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255

[법륜스님의 하루] 암 진단을 받았는데,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2024.03.09.)

저는 서원행자 교육을 받는 중에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도하면서 혹시나 내가 병으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공포가 일어납니다. 그럴 때 ‘부처님, 하느님, 관세음보살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하고 매달리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다시 참회 기도를 했다가 감사 기도를 했다가 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병이 있는 수행자는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의미 부여를 너무 많이 합니다. 죽음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암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암은 생각보다 큰 병이 아닙니다. 조기에 암이 발견되어 수술하고 적..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질문-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목을 맬까요?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선거운동원까지 포함해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거에 목을 매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왜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걸까요? 5선 의원들조차 국회의원을 다시 하려고 공천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국회의원은 특권이 많습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쓰는 돈이 1년에 아마 수십억 될 거예요. 연봉은 1억 몇 천 정도 되지만 -보좌관 몇 명 쓸 수 있고 -기사 쓸 수 있고 -사무실 쓸 수 있고 여러 가지로 해서 쓸 수 있는 것, -그다음에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많은 부분에서 사실은 보이지 않는 혜택을 가지고 있고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한번 해본 사람은 자기가 그만두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밀려나거나 어쩔 수 없..

[법륜스님의 하루] 참고 살다가 할 말을 했더니 남편이 이혼하자고 합니다. (2024.03.08.)

저는 결혼한 지 22년이 된 주부입니다. 저희 부부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둘 다 워낙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서 사회에서 일찍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장성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어요. 저희 남편은 원래 성격이 급하고 막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20대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30대 때는 남편을 이해도 해보고 속으로 욕도 하면서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40대 중반이 되니까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저도 같이 막말을 했더니 제 속은 편해졌는데 남편이 이혼하자고 해요. 남편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제가 남편의 막말을 참고 이해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저도 곧 며느리를 봐야 하는데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

[법륜스님의 하루] ADHD를 가진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2024.03.07.)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경계 판정을 받은 아들을 키우면서 막막함과 괴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저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천일결사기도를 한 지 만 3년이 됩니다. 스님의 가르침과 정진 덕분에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고 제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고 괴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철없이 행동하고 공부도 안 하며 무기력해 보이는 고등학생 아들을 보면 요즘도 가끔 잔소리를 하게 되고 실망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것도 힘들고 지칩니다. 나중에 아이가 잘 커서 독립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들을 키우고 수행을 해나가야 할까요?// 질문자는 수행해서 자신이 좋..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7.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떨쳐 내고 평온을 찾고 싶습니다

어릴 적 도박으로 집을 망하게 만든 아버지 때문에 저와 저희 가족이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떨쳐내고 온전한 저를 마주하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지// 지금 일이 아니라 옛날 일 때문에 괴롭다 하는 거는 기억 때문에 괴롭다는 거거든요, 기억 때문에. 기억한다는 것은 비디오 가게 가서 옛날 비디오를 꺼내서 상영하면서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첫째는 그런 비디오 안 꺼내보는 게 제일 나은데 이 기억이라는 것은 자동으로 꺼내지는 게 문제죠. 근데 괴로워하면서도 잠깐만 자기를 점검해 보면 이게 지금 일어난 일도 아니고 옛날에 일어났던 일이에요. 그 옛날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면서 괴로워하는 거를 의학적으로 트라우마라 그래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이런 옛말처..

[법륜스님의 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요 느긋하게 살아야 할까요? (2024.03.06.)

저는 원래 경쟁적이지 않고 좀 느긋하게 사는 성격이었는데요. 부처님 법을 만나고는 느긋한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죽을 때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나?’ 하고 후회할까 봐 좀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제가 의욕적으로 뭔가 도전했던 일들이 다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개인이 의욕을 부리고 쟁취하려는 것들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어떤 관점을 갖고 살면 흔들리지 않고 줏대 있게 살 수 있을까요?// 의욕적으로 사는 것과 느긋하고 천천히 사는 것 중 어떤 것이 좋다고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생은 본인이 좋은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러나 바쁘게 의욕적으로 살면서 느긋하게 천천히 사는 삶을 부러워하거나 반대로 천천히 느긋하게 살면서 의욕적으..

[법륜스님의 하루] 미래 걱정으로 아이를 낳겠다는 용기가 생기지 않아요. (2024.03.05.)

