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유방암 4기 항암 투병 중입니다.
현재 저희 어머니께서 동생 가까이에서 동생을 돌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번은 동생이 자기가 암에 걸린 이유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동생이 아프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동생을 돌보면서 그런 말을 듣게 되는 어머니의 건강도 걱정입니다.
동생이 너무 부정적이고 원망 어린 말을 쏟아낼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지니 감정 조절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의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어머니와 유방암 4기인 동생 중에 지금 누가 더 급해요?
더 급한 사람이 어떤 말이든 막 쏟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동생이 하는 말을 자꾸 어머니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세요.
동생은 무슨 말이든 자기 마음에 있는 걸 쏟아내는 게 정상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동생에게는 더 좋은 일이에요.
동생은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죽을 때 죽더라도 자기 속에 있는 상처를 마음껏 쏟아내고 죽는 게 낫죠.
그리고 그런 말들을 다 쏟아내야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스님이 가끔 ‘남편이 술 먹는 걸 보약이라고 생각해라’ 이렇게 얘기하니까
술이 어떻게 보약이냐고 들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술을 먹는 이유는
내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다 풀면 아내가 받아줄까요?
싸움이 나서 같이 못 살게 되겠죠.
그래서 남편은 술을 먹는 것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겁니다.
술만 생각하면 나쁘지만, 생명적 관점에서 보면
술을 마셔서 하루하루 생명줄이 더 길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술이 약이라고 하는 겁니다.
약과 독이 따로 없습니다.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작용하면
술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약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쪽으로 작용하면
산삼이라 해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하면 약이고, 건강을 나쁘게 하면 독인 거예요.
음식이 맛있다고 과식을 하는 것도 다 독이 되는 일입니다.
입에는 맛있지만 몸에는 독이에요.
특히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그렇습니다.
요즘은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도록 해서 키우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의 몸에 독성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독성이 든 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
여러분들의 몸에도 다 독이 되는 겁니다.
약과 독이 본래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스님이 건강이 안 좋은데 고기 몇 점을 먹었더니 원기를 회복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게 고기예요, 약이에요?
그때는 약이 되는 겁니다.
고기를 안 먹는다고 고집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본인만 손해인 겁니다.
마찬가지로 약을 안 먹어서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교적인 믿음 때문에 수혈을 안 해서 죽는 사람도 간혹 있고요.
이런 것은 믿음의 영역에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동생이 그런 식으로 마음속에 있는 한을 풀어내는 것은
오히려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조금이나마 수명이 더 연장될 수도 있고요.
‘한을 품고 죽으면 원귀가 된다’ 하는 말이 있듯이
설령 죽더라도 한을 풀고 죽는 것이 동생에게 더 좋은 것입니다.
그러니 동생이 마음껏 얘기하도록 오히려 맞장구를 쳐주면서 들어주면 됩니다.
‘그래 네가 어릴 때 참 힘들었지.
언니가 여태껏 잘 몰라줘서 미안해’
이렇게 얘기해 주고 동생의 말을 많이 들어주세요.
엄마도 딸에게
‘내가 널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엄마도 부족해서 그랬어. 지금이라도 옛날에 마음 아팠던 거 전부 얘기하렴’
이런 식으로 아픈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동생의 얘기를 온전히 들어줄 수준이 안 되면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엄마를 나무랄 수도 없어요.
엄마도 자신의 한이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 엄마가 동생의 얘기를 못 들어줄 상태라면
동생의 얘기는 질문자가 들어주되 그 내용을 엄마에게 전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만약 동생이 엄마한테 하소연할 때 엄마가 받아줄 상태가 아니라면
엄마에게 이렇게 제안해 보세요.
‘엄마, 동생이 많이 아프고 힘든데
죽기 전에 속에 있는 얘기라도 다 하고 죽도록 우리가 좀 풀어주면 어떨까요?’
너무 살고 죽는 것에 연연해서 생각하지 말고
동생의 한을 풀어준다는 관점을 가져 보세요.
한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한을 풀게 되면 어쩌면 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살고 죽는 것에 너무 매달리면
나중에 동생이 죽게 되었을 때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4기까지 진행된 암이라면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어요.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확률이라는 게 있잖아요.
암이 4기까지 진행된 사람도 천 명 중에 한 명은 살 수가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치료를 받아서 사는 게 아니고,
생명의 원리에 의해서 살아날 수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확률이 매우 낮죠.
대부분은 의사의 진단대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진단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기독교를 믿어서 나았거나,
절을 하고 기도해서 나았다고 하면 난리가 나죠.
제 말은 자연적 생명의 원리에 의해서 살아날 확률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천 명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은 수치로 계산하면 0.1%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종종 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사가 예측한 대로 동생이 죽게 되면 사별을 할 수밖에 없고,
조금 더 길게 연명이 되면 그것대로 동생의 옆에 있어주세요.
살아나면 살아나는 대로 기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동생을 보살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동생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동생이 악담을 하고 화를 내면 낼수록
동생한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쁘게 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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