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1.13(화) '장티푸스를 앓고 있네'

Buddhastudy 2018. 11. 14. 19:28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1917125

 

수없이 터지는 카메라 불빛 사이로 그는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았던 말은 실은 따로 있었지요.

 

염병하네

 

굳이 그 욕설의 사전적 의미를 풀어보자면 글쎄요...

장티푸스를 앓고 있네.” 혹은 전염병에 걸렸네정도가 될까...

결코 방송엔 적절하지 않은 단어였지만 모두는 까닭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니...

욕은 적재적소에 잘 사용된 셈이었습니다.

 

평소 화가 날 때마다 염병하네소리를 자주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는데,

제가 여러분 속을 후련하게 했다니...”

 

굳이 욕의 사회심리학을 동원하자면 아마 그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이런 욕은?...

 

"XXXX 너는 남의 마누라도 XXXX

너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XX같이 행동하냐, XXXXX, ?"

- 황준호 보네르아띠 대표

 

그가 내뱉은 욕설의 수위는 참으로 대단해서 말보다 삐- 소리가 더 많은 지경이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어디 빵집 한 군데의 일이었을까...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지는 이른바 갑들의 막말의 향연 사이로 각종 동물들은 물론이고 가족을 모욕하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욕은 칼이 되어...

당하는 사람은 물론 듣는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헤집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일까...

한 정보기술업체에서 개발 중인 상품은 그야말로 기발합니다.

- 처리해드립니다.”

 

콜 센터에 전화한 이른바 진상 고객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할 때 인공지능이 감지해서 대신 삐- 처리를 해준다는 것.

 

오죽하면 이런 기술이 나왔을까... 싶다가도

이러다가 세상엔 온통 삐- 소리만 넘쳐나지 않을까하는 괜한 걱정까지...

그것은 욕이 가져온 과학의 진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들레르는 뇌졸중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었지만

오직 한 문구만은 잊지 않았다

전설의 그 문구는 바로

제기랄! 이었다.

- 멀리사 모어 저·서정아 옮김 < HOLY SHIT >

 

사실 욕이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해 말을 모두 잃어버린 시인 보들레르가 끝까지 놓지 않은 단어가 바로 욕이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듯이

 

단전에서부터 올라와서 모두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욕이란,

인간 본성의 적나라한 표현이자

인간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문란.

 

태초에 욕이 있었다.’는 누구의 말처럼 누구나 욕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면...

제대로 잘 써야 한다는 이야기...

 

장티푸스를 알고 있네

- 처리는 하지 않았지만 모두를 후련하게 만들었던 욕설

그리고 삐- 처리를 하면서 잔뜩 가려놓았지만 모두를 참담하게 만든 욕설.

두 욕의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