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임신 8개월 차입니다.
저의 고민은 제가 임신한 이후로
문득문득 어릴 때의 상처가 떠올라서
너무 힘이 든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저의 엄마는 어린 저희를 두고 집을 나가셨고
현재는 재혼을 해서
재혼한 남자의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 번 연락이 왔는데
제가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인연을 끊었습니다.
저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욱더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고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한 제가 너무 안쓰러워서
가끔씩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납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만큼은
부모로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제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어떤 연습을 해야 할까요?//
개가 새끼를 낳아서 키울 때
새끼 키우는 방법을 배우거나 연습을 해야 될까요? 그냥 저절로 할까요?
소가 송아지를 낳아서 키울 때
송아지 키우는 법을 훈련받아서 키울까요? 저절로 할까요?
어미소가 새끼소를 끔찍이 사랑해서 키울까요? 그냥 키울까요?
새끼가 젖을 먹겠다면 젖을 주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새끼를 해치겠구나 싶으면 막아주고
이런 정도가 아닐까요?
그러면 어미소가 새끼를 학대할까요?
막 고함을 치고 때리고 이런 행동을 할까요?
개가 새끼를 여섯 마리 낳았다고 합시다.
여섯 마리가 가슴에 붙어서
젖을 빨고, 어미 위에 올라오고 내려가고 하면서 어미를 못 살게 합니다.
그러면 어미가 신경질을 내고 새끼를 물고 그럴까요?
어미 개는 새끼가 두 마리 태어났든, 세 마리 태어났든, 다섯 마리 태어났든,
그걸 갖고 괴로워하거나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새끼를 끔찍이 사랑하는 법도 없고,
새끼를 학대하는 법도 없어요.
새끼가 젖을 먹겠다고 하면 젖을 먹이듯이
그냥 새끼가 필요한 일을 도와줄 뿐입니다.
필요한 것을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지
‘끔찍이 사랑하겠다’ 이런 것은 욕망입니다.
그것처럼 어머니가 질문자를 끔찍이 사랑해 주지 않아서
상처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어머니가 자기한테 화를 냈거나
아빠하고 싸우고 나서 짜증을 냈거나
화가 나서 자기를 때렸거나, 고함을 쳤거나
이럴 때 질문자가 상처를 입은 겁니다.
자기를 등에 업거나 품에 안고 다니지 않아서
질문자가 상처를 입은 게 아닙니다.
다람쥐도 새끼를 낳아서 키우고
개도 새끼를 낳아서 키우고
소도 새끼를 낳아서 키우잖아요.
사람은 그런 짐승들보다 훨씬 더 영리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면 저절로 잘 키우게 됩니다.
아기가 배고파 울면 저절로 먹이게 되고
똥을 싸면 저절로 치우게 되고
모든 것들이 저절로 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끔찍이 사랑하는 행위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또 반대로 애가 똥을 쌌다고 때리거나
그릇을 깼다고 고함을 치거나
이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아이를 때리거나 고함을 치거나 욕을 하는 것은
아이를 학대하는 것입니다.
어른은 큰 소리로 얘기해도 좀 기분이 나쁘고 마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
놀라서 심리가 불안해집니다.
어릴 때 엄마가 때리거나 고함을 치면
아이는 상처를 받아서
나이가 들어도 그 감정이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누가 고함만 치면 벌벌벌 떨면서 두려워합니다.
어머니가 늘
‘이 못난 놈’, ‘공부도 못하는 놈’, ‘일도 못하는 놈’
이런 식으로 무시하면
아이는 기가 죽어서 나중에 어른이 돼도
자신감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끔찍이 사랑하지도 말고, 학대도 하지 말고
그냥 아이와 같이 있어주면 되는 거예요.
배가 고프다고 울면 젖을 주고, 똥을 싸면 치워 주고
어디 갈 때 혼자 놔두지 말고 같이 데리고 다니고
그 정도만 하면 됩니다.
‘아이를 끔찍이 사랑한다’ 이런 표현은
본인이 학대받은 것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인해 나오는 반응입니다.
아이한테 지나치게 잘해주려는 욕심일 뿐
실제로 아이한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어요.
...
살다 보면 부부가 뜻이 안 맞아서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다.
아이만 생각하면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남편과 관계가 너무 나쁘니까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서
집을 뛰쳐나가게 된 게 아닐까요?
막상 나가 보니까 혼자 살기에는 너무 힘들고
그래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또 남자를 만나다 보니까
그 집에 애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니 우선 같이 사는 집에 있는 애들을 키워야 될 것 아니겠어요?
그게 어째서 내 아이를 버리고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겁니까?
그건 본인만의 생각이지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강아지를 키울 때도
강아지가 갑자기 집을 나가거나 다른 사람을 따라가 버린 경우,
그 사이 또 다른 강아지가 들어오면
그 강아지를 키우잖아요.
그럴 때 ‘왜 내 강아지를 버리고 남의 강아지를 키우느냐?’
이렇게 보는 것은 너무 주관적으로 보는 겁니다.
엄마는 이 집에서 살 만한 자기 나름대로의 조건이 안 되어서
다른 집으로 간 겁니다.
이 집에서 키우던 아이는 비록 내 아이지만
집을 나가게 되니까 키울 수가 없었던 거예요.
또 다른 집에 가니까
거기에는 비록 내 아이가 아니지만
그 집에 아이가 있으니까
어른으로서 아이를 돌보는 것일 뿐이에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가 너무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아이 일 때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그것은 큰일이 아니잖아요.
...
질문자도 지금 살 만하니까 이렇게 살지
만약에 남편이 매일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성적 학대를 당한다든지
도저히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어떤 고통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아기를 업고 도망을 가면 좋은데,
아기를 업고 도망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아기를 두고 혼자 도망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 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일어난 거예요.
어머니는 자식이 미워서 버리고 간 게 아니라
어머니도 자기 인생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아이를 버리고 간 엄마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어요?
어린 내 입장에서는 너무 섭섭한 일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잖아요.
어머니는 그때 너무 삶이 힘들었던 겁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기 아이를 버리고 도망을 갔겠습니까.
내가 좀 섭섭하긴 하지만
어머니라는 한 여인의 삶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잘못했는데 내가 용서해 준다,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먼저 어머니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용서가 필요한 게 아니고 이해가 필요해요.
어머니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
내 가슴속에 있는 상처가 다 아물게 됩니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가슴의 응어리가 지워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지금 내 나이 정도밖에 안 됐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식을 버리고 그렇게 도망까지 갔겠습니까. 이제 어른이 돼서 돌아보니까 어머니의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어머니, 너무 힘드셨죠?
제가 그것도 모르고 엄마를 늘 원망했는데
이제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어
내가 먼저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면
내 안에 있는 응어리가 풀어집니다.
엄마에 대한 마음은 그렇게 푸세요.
아이는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키우면 됩니다.
본인도 엄마한테 그런 성질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 화를 내고 신경질 내고 할 수가 있습니다.
살다가 힘들어지면
엄마처럼 때려치우고 도망갈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만 가지 않으면 되지
특별히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밥 주고, 옷 갈아입히고, 똥 치워주고, 같이 놀아주고
그런 정도만 하면 돼요.
자식을 키우는 데에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자식이 잘못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편안하게 키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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