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를 지키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행은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내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으니
집에서 매일 엄청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든 말든
나 홀로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이런 것에 대해 말하면 가족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애초에 아이에게 잘못된 습관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조차 제 욕심일까요?
남편이 흥청망청 소비하는 행동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저의 사로잡힘일까요?//
네, 그것도 사로잡힘입니다.
‘아끼는 것은 옳고, 펑펑 쓰자는 것은 틀렸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는 아끼자는 사람도 있고, 펑펑 쓰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 이렇게 인정해야 됩니다.
‘혼자 살아야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스님처럼 혼자 살면 되고,
‘둘이 살아도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결혼해서 살면 됩니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게 아니고
서로 다를 뿐입니다.
다만 나는 그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나는 스님이 되었으니 잘 사는 것이고,
여러분들은 결혼을 했으니까 못 사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절대로 안 하잖아요.
어떤 인생의 길을 선택하든 그건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내 자유가 남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내 이익이 남의 이익을 침해해서도 안 됩니다.
자제하지 못하고 남의 이익을 침해하게 되면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 계율인 오계가 나온 것입니다.
첫째,
내가 어떻게 살든 그건 내 자유지만
남의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즉, 남을 죽이거나 때려서는 안 됩니다.
둘째,
내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남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즉,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쳐서는 안 됩니다.
셋째,
내가 어떤 즐거움을 누리든 그건 내 자유이지만
타인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즉,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내 자유이지만
말로 남을 괴롭히거나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즉, 욕설을 하거나 사기를 쳐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내가 무엇을 먹든 그건 내 자유이지만
먹고 취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즉, 술이나 마약 등 중독성 물질을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라면 최소한 이 다섯 가지는 지켜야 합니다.
더 많은 것을 지키면 좋지만, 그 외에는 선택사항입니다.
조금 더 내가 할 수 있다면 세 가지를 더 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즉, 소비를 늘이지 말아야 해요.
둘째,
내가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겸손해야 합니다.
즉, 잘난 척하지 말아야 해요.
셋째,
쾌락을 너무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더라도
쾌락에 빠지게 되면 남으로부터 비난을 받기가 쉽습니다.
오계를 지킬 뿐 아니라
이 세 가지 덕목을 실천하면
머리를 길러도 법사라고 불리거나
훌륭한 사람이라고 존경받게 됩니다.
오계에 이 세 가지를 더 해서
여덟 가지 계율인 ‘팔계’라고 합니다.
오계와 팔계는 2600년 전에 생긴 겁니다.
현대에는 계율의 의미를 조금 달리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다섯 가지 계율을 18가지로 세분화했고
여덟 가지 계율은 40가지로 세분화해서 지키도록 하고 있어요.
그중에는 가능하면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생활하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나오면 반드시 분리수거를 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으니까
그런 계율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남편은 불교대학을 안 다니잖아요.
그러니 자신의 관점에서 ‘당신들이 잘못했다’ 하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남에게 요구하지 말고 나만 잘하면 돼요.
그들은 펑펑 쓰더라도 나는 검소하게 생활하면 됩니다.
‘실컷 아껴놓으니 쟤네들이 다 쓰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같이 펑펑 쓰는 것보다는 나만이라도 덜 쓰는 것이 낫죠.
같이 쓰레기를 많이 내놓는 것보다는 나만이라도 덜 내놓는 것이 낫습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모습을 배우게 되지 않느냐고 걱정할 수가 있는데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런데 내가 불교대학 안 다니고 이런 공부를 안 했으면
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아빠를 따라 하는 것 같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마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제일 많이 줍니다.
그러니 우선 나부터 계율을 잘 실천해 나가면 돼요.
짜증 내고 싸우기보다는 나부터 실천을 해보는 겁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가끔 남편에게도
‘이러면 어떻겠어요?’ 하고 부드럽게 의견을 한번 개진해 보면 돼요.
남편이 오케이 하면 다행이고,
‘안 돼’ 하면 ‘알았어’ 하고 내버려 두세요.
또 시간이 얼마 지난 후에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하고 제안을 해보세요.
그때 오케이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그래, 알았어요’ 하면 됩니다.
이렇게 꾸준히 시도를 해보면 되지
그것 때문에 화내거나 짜증내거나 틀렸다고 말하면 안 돼요.
그들은 범죄인이 아니고 그냥 보통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잖아요.
스님의 즉문즉설 내용 중에 재미있는 걸 메시지로 보내주면서
그들의 시각을 조금씩 호의적으로 바꾸어 나가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남편부터 먼저 질문자를 따라 할 수도 있겠죠.
안 그런다고 화내고 짜증내면 절대로 안 따라 합니다.
왜냐하면 따라 하면 질문자한테 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안 지려고 끝까지 일부러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항상 시간을 두고 나부터 실천해서 모범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부드럽게 권유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
때리면 고소를 해야지요.
폭력은 오계를 넘어서서 법률적으로 범죄에 해당합니다.
성추행도 범죄에 해당합니다.
욕설도 지나치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범죄가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한 번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고소를 해야지요.
그런 행위는 법에 저촉됩니다.
예전에는
자기 아들이라고 마음대로 때리고
자기 아내라고 마음대로 때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가정폭력 범죄에 들어갑니다.
폭력을 행사한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하더라도 신고를 해야 해요.
그러나 죄를 지어도 내 남편이니까 구치소에 면회는 가줘야겠지요.
하지만 절대로 고소를 취하하면 안 됩니다.
내 남편이라도 범죄행위는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범죄도 막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냥 맞고 살라는 것이 아니에요.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받지 말고 자신의 권리는 지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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