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이란 제1원인을 말합니다. 이것을 형상화하면 어떤 모양이 적합할까요? 언어로 담지 못하는 실존을 어떤 구체적인 모양으로 그려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런 점을 사전에 두고, 가장 근접한 형태의 도상(圖象)을 설정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일체의 머무름이 없으면서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초월적 존재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건 딱 두 개뿐입니다. 점과 원입니다. 점은 위치는 있지만 면적이 없습니다. 위치가 있기에 有이지만 면적이 없어 無입니다. 그래서 非有非無입니다. 이런 점과 같은 것이 원입니다. 어딘가에 걸려 있는 모서리를 전부 없애면 원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모서리가 없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상 속 이론에선 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