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필요한데 왜 나를 내려놓아야 하죠? (2023.09.09.)

Buddhastudy 2023. 11. 29. 19:52

 

 

내면적인 삶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불교에 대해서는 초보자인데요.

불교에서는 나 자신을 내려놓는 것,

그리고 내가 모든 사람, 심지어 내가 다투는 사람들과도

하나라는 것에 대해 말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의 자유의지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더 쉽게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가르침도 들었습니다만

그게 저한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스님의 경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스님은 자신을 내려놓으며

어떻게 모든 이들과 하나가 됨을 철저하게 인식하시나요?

스님의 내면은 어떠한가요?//

 

 

자유의지를 놓아버리는 것이 핵심은 아닙니다.

그것이 괴로움을 가져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괴로움을 가져온다면 놓아버리라는 것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아니라면 놓아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유의지가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면

놓아버리라는 겁니다.

자유의지가 괴로움의 원인이 아니라면

자유의지대로 행동해도 괜찮습니다.

더 추가적인 질문이 있습니까?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청년일 때 경찰에 잡혀가서 고문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내가 잘못한 것을 고백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말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구타를 하다가

나중에는 물고문이라고 해서 숨을 못 쉬게 했습니다.

고문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견디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못 쉬어서 거의 의식을 잃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하얀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그 화면에 개구리가 한 마리가 매를 맞고 쭉 뻗어서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제 현재의 처지와 똑같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개구리를 많이 잡았습니다.

작은 막대기로 개구리 등을 때려서 죽인 다음 닭의 먹이로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았습니다.

 

불교를 만나서 살생하지 말라고 아무리 배워도

개구리를 잡은 것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구리처럼 죽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개구리가 얼마나 두려워했을지

또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자책하는 마음이 들면서

너 같은 놈은 죽어야 돼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문에 대해 저항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조금 지나서 고문도 멈췄습니다.

저항을 멈추자 고통도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고문을 당하는 사람도 매우 힘들지만

고문을 하는 사람도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고문을 하는 사람들도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휴식 시간에 그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어요.

우리 딸이 대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에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지방 대학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아.

그러면 경비가 많이 들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들은 아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고문하는 악마가 아니고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시민이구나.

그들도 집에 가면 사랑하는 한 여인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한 노인의 아들이고

직장에 가면 평범한 직원일 뿐이구나.’

 

그 순간 제 안에 웅크리고 있던

그들에 대한 증오심과 미움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향해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어요.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고문을 받으면서

그리고 고문하는 자들의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들으면서

저는 그제야 그 성경 구절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은

경험을 통해 의문을 해소할 수가 있습니다.

지식으로 아는 것은 실제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해’, ‘무언가를 더 버려야 해

이렇게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으로만 움켜잡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로 행동할 때 여러분들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허상의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