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부지에 가서 깡소주 먹으면서 울기도 참 울었어요.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까
달님하고 이야기하고, 별님하고 이야기하고
밤에는 잠도 자지 못하고 갈등하고
그러면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그런 시간을 한 3~4개월 정도 보냈죠.
그러다가 제 인생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어느 날, 등산을 갔다가 절에 가서 물을 한 잔 먹고 있는데
절이 좀 번잡스러워요.
가만히 보니까 절에서 행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절을 천배를 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갑자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일이 잘 안 풀리고 복잡하고 할 때
몸을 혹사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기분 있잖아요.
그래서 법당 안으로 올라갔어요.
사람들이 절하기 시작할 때 저도 따라서 절을 했어요.
너무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불교 신자도 아니고 절을 한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곁눈질을 해가면서 절을 했는데
500배의 절을 마치고 나서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그만두려고 생각했는데
“총각, 매일 하면 안 힘들어. 나는 오늘이 100일째야.”
이 말씀이 제 운명을 바꾸었어요.
저는요,
절에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나서
한참 법당 안에 앉아서 생각해봤어요.
“왜 이 할머니는 이렇게 힘든 절을 100일 동안 하셨을까?”
추측해 보건데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팔순이나 된 할머니가
무슨 더 이상 부귕영화를 누리겠다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절하겠어요.
내가 추측해보건데
집에 아픈 사람이 있다든지
손주가 대학을 간다든지
자식이 사업이 잘 되더라든지
이런 거 아니겠어요?
이타적인 기복을 위해서 기도를 할 건데
나는 뭐냐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인생 걸어놓고 열심히 하려고 왔으면
한번 해보기라고 해야지
한번 부딪혀보기라도 해야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밤에는 잠도 못 자는
이 한심한 젊은 청춘의 모습을 본 거예요.
그날, 저는 결심했어요.
나도 딱 100일간만 해보자.
어떤 변명도 하지 말고,
그리고 100일이 지나도 아무 성과도 없다면
난 인제 그만두자.
단, 100일 동안은
내 영혼까지도 판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보자.
그렇게 결심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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