠깐만요.

어떻게 수백만 개의 바이러스를 감염부위에 주입하는 게 도움이 되나요?

 

파지는 엄청나게 특화된 박테리아 사냥꾼입니다.

얼마나 특화가 잘 됐는지 인간은 파지에 완전 면역입니다.

박테리아 와는 너무 다르니까요.

수십억 개의 파지와 매일 부딪히지만 우리는 예의 바르게 서로를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항생제는 융단폭격처럼 모든 것을 죽입니다.

우리 내장 속의 유익균도 함께 말이죠.

파지는 유도 미사일 같이 정해진 것만 타격합니다.

 

잠깐만요.

파지로 박테리아를 죽이면

박테리아가 파지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버리면 그만 아닌가요?

 

글쎄요 그보다는 더 복잡합니다.

파지도 진화합니다.

파지와 박테리아는 수십억 년 동안 군비 경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파지가 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파지는 계속 발전하는 첨단 무기 역할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설령 박테리아가 파지 내성을 얻는다 해도 이길 방법이 있을지 모릅니다.

알고 보니 박테리아는 불과 몇 종의 파지에 대한 내성만 얻으려 해도

항생제 면역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겁니다.

 

이미 이 방법으로 가망이 없어 보이는 한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박테리아 중 하나인

녹농균이 이 남성의 흉강을 감염시켰습니다.

 

녹농균은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고

심지어 알코올이 들어있는 손소독제에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몇 년간의 투병 후, 이 환자는 수 천 개의 파지와

녹농균에 듣지 않는 항생제를 흉강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몇 주 후 감염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치료법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약 회사들은 수십억 달러가 들어갈 이 치료법 연구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 승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드디어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2016년 당시 최대 규모의 파지 임상 실험이 시작됐고

그 후 파지는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적응해야 합니다.

항생제가 만능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거든요.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물질을 몸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수백만 명을 살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