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이 오랫동안 유흥시설에 다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4.11.15.)

Buddhastudy 2024. 11. 19. 19:53

 

 

남편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유흥시설에 다녔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연애를 한 사이여서 인간적인 정이 깊습니다.

그동안 제가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련이 많이 남아

헤어지자는 남편을 여러 번 붙잡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있습니다.

나랑 오래 만났으니까 다른 여자랑 노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을 수도 있겠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용서했지만,

남편이랑 웃으면서 잘 지내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속이고 다른 여자들과 어떻게 놀았을까' 하는

온갖 난잡한 생각들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에도 그런 생각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이 회식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마음이 불안해지고

남편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신경이 쓰여 힘들다는 점입니다.

남편에게 자주 연락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기는데,

그렇게 남편에게 집착하는 제 자신도 싫습니다.

남편이 자신은 극복할 자신이 없다며 여러 번 헤어지자고 했을 때

저는 '예전처럼 다시 믿고 용서해 줄 테니 걱정 말라' 하고 붙잡았습니다.

그래 놓고는 결국 남편을 제대로 믿지 못해

남편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남편과 이전보다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남편이 회식이나 출장을 갔을 때

'또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혼하고 절로 오세요.

남편과 같이 사는 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질문자가 괴로운 이유는

남편이 잘했느니 내가 못했느니 하는 윤리나 도덕,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는 정신적인 불안증을 겪고 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느냐 안 피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질문자가 불안증이 심해져서

항상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상태가 된 겁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의부증이 되고, 그러면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맨 먼저 해야 될 일은

신경정신과에 가서

오늘 스님한테 얘기하듯이 의사에게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 증세가 발생한 것이라면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만약 트라우마가 아니라

신체에서 어떤 물질이 너무 적게 혹은 과도하게 분비돼서

신경 불안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는 부족한 물질을 보충하거나

과도한 물질을 중화시켜 줍니다.

정신적인 문제인데 왜 이런 약물 치료가 필요할까요?

 

우리들의 정신 작용이

다 육체에 기반을 두고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육체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오고,

혈당이 떨어지면 정신을 잃게 되고,

성적 흥분제를 먹으면 흥분이 일어납니다.

이처럼 정신 작용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물질의 영향을 받습니다.

물질은 정신작용을 안정시키는 데도 영향을 주고,

흥분시키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당장 술만 하더라도 약간 신경을 마비시키고, 흥분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평소에 할 말을 못 해서 조마조마하던 사람이

술을 먹고 약간 취기가 돌면

그동안 못했던 말이 입에서 나옵니다.

이것도 물질이 정신작용에 주는 영향의 한 예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먼저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그 진단의 결과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리 불안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단순히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기에는 이미 증상이 심각해 보입니다.

스님과 대화하고 이해해서

'그러면 되겠네요' 하는 정도로는 고칠 수가 없습니다.

설령 이 자리에서 이해가 되어도

집에 가면 다시 불안이 반복됩니다.

질문자는 우선 병원에 가서 좀 도움을 받아야 돼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만약 내가 정신이 맑고 정신 질환적 요소가 전혀 없다면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합니다.

 

스님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은

자연 생태계적인 현상이 아니고

개인의 선택입니다.

 

채식을 하는 것도

자연 생태계적인 현상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입니다.

인간은 채소와 고기를 다 먹는 잡식 동물입니다.

자연 생태계적으로 육식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생깁니다.

채소만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정신적인 가치관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하고 채식을 하는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손실을 감수해야 해요.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인물도 괜찮은 것 같고, 경제력도 있는 것 같고, 성격도 괜찮은 것 같은데,

질문자가 자기만 쳐다보라고 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결혼생활을 그만두려니까 다른 게 아깝고

다른 것 때문에 같이 살려니까 이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한테 고민 상담을 하는 겁니다.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가 그래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거죠.

그런데 남자가 키도 작고, 몸도 뚱뚱하고, 돈도 못 벌고, 인물도 못났고, 성격도 더러운데,

어쩌다가 할 수 없이 결혼을 했다가,

그 남자가 바람까지 피웠다면

스님한테 물으러 오지 않았을 겁니다.

 

남편의 장단점이 고만고만해서 고민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이런 고민은 어떻게 선택해도 별 차이가 없고

어떻게 선택해도 후회하게 됩니다.

 

이걸 선택하면 저게 아깝고, 저걸 선택하면 이게 아깝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유흥업소에서 여러 여자와 술 먹고 노는 남편과는 살 수 없다

이런 가치관이 분명하다면 벌써 이혼을 했지 스님한테 찾아와서 물을 필요가 없죠.

또한 나는 남편이 돈만 잘 벌어오면 된다’, ‘나는 남편 외모만 보고 살겠다

이런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

다른 여자와 결혼할 정도만 아니라면

당신이 어디에 가서 놀든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대신 돈은 잘 벌어오세요

이렇게 생각하고 봐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불안증 때문에

지금은 스님 얘기를 듣고

나는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와는 살 수 없으니 헤어져야겠다

이렇게 입장을 정했지만,

한 밤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또 바뀔 겁니다.

나 혼자서 어떻게 살지?’ 이렇게요.

 

그러면 다시 남편에게

지금까지의 일은 내가 다 용서해 줄게. 앞으로는 그러지 마이랬다가

다시 남편이 약속을 어기면 또 못 살겠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우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게 필요해요.

 

질문자가 남편과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남편이 유흥업소에 가서

여러 이성과 술 먹고 노는 정도는

질문자의 결혼생활에 큰 위협이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살림까지 차린다면

결혼생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그 정도 노는 것은 봐주는 게 좋습니다.

남편이 그렇게 놀아도 된다는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남편에게 그렇게 말하라는 뜻도 아니에요.

 

말로는 다른 여자들과 다시 어울리면 이제 끝이야!’ 이러지만,

속으로는 내가 그 정도는 문제 삼지 않겠다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자기 결정이 필요합니다.

 

남편은 이미 질문자에게

술집에 가서 놀고 싶은 걸 멈출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에게 남은 것은

그런 남편을 인정하고 같이 살든지, 아니면 헤어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남편은 그동안 질문자의 간섭을 참아오다가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

술집에 안 갈 수는 없고, 나랑 못 살겠거든 그만 헤어지자하고

이혼 카드를 받겠다는 거예요.

이혼 카드는 너무 자주 꺼내면 안 됩니다.

조금만 슬쩍 보여주고 말아야지 확 꺼내버리면 상대는

그래, 좋다. 헤어지자이렇게 나와버려서

관계가 끝장이 나게 됩니다.

 

남편도 이제 마음이 지친 거예요.

남편이 질문자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계속 전화하고 의심하는 것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 겁니다.

 

남편은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다하는 상태까지 온 겁니다.

이렇게 된 것은 질문자의 불안증이 하나의 원인입니다.

이해는 되셨어요?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

 

아기는 있어요?

 

...

 

질문자는 지금 불안증에 의심병까지 있어서

아기를 가지면 안 좋아요.

우선 아기에게 좋지 않고, 나중에 이혼하기도 더 어려워져요.

 

그래서 아기를 갖기 전에 결정하셔야 해요.

불안증을 먼저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남자를 만나도

이런 관계가 되풀이될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남편과 살겠다면

어느 선에서 내 요구를 포기하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불안 속에 살면서

질문자도 괴롭고 남편도 괴롭게 됩니다.

그러면 매일 부부가 싸우는 환경에서 아이가 자라게 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집니다.

 

사실은 별일이 아닙니다.

질문자의 불안증이 심해서 상황이 안 좋아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