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황창연 신부의 행복 톡톡] 식사 전에 성호를 긋는 또 다른 이유는?

Buddhastudy 2023. 10. 30. 19:50

 

 

지난 봄에 대구교구 교우들을 위해서

토요일날 이제 강의를 갔어요.

그때도 한 천 명 이상 모였어요.

 

근데 오전 10시 강의인데

저는 항상 어디든 2시간 전에 도착을 해요.

강의 2시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이제 밥을 먹어요.

 

근데 이제 밥 먹을 때는 옷에 튀면 안 되니까 항상 사복을 먼저 입어요.

사복을 입고 허름한 청국장 찌개집, 아침에 국 찌개집을 들어갔어.

찌개집을 딱 들어갔는데

아주 멋있게 생긴 노신사가, 머리에 하얀 노신사가

나를 딱 보더니 눈이 점점 커지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아는 거지.

나를 아는데, 근데 로만칼라가 아니니까 긴가민가했나 봐요.

 

그렇다고 내가 가서 저는 황창현 신부입니다.’

이렇게 할 수가 있나?

그냥 아시는 걸로 끝나는 거죠.

 

그 노신사 먼저 밥이 나왔어요.

근데 밥을 독특하게 드시더라고.

밥이 나왔는데 밥 몇 숟갈을, 몇 알을 뚜껑 위에 딱 올려놓더니

잠깐 이러더니 밥을 먹기 시작하더라고.

 

독특하다.

저건 개신교법도 아닌데

우리 천주교 법도 아니고.

 

나도 밥이 나와서 성호를 긋고 밥을 먹으려고

사복을 입었어도 성호를 그으니까

그때서야 그 노신사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혹시 황창연 신부님이시냐.

 

그래서 나 황창현 신부 맞다

그랬더니 자기 불자라는 거예요.

불자인데 신부님 행복특강을 돈도 안 내고 너무 잘 본다는 거야.

어쩜 이렇게 젊은 신부가 모르는 게 없냐고.

 

자식들한테 한 푼도 주지 말고 다 쓰고

통장에 500만 원만 남기라는 말

너무너무 공감한다고

너무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분이 불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밥을 몇 알을 떠 놓고 뚜껑에 올려놓는지 알아요?

영혼밥 떠놓은 거예요. 영혼 밥.

 

아까 내가 사자밥 말씀드렸죠?

우리 죽으면 영혼들 떠나보내듯이

 

여러분들 우리도 밭에 나가고 일할 때

참 나오면 밥 몇 알뿌리면서 뭐라 그래요?

고수레

 

이게요, 제가 아까 얘기했지만

영혼은 천주교 신자들만의 공유물은 아니에요.

모든 인간들이 죽어서 영원한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그 여행을 우리는 좀 안전한 동아줄을 받고 떠나는 거고

하느님 믿지 않는 사람은 어느 줄을 잡아야 하는지 모르고 떠나는 것뿐이죠.

우리는 좋은 줄을 잡고 있는 거죠.

영혼밥 떠 놓은 거죠.

 

그래서 그 노신사는 밥 먹고 갔어요.

나도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아까 그 노신사가 밥값을 내고 갔다는 거예요.

 

내가 그때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어요.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밥 먹을 때 반드시 성호를 긋고 먹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