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8)

회사생활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

Buddhastudy 2018. 12. 20. 20:10


대학교 시절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회사에 가면 도대체 무엇을 할까?”

그리고 회사에 입사했다.

무엇을 하는지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뻔했다.

그렇다면 공부를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테니까.

 

회사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누가 나에게 물으면 간단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회사에서는 문제 해결을 합니다.”

보통 문제라고 하면 골칫거리 같은 부정적인 것을 생각하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회사에서 문제라고 하면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비용절감이다.

화사로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언제나 큰 문제다.

언제나 회사는 직원들에게 비용절감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과자 공장에서 일한다고 가정하자. 마지막에 설탕 가루를 과자에 입혀 주는 공정을 예로 든다면,

분사식으로 뿌려서 입히면 과자에 흡착되지 못한 설탕 가루가 남는다.

그걸 그대로 버릴 수도 있지만, 그 가루를 다시 모아서 또 재활용하면 비용이 절감된다.

아니면 애초에 뿌리는 방식이 아닌 과자를 설탕 가루에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설비를 완전히 개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는 단순히 설탕 가루의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넣었다 빼는 방식이 뿌리는 방식보다 설탕 비용을 절감하겠지만, 설탕 가루가 과자에 입혀지는 균일도 면에서는 나쁠 수도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관점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회사의 일이다.

직급이 높아지면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문제를 찾아 나서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험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실험을 하는 것도 비용이 발생한다.

또 어떤 것은 원천적으로 실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혹은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을 평가해보려면 가장실험이 필요하다.

진짜 문제가 아니라 연습문제를 풀어야 한다.

 

종종 신문기사나 칼럼으로 한국 회사에 잘못된 회의 문화를 꼬집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회의시간에 말이 없다는 것이다.

 

상사만 말을 하고 나머지 부서원들은 수직적 구조에 짓눌려서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반만 동의한다.

실제로 보수적인 구조와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문화적 구조 때문에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원인이 전적으로 문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진짜 할 말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모든 삼성의 부서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 디스플레이 재직 시절에 우리 부서는 의견이 있으면 가장 말단인 사원을 포함하여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럼 왜 우리는 할 말이 없을까?

답은 교과서 연습문제에 있다.

 

모든 교과서는 단원 마지막 부분에 연습문제가 있다.

나의 대학 시절에 성적을 결정하는 핵심 중 하나는 연습문제 풀이집과 지난 시험문제를 가졌는지 아닌지였다.

 

연습문제 풀이집과 지난 기출문제를 달달 외워서 공부한 것이 시험에 나오면 그 과목은 어렵지 않게 높은 학점을 받았다.

사실 많은 경우 시험문제도 연습문제가 그대로 나오거나 약간의 변형인 경우가 많아서 역시 핵심은 연습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고 독파하는지 였다.

시간이 지나면 웬만한 풀이집은 복사가게에 오픈소스로 공유되었지만, 몇몇 풀이집은 은밀하게 아는 사람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구할 수 있었다.

 

만약 그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못하면 무방비 상태로 시험을 치르고 처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 생활과 회사 생활을 한 뒤 이렇게 대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정말 바보같이 공부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연습문제를 풀어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연습문제 풀이를 암기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무조건 풀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풀어보다가 막히면 바로 풀이집을 봤다.

그리고는 혼자 문제를 풀어봤다고 착각에 빠졌다.

 

연습문제는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자신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시력을 측정을 할 때 그 기호가 보이는 만큼만 말해야 정확한 시력을 알 수 있듯이, 연습문제도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면서 풀어 봐야 얼마나 아는지 확인이 되는 것이다.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연습문제의 가장 주된 목적 중에 하나다.

 

내가 높은 학점을 받고 우쭐했던 것은

마치 시력 측정표를 외워서 2.0이라는 시력을 받고 좋아한 것과 같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서

높은 시력을 가졌다는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연습문제와 씨름을 하면서 내 학습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하면 다시 더 공부해서 그 내용을 온전하게 소화해 내는 것이 올바른 학습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바로 풀이를 참고하거나 아니면 연습문제를 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대학생활 동안 회사에서 활용해야 할 전공지식이 제대로 축적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연습문제는 아무리 어려워도 답이 있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답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완벽한 정답을 찾을 때보다 최선책을 정답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교과서 연습문제도 악착같이 풀어 보려는 시도가 중요하지

사실 정답을 맞히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회사가 실전이라면 교과서 연습문제를 풀어 보는 것은 일종의 스파링이다.

어떤 권투 선수가 스파링도 없이 실전에 나간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스파링도 없이 회사라는 링에 올라가고 있다.

제대로 된 전략도 준비 없이 말이다.

 

그러니 공부를 했으면 연습문제를 풀자.

그렇게 연습문제로 지식도 축적하고 또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우자.

이건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재미를 위한 독서가 아닌 지식을 쌓기 위한 독서를 했어도 연습문제를 풀자.

연습문제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독후감을 쓰고 토론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 뒤 직접 문제를 만들어서 그 문제를 푸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언젠가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문제를 잘 찾아야 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비판적 사고가 수반된 능동적 독서를 통해 미리미리 다가올 임무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함께 제대로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