저는 35살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요즈음 드는 고민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은 기쁨은 금방이었고 학업에 대한 부담만이 무겁게 느껴졌으며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였습니다. 취업을 하고 나니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또다시 걱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항상 즐거움은 잠시 뿐이고 괴로움이 계속되었는데요. 그것처럼 아이를 낳아야 되겠다는 의무적인 생각이 드는 한편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 것 같아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또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생겨나 결심하기가 힘이 듭니다. 물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6.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마음이 여유로운 건 부처님 수준에서만 가능할까요?

당뇨병, 1형당뇨, 인슐린, 고통, 두려움, 부처님수준, 여여, 육체적고통, 케톤산증// 우리 몸에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 감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감각이 통각이죠. 이 통각은 우리에게 많은 통증을 가져오니까 아마 어려움 중에 하나지마는 통각이 없다면 어때요? 우리는 우리 몸의 일부가 썩어가거나 다쳐도 알지를 못할 것입니다. 마치 전국에 통신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피해가 일어나면 그곳 소식이 서울로 알려지거나 전국으로 알려져서 도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는 일종의 통신망 같은 신경망이 깔려 있고 그 신경망을 통해서 통증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어디 다쳤는지,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증이 심하면 참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이 편두통이 있었는데 통증이 너..

[법륜스님의 하루] 물건을 훔쳐간 아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2024.03.04.)

저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그리고 창고에 적재되어 있는 물건들이 좀 과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창고 물품 정리도 아이들이 못 보게 저 혼자 합니다. 아이들이 물품을 보게 되면 당연히 탐하게 되니까요.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7학년인데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지순례 기념 물품으로 단주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함께 만든 단주를 JTS 홍보관 옆 작은 스토어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7학년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걸 훔쳐간 거예요. 제가 속상한 점은 자기네들이 손수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은 건데 이 아이들한테 스토어를 구경시켜 줄 때에는 그걸 감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럴 때..

[법륜스님의 하루] 전공의 파업으로 정부와 갈등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2024.03.03.)

저는 의료인 정토회의 한 사람입니다. 오늘 저한테 전공의 파업에 동참해 달라는 독려 문자가 많이 왔었지만 저는 전법행자대회를 선택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공의 파업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고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해서 제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관점을 갖고 바라봐야 할까요? 스님의 혜안을 듣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우리 사회의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인이 여기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실종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어떤 해결책을 내서 의료인과 정부 사이에 타협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살펴야 하는데 여야를 불문하고 한 사람도 거기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의료인이 어느 정도 더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방에서의 의료인 부..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의존성이 심해 앞으로의 삶이 막막합니다

저는 의존심이 많고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부모님과 남에게 기대서 살아오다 보니 현재 42살인데 남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인관계나 적응력이 약한 탓에 직장들도 다 놓쳤고 결혼도 못했고, 친구도 없고, 부모님을 바글바글 볶아서 더 늙어지셨습니다. 제 과보라고 받아들이고 모든 걸 늦었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쌓아가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솔직히 작은 직장 구하는 것부터 또 친구든 취미든 구할 때에도 스스로 다 해나가야 된다는 것이 시작부터 어렵고 부대끼고 혼자라는 두려움이 수시로 올라옵니다. 또래 나이보다 부족한 저를 느끼니 기가 많이 죽습니다. 최근에 부모님에 대해서도 이제 나이가 드셔서 제가 다 받아들여야 되는 입장이구나 하고 느꼈는데 제 상태가 이래서 걱정이 됩니다. 의존성이 심한 스스로와 고군..

[법륜스님의 하루] 돈을 많이 벌었지만 인생이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2024.03.02.)

저는 젊었을 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제가 평소에 원하였던 베짱이의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베짱이로 산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돈은 많이 벌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산 후 지금은 베짱이의 삶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도 인생이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싸울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돈 벌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왜 젊었을 때만큼 재미가 없어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한 마음에 질문을 드립니다// 질문 내용을 들어보니까 곧 마약을 하겠네요. 그런 심리 상태에서 가장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것이 마약입니다. 이것저것 다 해 보았는데도 ‘또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면 그럴 가능성까지도 있다는 겁니다. ... 지금은 그런데 ..

[법륜스님의 하루]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저를 만나주지 않아 고민입니다. (2024.03.01.)

