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세상보기] 보이스피싱의 상처를 극복하려면

 

 

평범한 직장인이고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대출을 받아 주식 등 재테크를 한다고 뛰어들었다가

결국 빚만 더 늘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출 금리를 낮춰준다는 은행 전화를 받고

그 은행 말대로 수천만 원을 인출하여 보냈습니다.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회사 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분노와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나 같은 인간은 살아서 뭐 하나라는 죄책감도 큽니다.

다시 평정심을 찾아 일상으로 복귀할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첫째는

고발을 하시고, 받을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고발을 통해 새로운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현금을 준 경우 돌려받기가 어렵습니다.

‘학습비다, 보이스 피싱에

1억이 아니고 3천만원을 당해서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지금 필요합니다.

 

 

두 번째

질문자가 죽는다면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도 애들 아빠도 없고, 돈도 못 받게 되는 거잖아요.

정말 미안하면 남편 역할,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 조금씩이라도 갚아야 될 거 아니에요?

 

질문자가 세상을 떠나면

손실은 아무 죄 없는 아내가 보는 거잖아요.

그 일 때문에 남편 잃고, 돈 잃게 만든다면

질문자가 무책임한 태도죠.

 

오히려 “여보 미안하다. 순간적으로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앞으로 이것을 학습비라고 생각하고 순간에 돈 벌고자 하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좋죠.

 

그리고 질문자가 한 것은 투자가 아니라 다 투기에요.

이번 보이스 피싱은 질문자의 투기 심리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 하나의 사례거든요.

죽다 살아날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일이니까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는 직장생활 하며 월급을 받아 차곡차곡 (쌓아야 해요).

 

지난 일에 집착할수록

또 사기당할 확률이 높아져요.

왜그러냐하면, 잃은 돈을 한꺼번에 되찾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누가 또 얘기하면 솔깃해지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되는 거예요

 

집을 날린 것도 아니고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니니까

정신을 차리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 목숨은 본인 자유지만

그 손실을 아무 잘못 없는 부인에게 떠넘기는 거예요.

부인의 입장에서 남편도 잃고, 돈도 잃고, 빚만 떠안게 되는 거예요

질문자가 부인에게 그렇게 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내가 죽는 게 낫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거는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거예요.

 

'내가 죽어서 여기서 빠져나갈까?'

이렇게 자기 합리화의 수단입니다.

 

솔직하게

내가 잘못했고, 바보같은 짓이었으며

정신을 차리고 다시는 안하겠다,

이렇게 나가야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자꾸 책임을 안 지고 무책임하게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거예요.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욕심에 눈이 어두워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앞으로 욕심내지 말고 정신 차리고 살며

부인과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게 나으니까

최소한도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죠.

잠 푹 잘 자고, 잘 먹고

건강해서 남편과 아빠 역할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여보 미안해. 앞으로 그런 일 안 할게.”

이렇게 해서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안 하고

회사 생활 열심히 하고

대신에 집안일을 잘 거들면서 그렇게 생활하면 되죠.

 

질문자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부인한테 큰소리 치고

그 돈으로 술이나 먹으러 다니고

잘난 척하고 이럴 거 아니에요.

 

이번에 본인이 별로 잘난 인간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고

부인한테 잘하고 정신 차리고 살면

부인이 처음에는 좀 기분이 나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화위복이 됩니다.

 

“이왕 일어난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자!”

 

돈 잃고 스님한테 질문해서 야단 맞고 ㅎㅎㅎ

손해가 많습니다.

그래도 정신차려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