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법륜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화내는 남편, 눈치 보는 아이, 중간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5.04.16.)

Buddhastudy 2025. 4. 22. 20:11

 

 

가족 갈등: 한 참가자가 남편의 분노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나눕니다. 화자는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애정을 표현하거나 화제를 전환하는 등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05:19].

 

 

평소에 남편은 아이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자상한 아빠입니다.

그런데 화가 나거나 자기 말을 안 들을 때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매몰찬 아빠로 변신합니다.

이 두 가지 모습을 반복하는 남편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그리고 그런 아빠의 눈치를 보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남편이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나요?

화가 나면 심지어 자기 아내, 자식, 부모까지도 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이렇게 화가 나면 대부분 미친 짓을 해요.

그래서 질문자의 남편이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가 난 상태는 일종의 미친 상태입니다.

순간에 사로잡혀서 눈에 뵈는 게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화가 난 사람은 상대하지도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미쳐 날뛰니까요.

그런 미친 상태의 사람하고는 대화해 봐야 해결되지 않으니까

상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 화가 가라앉으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니까 그때 얘기하는 게 낫습니다.

 

남편이 화가 났을 때 맞대응하면 화를 더 키우게 되니까

가만히 놔두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피해가 커질 것 같으면

그때는 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대응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질문자가 화가 난 남편을 꼭 껴안고

여보 사랑해.’ 하고 말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화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데는 이 방법이 특효약입니다.

어떻게 아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라고 말해 봐야

흥분한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화가 난 사람은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서

먼저 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안정제를 좀 써야 해요.

 

예를 들어,

꼭 껴안아 주든지,

욕설하는 입에 입을 맞춘다든지,

사랑한다고 말한다든지,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화내지 말라고 하거나

아이에게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지적하게 되면,

오히려 화난 사람의 성질을 더 돋우게 될 뿐이에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대화법이 갖는 큰 특징이기도 한데,

대화의 흐름을 바꿔 버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걸식하러 어느 집에 갔는데, 집주인이

사지 육신 멀쩡한 놈이 왜 밥을 얻어먹으러 왔어?’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럴 때 내가 언제 밥 달라고 했냐?

내가 네 집 앞에 서 있지도 못하냐?’

이렇게 따지면 논쟁을 부추기게 됩니다.

그럴 때 부처님은 그 주제를 쏙 빼버리고

당신 집에 가끔 손님이 옵니까? 그 손님이 선물을 가져옵니까?’ 하면서

대화의 주제를 바꿔 버립니다.

그러자 집주인이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생각이 다른 주제로 옮겨가면서 화가 가라앉게 되는 거예요.

 

질문자도 남편이 화가 났을 때 주제를 한번 바꿔 보세요.

남편의 화를 좀 가라앉혀 보려고

여보, 화 좀 가라앉히세요.’라고 말하는 건 주제를 따라가는 거예요.

왜 화를 내?’하고 따지는 것은 기름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화를 가라앉혀요.’라고 말하는 것도 주제를 따라가는 거예요.

대화의 주제를 바꾼다는 것은

여보, 사랑해!’ 하고 말하는 것처럼

주제와 아무 관계 없지만 남편이 좋아할 만한 다른 주제로

주의를 환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남편과의 갈등 주제를 따라가서

지금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고 있어요.

그럴 때는 갈등하는 주제를 따라가면 안 됩니다.

 

물론 남편의 꼬락서니를 보면 속이 뒤집히는데,

어떻게 껴안아 주고 사랑한다고 말합니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못 본 척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니면 아예 문을 닫고 나가 버리세요.

아버지와 아이 그 둘이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는 겁니다.

들어오면 싸움이 다 끝나 있을 겁니다.

최선책은 적극적으로 껴안아 주는 것이고

그게 안 되면 차선책으로 모른 척하고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방식은

가족 관계에서는 적용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스님이 즉문즉설을 통해

남편에게 화가 나서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가 정신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본인에게도 손해입니다.’라고 말하면

조금 설득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스님이 말해도 잘 안 듣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스님이 제3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인이 얘기하면 절대로 듣지 않습니다.

본인이 잘못했다고 받아들이면

앞으로 부인 앞에서 기가 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승복을 잘 안 하려고 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한 번 고개를 숙이면

다시는 고개를 못 들기 때문에 절대로 안 숙이려고 하는 거예요.

 

스님 법문을 듣고 와서

여보, 스님 법문 한 번 들어 보세요.’라고 권하는 것은

남편이 법문을 듣고, 정신을 차리라는 의도가 담겨 있어요.

결국 남편으로부터 내가 잘못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 의도를 갖고 말하면

남편은 질문자의 말을 더 안 듣습니다.

 

그러니 강요하지 말고 영상 법문을 보내주든지,

차라리 내가 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보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책상 위나 차 안에 스님의 책을 슬쩍 놔두든지 해서,

남편이 스님 법문을 보게 하는 데

티가 안 나는 방법을 연구해 보세요.

그랬을 때 남편도 몰래 스님 법문을 슬쩍 보고 덮어 놓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맞대응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첫째, 누구나 화가 나면 다 그렇습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특별히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화가 나면 다 미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화가 나면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화가 나서 미친 사람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적극적인 방법으로,

껴안아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화나게 한 주제를 논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그럴만한 수준이 안된다면,

그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그 주제를 현장에서 논하면 논할수록,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자각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이것이 문제라고 자각할 때만 개선이 됩니다.

남이 내 문제점을 지적하면

때에 따라 개선된 것 같지만 완전히 바뀌지는 않습니다.

마음에서 승복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자각이 안 되면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격한 조직 체계를 갖춘 군대에서

오히려 하극상이 제일 심합니다.

왜냐하면 권력의 속성 때문입니다.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복종을 하지만

권력이 없어지면 치고 올라가려는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심리가 억압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릴 때 아이를 강압적으로 키우면

심리가 억압되어서 저항하는 심리가 점점 강해지게 됩니다.

 

이 문제는 질문자가 해결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오히려 남편을 문제 삼지 않고

껴안아 주거나 진정을 시키는 게 현명합니다.

남편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깨달음의 장에 보낸다든지, 즉문즉설을 들을 수 있게 인연을 맺어 줘서

자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한테는 어떤 말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를 위로한다고

너희 아빠는 성질이 안 좋으니까, 네가 이해해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빠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가 내 편을 안 들고,

아버지 편을 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는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를 그냥 달래주세요.

힘들었지? 밥이나 먹자.’ 이렇게 달래는 것이 좋습니다.

아빠가 그런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널 사랑해서 그렇단다.’

이렇게 말해 봐야 별로 도움이 안 돼요.

그럴 때는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을 두둔해도 안 되고, 아이를 두둔해도 안 됩니다.

둘이 싸우는 건 둘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엄마는 그래도 널 사랑한다.’ 하는 정도만 말해야지

그 사건에 개입해서 두둔하면 안 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남편과 아이를 대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