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빠다 제20장 <길>
282.
실로 명상에서 지혜가 생기고
명상하지 않으면 지혜는 사라진다.
지혜가 생기고 사라지는
두 길을 알고 나서
지혜가 깊어지도록
자신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 게송이 설해진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정사에 계시던 때에 뽀틸라라는 장로가 있었다.
그는 경전에 통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스님들에게 경전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경전을 많이 안다는 점 때문에 자만심이 아주 강했다.
부처님께서는 뽀틸라 장로에 대해
‘이 비구는 스스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없구나.
그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그를 일깨워줘야겠다’라고 생각하셨다.
그때부터 부처님께서는 뽀틸라 장로가 시중들러 올 때마다
‘뚯차 뽀틸라여, 오라, 뚯차 뽀틸라여, 앉으라. 뚯차 뽀틸라여 가라’라고 하시며
뽀틸라 장로를 뚯차 뽀틸라라고 부르셨다.
‘뚯차 뽀틸라’는 ‘텅 빈 뽀틸라!’라는 뜻이다.
뽀틸라 장로는 부처님께서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듣고는
‘나는 경전에도 통달하고 많은 비구들에게 가르침을 설한다.
그런데도 부처님께서 나를 텅 빈 뽀틸라라고 부르시는 것은
내가 진지하게 명상수행도 하지 않고
그 어떤 선정의 경지에도 이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뽀틸라 장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제따와나 정사로부터 120요자나 떨어진 숲속 사원으로 향했다.
그 사원에는 서른 명의 스님들이 지내고 있었다.
맨 먼저 그는 그 사원의 최고 장로를 찾아가
“존자시여,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최고 장로는 뽀틸라 장로에게
“존자시여,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히려 저희가 존자님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라고 말하였다.
사실 그 사원에 머물고 있던 서른 명의 스님들은
모두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었기에
뽀틸라 장로에게 수행 지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원의 최고 장로는
‘이 비구는 많이 안다는 것에 대한 자만심이 크니
그의 자만심부터 꺾어야겠다’라고 생각하여
뽀틸라 장로를 자신보다 손아래 스님에게 보냈다.
두 번째 스님도 뽀틸라 장로를 바로 손 아래 스님에게 보냈고
이렇게 계속 손 아래 스님에게 보내져서
마침내 그 사원에서 가장 어린, 이제 겨우 일곱 살밖에 되지 않는 사미승 앞에 보내졌다.
어린 사미승은 낮 시간 내내 바느질에만 집중하고
뽀틸라 장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만심을 버리게 된 뽀틸라 장로는 사미승 앞에 정중히 합장하면서
“저의 의지처가 되어주십시오.”라고 청하였다.
어린 사미승이 뽀틸라 장로에게
“존자님께서 저의 훈계를 잘 따르신다면 제가 의지처가 되어드리지요.”라고 말하자
장로는
“스승께서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사미승은 장로를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다면 가사를 입은 채로 저 연못에 뛰어드십시오”라고 하며 근처의 연못을 가리켰다.
사미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로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장로의 옷이 물에 젖은 것을 본 사미승은
“이리 나오십시오, 존자님!”이라며 장로를 불렀다.
물속에서 나온 장로에게 사미승은
“존자님, 개미굴에 여섯 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 굴로 도마뱀이 들어갔습니다.
그 도마뱀을 잡으려면 다른 다섯 구멍은 막고
한 개의 구멍만 열어놓은 채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존자님도 여섯 감각의 문을 다루어야 합니다.
눈, 귀, 코, 혀, 몸이라는 다섯 감각의 문을 닫고
마음의 문이라는 한 감각의 문에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경전에 통달하고 있던 장로는
기름등잔에 불이 붙듯 그 사미승의 가르침을 즉시 이해했다.
장로는 사미승에게
“스승이여, 스승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몸의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120요자나 떨어진 곳에서도 뽀틸라 장로의 수행의 진전을 보시고는
‘이 비구는 광대한 지혜를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는 그의 앞에 나타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셨다.
/실로 명상에서 지혜가 생기고
명상하지 않으면 지혜는 사라진다.
지혜가 생기고 사라지는
두 길을 알고 나서
지혜가 깊어지도록
자신을 확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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