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옛날부터 좋아했던 노래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입니다.
통일이라는 과제는 우리 민족의 소명이자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통일이 가까워지기보다는 오히려 진영 논리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점점 요원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통일은 남한과 북한이 하는 것인데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아요.
미국, 일본, 중국의 이해관계가 많아서 정작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남북한이 직접적인 교류를 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민간단체라도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어려운 부탁이지만 스님께서 그런 활동을 하는 운동 본부를 하나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그런 일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평화재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초종교적으로, 초정파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기는 힘들고,
부모들은 아이를 잘 가르치고 싶지만 막상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잘 안 듣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게 인간사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이 소원이지만,
국제 정세의 변화는 그걸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미·중이 패권경쟁하는 현 정세에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통일된 대한민국이 혹시 중국과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고,
중국 입장에서는 통일된 대한민국이 미국과 일본 쪽에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하고 우려를 합니다.
각자가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통일된 한국이 자기편에 확실하게 설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자기들이 확보하고 있는 자기편을 지키는 것이 통일된 대한민국이라는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것보다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
그런 측면에서 지금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패권 경쟁을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는 국면입니다.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양쪽을 살리면서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급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는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줄을 서는 방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이 방침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하기 전에
즉 미국과 중국 사이가 나쁘지 않을 때
남과 북이 빨리 합의를 해서 통일의 기회를 가졌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놓쳐버렸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요즘은
과거에 비해 통일의 가능성이 조금 멀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통일은 남과 북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원하면 남북이 서로 합의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주어진 조건은
설령 남과 북이 합의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 남과 북이 실행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 때 평양에 가서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남한이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금강산 관광도 못 했고, 철도 연결도 못 했고, 개성공단 재개도 못했어요.
셋 중 하나도 남측이 지키지 못하니까
북한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남한과 합의를 하느냐?
어차피 합의를 해도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지
남한과 이야기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하려고 했는데
그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이 고착되어 흘러온 거예요.
지금 남한 정부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를 둘러싼 조건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국제사회의 협력하에 남과 북이 합의해서 통일을 이루면
통일된 대한민국은 세계 7위 안에 들어갈 만큼 급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지만, 공부는 잘 안 되는 것처럼,
통일을 이루면 잠재적 성장 동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실이 그걸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아무리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통일 이후에 아무리 많은 이익이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통일은 꿈꾸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전쟁만 안 나도 다행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습니다.
미중의 갈등이 대만해협에서 나타날지
한반도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나타날지
몇 년 안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보와 보수, 여야를 떠나서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은 그 무엇보다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심지어 지금 남과 북은
‘까짓 거 한 판 붙자!’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방어용 핵훈련이 아니라 공격용 핵훈련을 하고 있고
핵무기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남한도 한미 군사훈련에서 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꼭 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어도
이런 긴장감이 고조되면 자칫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은 적어도 전쟁은 안 된다는 관점을 확실히 가져야 합니다. 이 땅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정부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입장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일궈놓은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현재 남북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 무기의 양이 엄청납니다.
남한에게는 북한의 핵무기가 위협이지만
북한에게도 남한은 큰 위협입니다.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무기의 양은 세계 6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충돌이 일어나면 피난도 못 가보고 모두가 죽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정도로 지금 한반도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집중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혹자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이 안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클 것이 자명하니까 전쟁이 안 날 거라는 거죠.
하지만 그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특정 정부, 정파, 종교를 떠나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이 땅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관점을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에 남한이 조금이라도 참여하게 되면
결국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됩니다.
이것은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이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러시아 기술을 도용해서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러시아 무기가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매우 안타깝긴 하지만
‘옛날에 우리도 도움을 받았으니 우리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하며
우크라이나를 돕기에는 아직 우리가 놓인 처지가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처지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선에서 조절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욕만 하지 말고
현재 정세를 직시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막상 그 자리에 가보면 똑같이 골치가 아플 겁니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줄을 서는 게 나을지 고민이 될 거예요.
이러다가 만약 미중 갈등에서 중국이 져서 중국이 분열되면,
미국 쪽에 줄 선걸 두고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평가를 하게 될 것이고
미중 갈등이 장기전이 되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게 다 외교를 잘못해서 그렇다는 평가를 하게 될 겁니다.
모두 결과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어떤 길이 바른 길인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현재로는 민간차원에서도 어떤 교류나 협력도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질문자의 애국심은 높게 사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현재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분 모두가 마음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성과를 우리 대에서 허물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어디를 가든 갈등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갈등이 없는 게 아니라
갈등을 무력으로 풀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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