저는 6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습니다. 이제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1년 가까이 사귀는 동안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저를 한 번도 만나주지 않으셔서 고민입니다. 이유를 직접 말씀해 주시지는 않으셨어요. 저희가 생각해 본 이유로는 어머니가 보시기에 제가 너무 어리고 믿음직스럽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어머니께서 이혼을 한 후 딸에게 의지하며 살아오셨는데 딸이 결혼을 하면 외로워지실까 봐 결혼을 원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의미 없이 결혼만 미뤄질 것 같아요.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어머니께서 쉽게 서운해하시는 성격이고 여자친구와 애착 관계도 강해서 저 역시 많이 챙겨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결혼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반대의 일이 생겼네요. ..

[법륜스님의 하루] 화를 참으니까 할 말을 못 하게 됩니다. (2024.02.29.)

여자 PD들은 대부분 성격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20여 년 전 PD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직장에서 싸워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 싸우다 보니 제가 마녀처럼 변한 겁니다. 제가 마녀가 된 줄도 몰랐습니다. 주위 선배나 후배들에게 독화살을 날리기도 하고 할 말은 다 해야 하고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라고 치부하며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런 생활이 10년이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역으로 저도 똑같이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이 이제는 다혈질적인 성격도 좀 죽이고, 말도 너무 독하게 하지 말고 참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 10년을 참고 또 참았습니다.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할 때도 있고 화를 내야 할 때도 있는데 무조건 참았더니 이제는 때를 놓쳐서 꼭 필요한 말을 못 하는..

[법륜스님의 하루] 제 자신이 한심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요 (2024.02.28.)

저는 무언가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저 스스로 이상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올라옵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은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상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만나기 싫은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럽게 난소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하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그나마 연락을 하던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모든 것이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제가 너무나 한심스럽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5. 학대받는 동물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괴롭습니다

개들은 1m 목줄로 평생을 묶여 살거나 학대받고 소, 돼지, 닭 등은 자기 몸짓만 한 틀에 갇혀 죽기 전까지 평생을 고통받는 현실을 볼 때면 제가 고통이 너무 심해져서 몇 날 며칠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네, 나무 한 포기도 아끼고 풀 한 포기도 아끼고 새 한 마리도 아끼는 건 참 좋은 거예요. 근데 자기는 지금 그게 조금 지나치다. 지나치다는 기준도 세계 보통 사람의 평균치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지나쳐서 이제는 누가 풀 베는 거 보고도 내 팔을 베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나무 베는 거 보고도 사람 목을 치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소에 그런 멍에나 이런 걸 보고 감옥에 갇히듯이 가슴 아프다. 그러면 자기는 출가를 해야 됩니다. 부처님이 그 소가 멍에에 걸려서 밭을 갈..

[법륜스님의 하루] 돈이 없는 데도 소비를 줄이는 게 힘듭니다. (2024.02.27.)

저는 40대 중반이고 프리랜서로 20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일을 쉰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일할 때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서 적게 벌고 적게 쓰자고 마음먹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까 돈이 없는데도 씀씀이를 줄이기가 힘듭니다. 돈을 적게 써야 하는 저 자신이 궁상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조금 위축이 되더라고요. 당장 제가 파산되는 것도 아닌데 저만 마이너스 인생으로 가는 것 같아서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돈이 적어도 마음의 심지를 꼿꼿하게 세워서 사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증상은 소비 중독 증상이에요. 소비하다가 멈춰야 하니까 마치 담배를 피우다가 끊을 때처럼 저항이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단 증상의 대처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

[법륜스님의 하루] 어리석음은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요? (2024.02.26.)

요즘 매일 아침 경전을 독송하고 있는데 탐, 진, 치에 대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탐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는데, 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순간순간 어리석은 말이나 행동,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욕심에 확 사로잡혀 버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어리석음이 되는 것입니다. 욕심이 원인이 된 어리석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이 바로 무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다’ 하고 말할 때도 화가 원인이지만 결과는 어리석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고, 지나놓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4. 7년을 만나온 남자친구에게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7년을 만나온 남자친구에게 믿음과 확신이 들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남자친구는 헤어질 자신은 없는데 결혼할 자신도 없다고 합니다. 매번 헤어지자고 밀어내는데 못 헤어지겠다고 늘 잡습니다.// 딴 사람한테 한번 물어보지 이게 욕심의 문제인지 아닌지 길 가는 사람한테 잡고 한번 물어보세요. 결혼 한번 해봤다면서요? 그러면 친구로 그냥 지내면 되지, 왜 꼭 결혼하려고 그래요? 둘이 그렇게 같이 동거하고 살거나 친구로 살면 그건 온건한 가정이 아니에요? 얘기 들어봤잖아요. 유럽에 혼인신고 안 하고 동거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거 유럽 전체에. 그리고 미국 같은 데서는 재혼하더라도 나도 아들딸이 있고 상대도 자식이 있으니까 한집에 사니까 아무래도 갈등이 있잖아요. 그래서 각자 집에 살면서, 결혼했다고 한 집..

