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서울 가는 길입니다.
오늘 하루 가게 문 닫습니다.
꼭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서요.
오늘 나는 100만 명을 만납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촛불로 켜져 있는 광화문역입니다.
이번 역에서 내리시는 분들은 몸조심하시고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지하철 5호선 2016.11.12. 안내방송
8차선 아스팔트 위를
자유롭게 걷고, 아무데나 앉고
처음 보는 사람과 촛불로 인사하기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외치는 소리
“이쪽 조심하세요.”
“유모차 지나가요.”
“필요하신 분들 와서 같이 써요.”
모유 수유를 위해 친 텐트에 종이 간판을 붙인 부부
서로를 배려하며 천천히 걷는 길
광장으로 가는 길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좋은 나라에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왔어요.”
-어느 고등학생
“어린 학생들이 나온 걸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젊은 세대에 미안합니다.”
-70대 할머니
“친구들과 촛불을 모아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있던 아저씨고 함께 촛불을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감동이었어요.”
-20대 여성
“나 같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촛불을 들고 나올 정도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만들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어느 주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박수치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 100만 명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눈 위로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서로의 벽을 지우며 ‘수고 했어요.’
광장에서 보낸
긴 하루, 신기한 하루
신기하게 깨끗해진 광장
“시민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해주시는
청소는 도저히 상상을 못했습니다. 솔직히.”
-텅 빈 쓰레기봉투를 든 환경미화원
촛불이 꺼지고
광장을 빠져나가던 발걸음
“기념사진 찍자!”
“여기서?”
모두가 하나가 된 우리를
광장은
기억할 겁니다.
100만 명이 만났던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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