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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품격] 학전, 지하철 1호선 그리고 김민기

Buddhastudy 2019. 6. 10. 20:09


1991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사람이

지인의 건물 지하에

아는 후배들이 하는 극단에 들어오도록 소개한다.

 

그러나 돈이 모자라 입주 포기

미안한 마음에 보증금 5천만 원을 직접 장만하러 나선

주선자

 

음반사에 찾아가

“5천만 원을 선불금으로 주실 수 있습니까?”

 

20년 만에

자신의 노래를 정식으로 녹음한다.

 

김민기 전집 발매

고맙습니다, 학전

 

1991, 주선해주려 했던 지하 소극장을 얼떨결에 맡게 된 후

몇 개월 만에 빚더미

어차피 쌓인 빚이니, 너희들 와서 노래하고 싶으면 해.”

 

대중문화 판에서 밀려난

후배 아날로그 뮤지션들의 공연장

김광석 라이브 콘서트 1000회 기록 (1995)

 

그러나 개관 이후 쌓여온 적자

폐관 위기

기왕에 문 닫을 바에

직접 작품을 만들어 올려보자!”

 

극단 학전창단 (1994)

소극장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입한 라이브 연주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 ‘Line 1’을 수정, 번안)

 

회사원, 취객, 청소부, 대학생, 노숙자, 조선족, 실향민, 이주노동자, 가출여고생, 창녀, 기둥서방, 구청단속반, 깡패, 군인, 서울시장, 강남사모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해가는 인물과 내용

 

내내 공연을 본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지하철에 탄 채로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4년 어느 관람객의 후기

 

지하철 1호선

1000, 2000, 3000, 3500

공연의 진짜 주인공으로 초대된

지하철 1호선주변의 서민들

 

흥미롭게 봤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어느 주인공

 

4000, 한국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우고

수많은 소극장 공연에 큰 영향을 미친

<지하철 1호선>은 운행을 멈춘다.

(200812)

 

돈 되는 일만 하다가

돈 안 되는 일은 못하게 될까 봐.”

 

잘 나가는 공연들을 접고

집중하는 한 가지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인 10여 편의 아동 청소년극

 

입장료도 얼마 안 되고, 애들이 혼자 공연장을 찾아올 수도 없으니

공연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게 마련입니다.

아이들도 공연 보러 올 시간이 없어요.

학원 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이걸 하고 있냐고요?

내가 바보 같으니까, 미련하니까.”

-김민기 대표/개관 20주년 기자간담회 (2011)

 

바보같이, 미련하게

한자리에서 28년 동안 지켜온 것

 

우리한테 이런 것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돈이 안 되도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학전이 문 닫을 때까지 내가 할 일이지요.”

-김민기 대표

 

개관 30주년을 앞두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그간의 공연들을 다시 올리는

소극장 학전

 

고맙습니다, 학전

학전 소극장

여기는 조그만 곳이기 때문에

논바닥 농사가 아니라 못자리농사입니다.

모는 촘촘하게 키우지만

추수는 큰 바닥으로 가서 거두게 될 것입니다.”

-‘학전개관 당시 김민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