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한국어로 해도 힘든 걸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구요?
다른 건 다 하겠는데, 영어 발표만큼은 절대 못하겠어요.”
세계화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현대 사회 속에서 외국어, 특히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해외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극소수 직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며,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는 듯 많은 대학교들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토익이나 토플같이 전반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측정하는 제도가 있지만, 아무리 고득점을 받은 사람들이라도 막상 외국인과 대화를 하려 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그저 대화 내내 끌려 다니기 일쑤다.
문제는 이렇게 영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비단 한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기업가들이 인정한 프레젠테이션 코치이자 유명한 MBA강사인 데로라 리겔은
영어사용, 특히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건 비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난 대부분 사람들의 문제라고 말한다.
수많은 비영어권 출신 기업인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대부분은 유학이나 별도의 교육을 통해 영어권 거주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어휘력, 작문력, 그리고 청취력을 갖추었음에도 이상하리 만큼, 영어로 발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겁니다.
물론 원어민들이라고 해도 모두가 발표를 유창히 해내는 건 아닙니다.
그들도 발표를 할 때 수많은 실수를 하고 그 중 몇몇은 비영어권 출신보다 낮은 영어 구사력을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비영어권 출신들의 문제 속에는 매우 큰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두려움이죠.
그들은 자신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엑센트, 발음 같은 부수적 요소 때문에 발표의 퀄리티를 낮게 평가할 거라 생각한 겁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오늘도 영어 발표를 피하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부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3가지 팁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이 방법들만 사용해도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몰아내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발표 연습 시간의 60% 이상을 자료 준비가 아닌 연습에 주력하세요.
예전에 제 발표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자그마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여러분은 자료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까?
말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까?”
놀랍게도 거의 90% 이상의 학생들이 연습시간의 대부분을 말하기 연습이 아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투자한다고 하더군요.
이는 비원어민과 원어민이 공통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실수로, 청중들은 생각보다 발표자 뒤의 자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연히 수치나 자료를 담은 간단한 보조 자료는 꼭 필요하지만, 그들이 정말 주목하는 것은 무대 앞에서 발표하는 사람입니다.
보조 자료의 질이 아무리 높아도 정작 말하는 사람이 횡설수설 하거나 그저 자료를 읽기만 한다면 그 발표는 안하느니 못한 최악의 발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대본을 만들고, 이를 꾸준히 연습해서 이에 익숙해진다면, 이는 발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 조언도 어렵지 않습니다.
발음과 엑센트에 신경 쓰지 말고 말하는 속도를 줄이도록 노력해보세요.
영어를 외국어로서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발음이 완벽하다 입니다.
이런 오해를 갖기 쉬운 이유는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일반적인 미국 표준어 발음에 익숙해지기 때문인데, 놀라우면서 웃긴 사실은 정작 미국에서 나고 자란 원어민들도 그런 발음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저는 뉴욕에서 태어난 100% 미국인이자 원어민임에도 많은 클라이언트들과 학생들은 종종 제 엑센트와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고 저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물어보기 일쑤니까요.
정작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으며 전달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말하는 속도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발표를 하면서 긴장감이나 분위기 등의 요인들로 인해 말하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말을 더듬게 되며 내용을 전달하는데 심각한 문제로 작용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특별한 발음을 갖고 있으며, 이는 발표가 진행되면서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지만, 말하기 속도는 그렇지 않다는 걸 명심하세요.
*마지막 팁이자 정말 실용적인 이 방법은
바로 발표 중간에 쉬는 시간을 만드는 겁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많은 내용을 발표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세요.
발표 중간에 잠깐의 여유를 갖는 건 관객들과 발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데, 발표자는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고칠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청중들은 들은 내용을 중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불어 이야기의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중간에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져보세요.
“잠깐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아무래도 비영어권자 출신이다 보니 아직까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데 제가 말하는 내용, 잘 이해하고 계신가요?”
이 질문을 통해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 청중들의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까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는 순간이 온다면 명심하세요.
지나친 완벽을 추구하려 하지 말고
그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백하게 전달한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발표’라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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