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전우용 사담

전우용의 픽 24화 - 대한(大韓)의 의미

Buddhastudy 2019. 7. 23. 20:21


전우용의 픽입니다.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 나라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우리나라의 이름 대한민국, 무슨 뜻인지 알고 불러오셨던가요?

당장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들만 보더라도

 

중국 그러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기들 나름의 자부심을 담았습니다.

일본, 해 뜨는 나라라는 뜻이었죠.

한국, 무슨 뜻일까요?

 

그래서 오늘 제헌절 71주년 기념 픽에서는

대한(大韓)이라는 나라이름의 뜻에 대해서

쓰면서도 잘들 모르고 썼던 그 이름에 대해서

우리의 이름에 대해서 한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1948년 제헌헌법 첫 문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로 시작했습니다.

 

주어를 대한국민이라고 썼고,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하는 그런 문장을 만들었죠.

좀 이상하지 않은가요?

대한민국이 있기 전에 대한국민이 있었다고 썼습니다.

그 대한국민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한제국 국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마는

그런 뜻으로만 쓴 것은 아니겠죠.

이 문장을 만들 때, 문장을 썼던 사람들의 고민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은 제헌국회가 구성되어서 헌법 기초 작업을 하는 동안에

세간에서는 국호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자 말자 하는 논의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떤 국호를 지어야 할 것이냐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가 나왔죠.

 

사실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정이 보도된 다음에도 그에 대한 반발의 소리가 높았었구요.

 

반발의 이유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첫째, 대한의 한은 고종이 지은 이름이다.

우리가 민주공화국을 수립하는 이 시점에서 망국의 군주가 지은 이름을 그대로 쓴다는 것이 가당한 일이냐? 라는 것.

 

두 번째, 대한의 한은 삼한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 역사상 삼한시대가 무슨 자랑스러운 시대였느냐. 무엇을 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냐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 다 잊힌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였죠.

 

세 번째로는 설사 한을 쓰더라도 그 앞에 작은 나라 주제에 대()자를 붙여서 대한(大韓)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에 오히려 남사스러운 일이다.

 

이런 비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럼 어떤 국호가 좋으냐 라고 몇몇 신문들에서 전문가들한테 지식인들한테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선 안 된다.

망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원래 대한제국이었던 나라이름을 일본이 강제로 바꾸어 놓은 것이 조선인데, 그 이름을 또 쓰기는 좀 그렇다.

그럼 어떤 이름이 가장 좋으냐?

외국인들이 다들 우리나라를 코리아라고 부르고 있으니 코리아의 우리말, 코리아로 알려지게 된 계기였던 그 시대, 고려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가장 좋겠다.

이게 여론으로서는 다수였습니다.

그래서 나라이름이 고려가 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한 어떤 학교는 학교 이름을 선점하기 위해서 고려대학교라고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반론,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으로 끝내 제헌헌법에서 이름을 확정한 이유는

첫 번째는 당연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인식 때문이었겠죠.

3.1운동 이후, 대한민국으로 이름을 정할 때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고종이 지은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있느냐, 나라 이름을 새로 짖자 라는 의견이 있었을 때에 알려지기로는 작은 사실 하나만 알려져 있죠.

신석우 선생이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합시다!” 이렇게 해서 그냥 대한민국으로 정했다고.

 

그럼 대한이라는 이름을 애초에 지을 때는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요?

사실 이름 짓는다는 것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장 강력한 권력적 행위입니다.

이름 붙이는 것은 그 대상의 본질을 규정하고 그 대상에 대한, 이름 짓는 자의 기대와 희망을 표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함부로 이름을 짓지는 않죠.

 

1897년 스스로 황제가 되고 나라를 제국으로 승격시키기로 결정한 고종이

()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여기에 어떤 기대와 어떤 희망을 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기대와 희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당시에도, 그리고 197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었을까요? 지금은 어떨까요?

()이라는 국호에는 그 일관성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1897년 당시 생각에서는 제국은 나라이름이 한 글자여야 한다, 라는 그런 상징적 믿음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적 세계,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국호를 붙이는 방식에서 참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중국 역대 왕조는 하, , , , , , , , , , 청에 이르기 까기 모두 한 글자를 썼습니다.

 

이건 일종의 어떤 법적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자기중심의 세계를 보는 관행이자 시각이었습니다.

 

자기 주변에 스스로 자기들이 오랑캐라고 규정한 이민족의 국가들에는 예외 없이 두 글자씩 붙였습니다.

부상, 일본, 조선, 유구, 안남, 토번, 돌궐, 흉노

저 유럽 국가들인 희랍, 라마, 아프리카 국가인 애굽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쭉 붙여서 두 글씩으로 정리를 해오다가

17세기에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적대관계에 한동안 돌입했었죠.

 

그리고 그 이후에 새로 관계를 맺은 유럽 국가들에는 대체로 세 글자씩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가 요즘도 그래서 그 이름들을 많이 써요.

불란서, 영길리, 미리견, 흉아리, 토이기, 오지리, 포도아, 서반아 하듯이.

 

한 글자는 중화의 나라요,

두 글자는 오랑캐의 나라이며,

세 글자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금수의 나라다.

이런 식의 구분법을 만들어냈던 것이죠.

