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을 밝히는 이유. (2024.04.20.)

Buddhastudy 2024. 4. 30. 20:26

 

 

이 법당 안에서도 깜깜하면

불상이 어디에 있는지, 문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주변을 더듬으며 살필 때도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 늘 불안합니다.

 

그러다가 불을 확 밝히면

불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다른 사물들도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깨달음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슬프거나, 돈을 잃어버려서 괴롭거나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드는 건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안해 하다가

불을 탁 켜는 순간 그 불안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건 그렇게 눈을 확 뜨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등불은 지혜를 상징합니다.

 

부처님은 세상에 나오셔서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이는 마치 어두운 밤에 불을 밝힌 것과 같고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에게 환하게 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준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법당과 도로변 절 주변에 등불을 밝혀서

부처님 맞이를 하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할 때

가로등을 켜고 집을 환하게 하듯이

부처님 오신 날에도

우리가 부처님을 맞이하는 의미를 담아

등을 밝히고, 정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의식은 그렇지만 등불을 켜는 원래 의미는

우리의 무지를 깨우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힘들어서 신경질을 낸다거나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각자의 뜻을 고집하고, 짜증 내고, 미워하고

중간에 때려치운다고 집에 갔다가 그 다음 날 다시 나오고 이런다면

행사를 준비하는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등을 다는 것이라면

오히려 등을 달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준비 과정이 조금 힘들더라도

등을 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적어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한 달 동안은

서로 웃으면서 일하고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화합해서 합니다.

그래야 등불을 켜는 진정한 의미를 살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맞이하는 불을 켠다고 하면서

막상 그 일로 서로 싸운다면 모순입니다.

오늘 연등을 밝히면서

이러한 의미를 잘 새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