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고등학생 아들이 토론토에 유학을 왔고
1년 뒤인 올해에 제가 어렵사리 회사를 휴직하고 아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 밖에 나가지 않고 항상 집에만 있습니다.
친구를 사귀지 않아서 제가 왜 그러냐 물었더니
항상 끝이 안 좋아서 친구를 안 사귀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모든 관계에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으니까 그런 시기를 잘 지내면
친구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지만
제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원래 내년에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는데 일찍 끝내고
한국 가서 공사장에서 일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밥 차려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 눈에는 자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제 눈에만 아이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야 할까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면
실망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할 때는
우선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하는
인간의 성향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이면
비정상으로 분류가 됩니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통계적으로 95%의 안에 들어오면 정상이라고 말하고
95%의 바깥으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거죠.
그래서 정상인 중에도
각각의 성향을 감정적인 측면부터 이성적인 측면까지 분류해서
몇 가지 유형의 성격으로 심리학자들이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모두 95%의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고,
95%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로 취급을 하게 됩니다.
즉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95%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환자도 있지만
모두가 존경하는 성인도 있을 수 있어요.
예수님과 부처님 같은 성인도 95%의 바깥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천재도 95%의 바깥에 있습니다.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성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질문자도 아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의 한 성향인지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만약 우리 아들이 성향이
보통 아이들이 갖는 여러 성향 중 어느 한 성향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그 성향을 인정해야 됩니다.
그걸 바꾸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정상인의 범주인 95%의 바깥에 나가 있다면,
가령 두문불출한다든지, 게임만 한다든지, 그런 정도라면
환자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지면 신을 치료해 주듯이
정신적으로도 치료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왜 병이 났을까요?
첫째, 대부분은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정신이 좀 약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나는 것은 아니에요.
사춘기 때 친구하고 싸운다든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병이 나거나
아니면 여기 이민을 와서 언어가 안 되다 보니까 병이 나거나
아니면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서 좌절감을 느끼거나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원래의 약한 성향과 결합되어 병이 나는 것입니다.
반면에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아무리 실패를 해도 병이 안 납니다.
또한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약했다 하더라도
환경에 큰 변화가 없으면 병이 안 납니다.
그러나 그 둘이 겹치면 발병을 하게 됩니다.
질문자의 아들은 제가 보기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95%의 경계 지점에 있지 않은가 싶어요.
그러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진을 일단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의사가 아이의 성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다고 판정하면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아요.
치료에는 약물 치료가 있고, 상담 치료가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서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되
그러나 약간 소극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사람마다 친구를 다방면으로 많이 사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고,
몇 명만 사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성향을 남들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 안 됩니다.
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늘 가족과 집만 찾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을 하면 회사 끝나고 곧바로 집에만 오는 남자가 있고
온 천지를 돌아다니면서 맨날 밤 12시가 되어야 들어오는 남자가 있습니다.
맨날 밤 12시에 들어오는 남편하고 사는 아내는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남편을 부러워하고
반대로 땡 하면 곧바로 집에 들어오는 남편하고 사는 아내는
‘남자가 친구도 없냐?’ 하면서 너무 일찍 들어온다고 답답해합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가끔 집에 늦게 들어와야
나도 돌아다닐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아내와 가족밖에 모르는 것도 좋은 게 아니에요.
물론 너무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이지만요.
항상 지나친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의 성향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들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구나’ 하면서
그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약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이지만
그중에는 창조적인 개척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계속 암기하고 시험 치는 획일적인 학교 교육이
본인의 기질과 맞지 않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창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신 질환자가 아니에요.
그래서 엄마는 우리 아이가
학교 시스템과 맞지 않는 것인지
적응이 어려운 환자인지
대화를 해봐야 합니다.
‘너는 무엇을 원하니?’
‘저는 노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럼, 한번 해봐라.’
이렇게 대화를 해서 아이의 특성을 열어줘야 합니다.
특별한 성향에 속하는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하고
정신 질환에 속하는 것은 치료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니 우선 병원에 데려가서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엄마는 아이에 대해서 연구를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이의 특성이 어떠한지 체크하고
내가 잘 모른다면 전문가한테 물어서 공부도 좀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한국에 가서 막노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엄마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공부시키려고 외국까지 데려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집착이잖아요.
아이는 엄마의 약점이 자신의 공부이니까
본인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해야
엄마가 자신한테 살살 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의 말은 협박일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이가 막노동을 하는 것이
어쩌면 아이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 가는 것을 연기해 놓고
오히려 막노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에게는 좋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 우선 병원에서 검진을 먼저 받아보고,
검진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면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막노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진심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엄마를 협박하려고 하는 말일 수가 있으니까요.
만약 아이가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면
기꺼이 수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엄마를 협박하는 말이라면
그냥 협박을 당해주면 됩니다.
무서워하는 척하면서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너 좋은 대로 해라’ 하면서
조용히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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