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얼마나 검소하게 살아야 하나요? (2024.04.22.)

Buddhastudy 2024. 5. 1. 20:50

 

 

수행자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너무 엄격하게 검소하게 살려고 하다 보니 때로는 고통스러워요.

그럼에도 항상 검소하게 살아야 하나요,

아니면 괴롭지 않을 만큼만 검소하게 살아도 되나요?

예를 들어

저는 가끔 남편이나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고 싶고, 그럴 여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외식을 하려면 꽤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검소한 행동은 아닙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멋진 곳에 가서 식사하는 것조차 제한을 둔다면

제가 불행해질 것 같아요.//

 

 

세상 속에 수행자로 살아가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해서 수행하는 이들에게

일체의 세속적인 사치나 풍류를 다 버리도록 지도했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음식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으셨어요.

 

음식은 얻어먹어야 하지만

함께 있는 수행자들이 모두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를 하는 조건이라면

식사 초대에 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옷도 버려진 옷이나 시체를 덮었던 옷이 없을 때는

새 옷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시신을 싸서 버린 천만 입어야 한다고 고집하면

만약 그런 천을 구할 수 없을 때는

벌거벗고 지내거나

새 천을 시신에 한 번 덮었다가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요.

 

, 비가 오는 날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처마 밑에서는 자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검소한 삶을 살도록 장려했지만

그것을 극단적으로 지키라고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셨습니다.

 

재가 수행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지 말라.

셋째, 타인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은 하지 말라.

다섯째,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

 

이 다섯 가지가 재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 계율입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재가 수행자 중에서도

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타의 모범이 돼야 하기 때문에 세 가지 계율을 추가했습니다.

 

첫 번째 계율은 사치하지 말라입니다.

비싼 옷을 입거나 장신구를 걸치거나 비싼 화장품을 쓰는 등

사치를 제한했습니다.

사치할 돈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 이상의 사치는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리 부유하더라도라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재산을 많이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에요.

재산이 많더라도 사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 가지 이익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헐떡거리면서 살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서 공덕을 지을 기회가 생깁니다.

셋째,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길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계율은 겸손하라입니다.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겸손하라.

지위가 높거나 유명해지면

잘난 척하고 목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른 사람을 얕잡아보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만약 내가 수행자라면

지위나 인기 때문에 교만해져서는 안 됩니다.

지위가 있고 인기가 있는데도 겸손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존경을 기반으로 더 널리 법을 전할 수도 있어요.

 

세 번째 계율은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라입니다.

기분에 취해서 하는 행동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이 지위가 있거나 돈이 있으면

교만하고, 사치하고, 향락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 향락을 즐기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 세 가지는 재가 수행자라도

다른 이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계율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재가 수행자로서 기본만 지키고 살겠다면

다섯 가지 계율만 잘 지키면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면

사치를 할 때 지적을 받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법을 안내하는 사람은

맛에 탐닉하거나 어떤 즐거움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먹고 싶어서 고급 식당에 가고,

입고 싶어서 좋은 옷을 입고,

값비싼 것을 즐기는 것은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초대를 받거나

가족의 권유로 잠시 어울리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다만 그것이 습관이 돼서는 안 돼요.

이럴 때도 스스로 마음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리에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러나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사치를 하거나 향락을 즐기는 자리에 갔다면

수행자로서 아침에 기도할 때는 참회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내가 물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치하거나 즐기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습관화되면 안 됩니다.

추가적으로 더 질문이 있으면 하세요.

 

...

 

그러면 천천히 하세요.

 

...

 

수행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욕망이 욕망인 줄 알고 사로잡히지 않는 거예요.

내가 욕망을 따라 행동하더라도 그런 나를 알고 스트레스를 안 받도록 해야 합니다.

 

욕망을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 욕망대로 하고 후회하면 그것도 스트레스예요.

, 나한테 이런 욕망이 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제가 부탄을 답사할 때 트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앞 좌석에 앉아서 가면 짐칸에 타는 것보다 일시적으로 편안합니다.

그런데 좌석은 다섯 개고, 사람은 열 명이라면

누군가는 짐칸에 타야 합니다.

이때 짐칸에 타서 불편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짐을 지고 걸어가는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하면

괴롭지 않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항상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렇다고 앞 좌석에 자리가 비었는데

나는 수행자니까 뒤에 타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수행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