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도무지 말을 안 하는 남편 때문에 속이 터집니다 (2024.9.30.)

Buddhastudy 2024. 10. 3. 19:12

 

 

저는 올해로 결혼 15년 차인데 아직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둘이 사이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불만이 있어서 막 뭐라고 해도 남편이 말대꾸를 안 해서 그렇습니다.

남편이 도무지 말을 안 해요.

어느 정도로 말을 안 하느냐면, 차를 종합검사하기 위해 정비소에 갔더니

벌써 차량 검사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당신이 했나?’ 하고 물으니까

했다이럽니다.

차량 검사를 했으면 말을 좀 해줘야지 그 말도 안 합니다.

또 제가 밥을 차려놓고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하고 물어보면

먹을게또는 안 먹을게이렇게 대답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대답을 안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어보면 먹어라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말이

먹는다는 뜻인지, 안 먹는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속이 터집니다.

’, ‘아니둘 중에 하나만 말하면 되는데, 말을 안 하니까

제가 몇 번을 물어봐야 합니다.

저한테만 그렇게 하면 내 과보구나하고 말 텐데

애들한테도 아빠가 먼저 살갑게 말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하고 앞으로 계속 살아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혼도 생각할 정도입니다.

아직 애들이 어리니까 내가 참자이렇게 마음을 먹고 위기를 넘겨왔는데

이제는 한계가 왔습니다.

아이들도 제가 보고, 집안일도 제가 다 합니다.

제가 남편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말만 조금 해주면 되는데, 그걸 안 하니까 너무 답답합니다.

남편의 말문을 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말을 안 하면 됩니다.

 

...

 

꼭 해야 할 말이란 게 없어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하는 그 생각이 잘못된 거예요.

질문자는 집에서 개를 키우나요?

 

개를 한번 키워 보세요.

개가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할까요?

개는 말을 안 하기 때문에 키우기가 쉬운 겁니다.

개한테 밥 먹을래? 안 먹을래? 말을 해라!’ 이렇게 합니까?

그냥 밥을 줍니까?

 

질문자가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

여보, 밥 차려놨어이러거나 밥 먹자이러면 되지,

먹을래? 안 먹을래?’ 이렇게 물어요?

그냥 밥 먹자이러면,

본인이 안 먹고 싶을 때는 본인이 안 먹겠다고 답할 거예요.

밥을 먹고 싶을 때는 아무 말하지 않고 와서 먹을 겁니다.

질문자가 자꾸 먹을래? 안 먹을래?’ 이렇게 묻는 게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그냥 강아지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본인이 알아서 똥오줌을 가리잖아요.

그리고 자기가 알아서 자동차 검사도 해준다면서요.

자동차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해놨다하면 아이고, 잘 됐네이러면 되잖아요.

질문자가 직접 차를 몰고 가서 검사하는 게 쉬워요?

검사가 다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게 쉬워요?

 

질문자가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검사를 한 다음

자동차를 가져오는 게 쉬워요?

물어보니까 이미 검사가 다 됐습니다해서 바로 가져오는 게 쉬워요?

 

남편이 질문자한테 아무 손해도 끼치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도 질문자가 자꾸 남편을 문제 삼으면

아이들도 아버지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질문자가 문제를 안 삼아 버리면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이들이

 

아빠는 왜 말을 안 해?’ 하고 물으면

오히려 너희 아버지는 말을 안 해도 다 알아서 하시는 분이야

이렇게 얘기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이 저절로 잘 알아서 커요.

다만 질문자가 말할 대상이 없는 게 좀 힘들 수가 있는데

화장실에 가서 혼자서 막 얘기하세요.

 

질문자가 답답한 건 이해가 돼요.

말을 서로 주고받는 게 안 되니까 답답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만한 일로 이혼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손해는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안 해주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나한테 특별히 무슨 손해를 끼치는 건 없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강아지보다는 남편이 말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은 말이 없는 게 좋은 점도 많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호주에서 즉문즉설을 했는데

어떤 남자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며칠 전에 우리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그 강아지가 저보다 집안 서열이 높아졌습니다.

제가 볼 때 강아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오자마자 서열이 저보다 높아진 겁니까?’

 

질문자가 볼 때는 강아지가 왜 집안 서열이 높아진 것 같아요?

 

...

 

강아지는 잔소리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사람을 안 키우고 강아지를 키울까요?

강아지는 말대꾸를 안 하니까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겁니다.

집에 강아지가 있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여행도 못 갑니다.

사람은 남한테 맡겨도 되고, 자기가 알아서 밥도 먹을 수 있어서

훨씬 키우기가 쉬운데,

사람은 잔소리를 하거나 말대꾸를 자꾸 해서 키우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질문자의 남편은 키우기 제일 쉬운 사람이에요.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남편이 말을 해도 문제가 되고, 말을 안 해도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중도가 중요한 거예요.

중도란

상대가 말하기 싫다고 하면 말을 안 하고

말하고 싶다고 하면 말을 해주고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 수준이 안 돼요.

그래도 우리 남편은 손해는 안 끼친다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