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평생 도와달라는 언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24.04.24.)

Buddhastudy 2024. 5. 2. 19:46

 

 

저는 이북에서 태어나 살다가 2015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현재 이혼하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찍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첫째 언니가 북한에서 20년간 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언니는 17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북한에 있는 가족을 챙기지도 않을뿐더러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욕설이 일상이고

언젠가는 저와 아들을 죽여버린다는 섬뜩한 말을 해서 심리상담도 받았습니다.

여러 번 인연을 끊어보려고도 했지만

마음이 쓰여서 다시 연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결심해도

여러 범죄와 연관되어 벌금과 빚이 있는 둘째 언니가 걱정이 돼요.

작년에는 600만 원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언니가 유방암 3기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현금 500만 원과 생활비에 사용하라고 카드를 내줬습니다.

언니는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까지 지원받기를 요구합니다.

저는 북한에 있는 큰언니와 조카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둘째 언니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언니는 평생 제가 마음 편히 살지 못하도록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또 제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돈 얘기를 합니다.

스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북한에서 어렵게 한국까지 와서 제 한 몸 자립해 살기도 힘들었을 텐데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한국에 있는 가족까지 돌보는 어려운 일을 해왔네요.

먼저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 보내드립니다.

 

질문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인생살이가 고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다 이루며 살 수 없어요.

 

부모님이 오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일찍 돌아가셨죠.

첫째 언니의 가족도 한국에 왔으면 좋겠지만

오지 못하고 있죠.

둘째 언니가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았으면 좋겠지만

뜻대로 안 됩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게 다 될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루어지면 다행한 일이에요.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필요하다면 다시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다 좋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에요.

 

인생을 길게 살아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고 결과까지 꼭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었다고 해서

결과까지 꼭 나쁘다고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게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원하는 일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남이 나한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없어요.

예를 들어서

북한에 있는 큰언니가

자신을 한국으로 데려가달라고 하거나

매달 몇천 달러씩 보내달라고 해요.

그렇더라도 질문자가 다 해줄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언니가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한다고 해서

질문자가 다 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남이 나한테 원하는 일을 내가 다 해줄 수가 없습니다.

내가 다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대망상이에요.

 

자기의 현재 상태를

실제보다 턱없이 크게 평가하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이

바로 과대망상입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정도의 일은 해주고,

못 하면 죄송합니다하고 끝을 맺으면 돼요.

 

둘째 언니는 이미 성인이니까

자립해서 살아가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습니다.

북한에 있는 큰언니는

스스로 노력을 안 해서라기보다

현재 북한의 경제 사정상 노력해도 잘 살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도움으로도

북한에 사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에 사는 둘째 언니는

정신만 차리면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근데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것도 질문자 생각일 수 있어요.

 

둘째 언니의 정신 상태가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민권이 있고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나라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굶어 죽는다거나 병들어 죽을 때까지 방치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암 말기가 되면 죽습니다.

그건 돈이 없어서 죽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둘째 언니를 도와줄 거냐? 안 도와줄 거냐?’

이렇게 고민하지 마세요.

일단 언니의 삶은 언니의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다

이렇게 구분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언니를 안 도와주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에 언니가 죽어도 질문자의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어렵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형제간에 애틋한 정이 있습니다.

오히려 잘 살았으면 남남처럼 살아갈 수 있는데

어렵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게 잘 안 돼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돈을 주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하면

내 마음이 편한 만큼만 주면 됩니다.

 

너무 많이 주면 내 마음이 불편하고

또 아예 안 줘도 내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돈을 어느 정도 줬을 때 내 마음이 편한지를 잘 살펴보세요.

 

만약에 언니가 천만 원을 달라고 하는데

천만 원을 다 주면 내가 돈이 없어 불편하고,

안주면 내 마음이 또 불편하잖아요.

그러면 내 형편이 되는대로 100만 원이나 200만 원 정도를 주면 됩니다.

 

언니한테 미안해요. 돈이 이거밖에 없습니다.’ 하고

그냥 주고 말아버리면 됩니다.

달라는 만큼 다 주지는 못해도

내가 줄 수 있는 만큼 줬기 때문에

마음은 덜 불편할 거예요.

 

어차피 언니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자기가 할 만큼만 하고 언니가 욕을 하든 악담을 하든

언니가 힘들어서 그렇구나그냥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걸 너무 개의치 마세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언니가 뭐라 그러든 신경을 쓰지 마세요.

언니가 만약 죽는다면 장례를 치러주면 되지

그걸 내 잘못이다.’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겠다.’ 이런 얘기하는 이유는 뭐예요?

돈을 더 내놔라이 얘기예요.

너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어? 죽으면 네 마음이 아플거 아니냐? 돈 내놔.’

이렇게 협박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에게 뭘 요구해서 자기 요구가 안 들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밥 안 먹어이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조금 더 크면 밥 안 먹어라고 해도 엄마가

그래. 먹지 마라라고 하죠.

그러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안 해이렇게 나옵니다.

그러면 엄마가

아이고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하면서

또 요구를 들어주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공부 안 해라고 하면 엄마가

그래. 하지 마라이렇게 나오거든요.

그러면 이제 나 집 나갈 거야이럽니다.

중고등학생이 집을 나가면 안 되잖아요.

그러면 엄마가 아이고 알았다. 알았다.’ 하면서

또 지는 거예요.

 

근데 다 큰 애가 집 나갈 거야이러면 엄마가

그래, 나가이렇게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꺼내는 말이 뭐에요?

나 죽을 거야. 죽어버릴 거야.’ 이러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부모는 자식이 죽는다.’ 그러면 방법이 없거든요.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다 자기의 요구를 듣게 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둘째 언니도 온갖 얘기를 해도 안 되니까 마지막 수단으로

내가 이렇게 죽어버리면 네가 후회할 거야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래. 죽어라이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진짜 죽으면 질문자의 잘못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고 언니 죽으면 안 되지. 살아야지이렇게 말하고,

천만 원을 달라고 해도 백만 원만 보내주세요.

언니 나 돈 없어. 그래도 언니가 어렵다니까 이거라도 보내줄게.

나머지는 내가 더 줄 수가 없어

이렇게 말하고 편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

 

남한에 잘 정착해서 용기를 갖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 같지만 세상일은 또 몰라요.

이러다가 남북 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서로 오고 가고 하면

질문자가 북한에 가서 여기서 모은 돈과 기술로 가게를 열 수도 있습니다.

10년이든 20년이 지난 뒤에는

지금의 남한 사람들보다 더 잘살 수도 있어요.

인생은 모르는 거예요.

외국에서 온 사람 중에

한국에 불법 체류까지 하면서 어렵게 살다가

지금은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사는 외국인도 있어요.

그러니까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