[법륜스님의 하루] 힘들 때마다 그만둔다는 말을 자꾸 하게 되는 이유. (2024.02.25.)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 여러분들은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법을 공부하고 나서 조금 마음이 열렸고 그래서 봉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봉사에 또 집착해서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 봉사에 회의가 들어서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봉사하기는 하는데 자기를 괴롭히면서 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를 괴롭히면서 일을 하면 그 일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힘이 들면 언젠가는 지치게 됩니다. 항상 입에서 ‘그만둬야지’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 중에 ‘한 달만 봉사하고 그만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근본적으로 아직 수행의 관점이 안 잡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가를..

[법륜스님의 하루] 무시받는 느낌이 들 때 화가 올라옵니다. (2024.02.24.)

지난 1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저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는 기쁘고 반대로 무시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는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어릴 때부터 늘 존중받으면서 살아왔다 보니까 무시받는 느낌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무시받는 느낌이 화로 옮겨지는 것을 계속 관찰하다 보니까 화가 폭력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정진을 꾸준히 해야겠지만 어떻게 하면 화를 표출하지 않고 내면에서 소화할 수 있을지 좀 더 분명하게 관점을 잡고 싶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끼는 순간 화가 올라올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말이나 행동이 폭력적으로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자신을 자각..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불교는 왜 힌두교의 신들을 인용했나요?

저는 공부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입니다. 불교의 설화나 경전을 보면 제석천, 아수라 등등 다양한 신적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신적 존재들은 힌두교에서 인용이 된 것이라고 하는데 왜 불교가 이런 신들을 힌두교에서 인용했는지 궁금합니다.// 중학생이 관심이 있으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 출발하면 어떨까 싶네요. 나도 중학교 2학년 때 절에 다니다가. 반대하면 어때? 뭐, 가버리면 돼. 반대 안 하는 부모가 누가 있겠어? 부모가 너무 똑똑하면 좀 어렵기는 해요. 자기 인생을 부모가 정하지, 내가 못 정하지. 어쨌든 출가하고 안 하고, 그건 나중 얘기고 우선 관심 있어줘서 고마워요. [진리]라는 거 하고 [문화]라는 거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만나서 ‘서로 반갑다’ 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

[법륜스님의 하루] 고함치고 화내는 어머니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2024.02.23.)

30년 전에는 어머니께 다녀올 때마다 제정신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트집 하나를 잡으시면 다른 일이 생길 때까지 계속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그때는 누나도 함께 달려들어서 저는 죽다 살아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울증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6년 정도 어머니께 안 갔습니다. 저부터 살려고요. 그런데 이런 행동이 무슨 좋은 것이라고 대물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화내는 습관의 대물림을 끊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병원에 안 가시려고 합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실랑이를 하고 나서야 억지로 병원에 모시고 갑니다. 그리고 약을 받아오면 한동안 드시다가 절반 정도 남으면 더 이상 드시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머니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질문자의..

[법륜스님의 하루] 열심히 일했더니 상사가 비난을 받게 되어 마음이 불편해요. (2024.02.22.)