 

나중에 아편전쟁 이후에 중국이 이른바 자기들이 오랑캐만도 못한 금수라고 낮추어보았던 얕잡아 보았던 나라들로부터 모욕을 당하면서 부터는 그들과 대등한 관계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고, 그래서 한글자로 바꾸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 나라이름과 관계없이 우린 여전히 그렇게 쓰죠.

미국, 영국, 법국, 덕국 이런 식으로 한 글자씩으로 바꾸어 줬던 겁니다.

 

, 만국공법 체제에서 중국과 대등한 국가로 선언한 이상

당시 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 글자로 써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 그 한 글자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가.

공식 기록에는 고종의 이야기만 나옵니다.

 

고종실록 36권 중()

우리나라는 곧 삼한의 땅인데, 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다

또 매번 각국의 문자를 보면, 조선이라 하지 않고 한이라고 하였다

 

사실 역사적 사실하고 딱 맞지도 않는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삼한을 통일해서 조선 왕조를 건립했고 그것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외국의 문서를 보더라도 우리를 조선이라고 보기보다는 한()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니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신하들, 심순택 조병세 등의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이것이 같은 맥락에서 찬동을 하죠.

1. 한글자로 써야 한다.

2. 그리고 한()이라는 이름이 조선의 조()자와 생김새도 비슷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중요한 조선 후기 이래 유교지식인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생각이 그 이름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뭐 이런 논리가 다소 어색하거나 또는 사대주의적이다. 이런 지탄을 받을만한 구석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만,

3. 조선후기 지식인들은 중국식 화이론, 주자성리학의 화이론을 신봉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 무렵에 나온 우리나라 역사서들은 항상 이렇게 시작합니다.

단군 기자 이래로단군 이래로 라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단군 기자 이래로라고 시작합니다.

단군은 중국 요나라 때와 같은 시대에 이 땅에서 스스로 나라를 세운 창업의 원조인데

기자는 중국 은나라가 망할 때 은나라에 복종을 피해서 동쪽으로 옮겨와 중국과 같은 수준의 문화의 문명을 전수해준 인물로 추앙했던 인물이죠.

 

단군은 창업의 군주요

기자는 교화의 군주다.

그리고 군주다운 군주는 기자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조선후기 역사학자들이 인식한 바로는 또는 조선후기 지식인들이 인식한 바로는

이 기자조선을 힘으로 폭력으로 무너뜨린 그런 역적정권이 위만조선이 된 것이구요

이 위만조선에 나라를 빼앗기고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인 준왕이 남하해서 삼한을 건설했다. 라는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통을 삼한에 두었던 거죠.

삼한(三韓)의 한()에 대해서는 이것이 우리말 하나 할 때 한과 같은 뜻으로써

으뜸이다, 최고다. 처음이다. 이런 뜻을 가진 글자다.

그래서 대한(大韓)의 한도 그런 뜻이다 라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마는

 

고종당대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자의 맥을 잇는 그런 나라로 만들겠다. 교화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기에 담았던 것이죠.

 

아시다시피 대한제국 선포 이후에 만들어진 노래가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입니다.

애국가 후렴구 한번 생각해 보실까요?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힘나고 자랑스럽고 자부심 느껴지고, 그런 가사인가요?

이 나라가 언제 망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 위기감이 이 가사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사람이 이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잘 지키고 보전합시다.

이 간절함을 표현한 거예요.

 

그런 위기의식 속에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힘으로 물리력으로 스스로 독립을 지킬 수 있을까?

그 이름을 지은 고종 자신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대신들도 동조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이라는 이름에는 고대, 그 삼한이 있었던 시대,

비록 세계문화의 변방에 위치해 있지만, 세계사의 변방에 위치해 있는 나라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당대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던 중국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중국과 동등한 문화수준을 가진 나라였다라고 하는

그런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고종이 대한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 자는 그 당시의 관행적으로 쓰던 대영제국, 대청제국, 대일본제국 하듯이 관행적으로 쓰던 접사였고,

나라 이름은 제국의 이름 이였고

그 다음에 국체(國體)로 표시한 황제의 나라 제국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이름이 대한제국이었죠.

 

이때 대한은

힘이 아니라 문화로써

무력이 아니라 교화로써 다스리는 나라,

그러면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 문화를 지키는 나라,

 

그렇게 해서 이른바 독립국으로서의 문명국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나라

라는 그런 생각이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었던 겁니다.

 

3.1운동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할 때에도 사실은 국제적 조건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우리 민족의 위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망했으니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흥하자.

흥할 수 있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죠.

 

전에 픽에서도 한번 말씀드렸습니다마는 백범 김구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힘으로, 부력으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오,

문화로 세계 최고가 되고자했던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던 것도

바로 이 한()이라는 국호에 담았던 당대 우리 조상들의 정신이 계승된 결과입니다.

결국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이르기까지 이어졌던 것이죠.

 

이제 누가 외국인들이

너희 나라가 응원할 때마다 대한민국 박수를 치는데 대한민국이 무슨 뜻이냐?” 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문화적으로 세계 최고수준이 되기를 지향하는 그런 나라이다. 그런 민족이다.

그런 우리의 공통된 마음을 생각을 이 국호에 담은 것이다라고요.

 

, 전우용의 픽,

오늘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