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갑자기 도박에 빠져버린 아들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의 가정 또한 금이 가고
며느리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세 돌이 된 손녀는 2주에 한 번씩 아빠를 보러 왔다가
헤어질 때마다 이산가족보다 더한 눈물바다가 됩니다.
아들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서
소소한 행복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아이가 겪고 있는 불안한 심리가 너무 걱정됩니다.
손녀를 제가 키워도 괜찮을까요?//
자식이 부모 뜻대로 안 되어서 힘들다 하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만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는 게
원래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요?
내가 낳고 키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나와 같이 사는 남편과 아내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입니다.
그러니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을 갖고
하나하나 문제 제기를 하면
한평생 괴롭게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어요.
'세상이 본래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안 되는 것이다.
되면 다행이고, 안 돼도 그만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이 세상은 살 만합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다 되어야 한다'고 집착하게 되면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으니까
이 세상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지옥 같은 세상이 됩니다.
아들이 도박을 하는 건 안 하는 것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교통사고 나서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며칠 전에 시청 앞에서 어떤 차가 갑자기 역주행해서 아홉 명이나 죽었습니다.
고인의 가족들에게는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잖아요.
하지만 그런 아픔을 겪고도
고인의 가족들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보다 10배, 100배 더한 일을 겪어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예요.
아들이 도박을 안 하면 좋지만,
도박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도 불행해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들 부부가 화목하게 살면 좋지만,
이혼을 하고 헤어졌다고 해서
나도 함께 불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 부부가 손녀와 같이 잘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 산다고 해서 내가 불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아들이 도박을 못 끊는 것은 정신적인 질환 때문입니다.
가능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아서
조금이라도 개선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요즘은 인권을 존중한다고 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을 강제로 격리할 수 없는 게 현재 법률입니다.
부모가 내 아이를 때려도 폭행죄에 걸리고
선생님이 자기 반 아이를 때려도 폭행죄에 걸립니다.
자꾸 옛날에 어땠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내가 좋아서 껴안고 뽀뽀를 해도
상대가 싫어하면 성폭행이 됩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안 했다' 이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들이 도박을 한다면
내 아들만 생각하지 말고
남의 집 딸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결혼했는데 남자가 도박이나 하고 있으면
누가 같이 살고 싶겠어요?
자꾸 내 아들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며느리를 내 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
오히려 헤어지는 게 낫겠다.
애 데리고 가서 살아라.
남자가 정신 차려서 오면 그때 같이 살아라.
그렇지 않고 같이 살면 평생 고생이다.
부부가 싸우고 살면 아이들은
그 사이에서 잘못 자라게 된다.'
며느리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아들네 가정이 화목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노름하는 아들하고 어떻게 화목하게 살아요?
그건 본인 생각 밖에 안 하는 거예요.
며느리의 입장은 전혀 고려를 안 하는 겁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만 하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가 우리 아들이든 남의 집 아들이든
도박을 하는 사람과 가정생활을 같이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잖아요.
우선 이혼을 하고,
남자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재결합을 하든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개선이 되도록 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개선이 안 되면 아들은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죠.
도박으로 진 빚을 못 갚아서 감옥에 가든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내 아들은 잘못을 해도 아무 처벌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며느리가 손녀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면
'잘 갔구나'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끔이라도 아빠를 보러 오는 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헤어지는 건 좀 섭섭하지만
그렇게 헤어지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가 안 됩니다.
같이 살면서 매일 싸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지요.
그리고 질문자는 이미 아들이 스무 살 이상이 될 때까지 키웠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아들의 인생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자'
이렇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들이 노름을 해서 이혼을 한다 하더라도
질문자는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둔 엄마는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계속 인생이 불쌍해지는 거예요.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아들을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질문자가 운다고 아들이 노름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운다고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며느리가 노름하는 아들과 같이 살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요즘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잖아요.
오히려 질문자가
'이런 결혼생활은 손녀에게 나쁜 영향을 주니까
당분간 따로 살아라.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오거든 그때 가서 결합을 해라'
이렇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성평등을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손녀가 잘 크든 못 크든 상관하지 마세요.
술 먹고 야단치는 엄마 밑에서 자라도
야단치지 않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
상처가 적습니다.
손녀가 잘 돌봐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엄마가 나를 버렸다' 하는 상처는
엄마한테 야단맞은 상처보다 훨씬 더 큽니다.
그러니 미련을 갖지 마시고
‘손녀는 제 엄마 밑에서 자라는 게 제일 낫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
잘 키우든 못 키우든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 낫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미 내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는데
늙어서 다시 또 애 엄마 노릇을 하는 것도
질문자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러니 주제넘게 고통을 사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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