직장에서 저에게 많은 일들이 주어졌고 재미있게 그 일들을 하는 중입니다. 바로 위에 전무님이 계시는데 일의 대부분을 저에게 맡기셨고, 저도 제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하다 보니 저는 잘한다고 했는데 뒤에서 전무님을 비난하거나 저한테 칭찬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칭찬을 듣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마음을 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욕먹는 것은 괜찮으나 저 때문에 전무님이 비난을 받는 것이 싫습니다. 정토회에서 지금은 돕는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진행자 역할까지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발전을 위해 시도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시기 질투를 사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전무님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여론몰이로 단죄하는 사회현상을 바꾸려면

지난해 연말 마약 혐의를 받던 국내 한 영화배우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사적 대화까지 공개돼 검찰과 경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일반 대중들이 평소 그런 기사와 영상을 호기심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나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런 일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피위자 인권 보호와 주권자의 역할 법을 다루는 검사가 그 피의 사실을 재판으로 확정이 되기 전까지 바깥으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유출해서 대중이 아직 재판도 하기 전에 그 사람을 범죄인 취급을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이 ..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에게 올라오는 화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2024.02.21.)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남편한테 화가 올라오는데 이를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요? 몇 년 전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 성격도 괜찮고 나도 그 사람이랑 잘 어울리는데도 미운 마음이 무의식중에 올라왔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천일결사와 명상을 한 뒤로는 화가 거의 안 납니다. 그런데 유독 남편에 대해서는 가끔 화가 납니다. 예를 들면 제가 택배 상자를 일부러 문밖에 뒀는데 남편이 식탁 위에 가져다 놓았길래 제가 ‘보자기는 좀 벗기고 올려놓지.’ 그랬더니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면서 당신이 못 봐서 갖고 들어왔는데 하며 언성을 높이고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저도 화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이러다가는 내가 남편을 때리는 건 아닐까?’..

[법륜스님의 하루] 저를 괴롭힌 사람이 출세하는 걸 보니 화가 나요. (2024.02.20.)

회사에 다니면서 험하고 못 볼 꼴 많이 보면서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20년 전에 힘든 일을 한 번 겪은 적이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은 연예인들도 악성 댓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럴 때였는데, 저는 연예인도 아닌데 악성 댓글에 엄청나게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 선배였던 분이 회사의 명예를 들먹이며 일이 커지게 돼서 제가 그걸 다 뒤집어썼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었어요. 그랬던 선배가 지지난 정부 때 출세를 했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억울한 생각에 그 선배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했는데 '내가 너한테 한 일 때문에 네가 겪은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무슨 정치인처럼 얘기하느냐’ 이렇게 말했는데, 이후에 진짜 사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93. 도망치듯 산 인생이 후회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계속 도망만 쳐온 게 걱정입니다. 지난 일들을 생각했을 때 좀 더 버텼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됩니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일에 도망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요?// 큰 병은 아닙니다. 현재 자기의 어떤 특성이 있는데 이 특성을 거슬러서 세상이 원하는 쪽으로 갈 거냐? 특성에 맞게끔, 세상 사람이 뭐라 그러든 신경 안 쓰고 내 성질, 특성에 맞게끔 살아갈 거냐? 그걸 결정을 하면 돼요. 즉 세상 사람들은 안정된 걸 원해요. 직장도 한 사람하고 오래 유지한다. 연애도 한 사람하고 오래 유지한다. 결혼도 한 사람하고 오래 유지한다. 이걸 세상에서는 좋은 걸로 평가하거든요. 근데 자기는 특성이 어떤 거를 지속적으로 하는 거에 대해서는 좀 안 맞아요. 조금만 하면 실증이 나서 또 딴 데로 가고 또..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불편합니다. (2024.02.19.)

저는 불교대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마음 나누기를 하다 보면 남편 얘기라든지 자식 얘기 등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제 개인적인 얘기를 안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지만 사실대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불편한 마음이 많이 일어납니다. 남편과 사별을 한 이후로 그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데 새로운 교실이 만들어져서 마음 나누기를 진행하게 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마음 나누기를 진행할 때는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의식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마음 나누기를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는 남편이 없다는 것에 대한 열등의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이 없는 것은 좋은 면도 있습니다.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시골에서 할..

[법륜스님의 하루] 분명 성공한 인생인데 왜 행복하지가 않을까요? (2024.02.18.)

저는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드디어 변호사가 되었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아주 행복하고 달콤했습니다. 문제는 그 달콤함이 폭죽 터지듯이 아주 짧게 끝나버렸다는 것입니다. 변호사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칼끝 위에 서 있는 생활이었습니다. 워커홀릭처럼 일만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재판을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유방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5살 딸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지금까지 할머니께 육아를 맡겨놓고 정작 저는 엄마 역할을 해준 게 없었습니다. 못난 엄마라도 아이 옆을 지켜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무사히 수술도 받고 회복도 하였습니다.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좀 회복되자마자, 아팠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