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뇌가 카페인에 중독되는 과정 I 뇌과학

Buddhastudy 2024. 6. 17. 20:01

 

 

당신의 뇌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상당히 많은 화학물질들을 조절하면서

신체와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데

졸음이 밀려옵니다.

 

졸음을 느끼는 이유는

기저전뇌라고 하는 뇌 영역에서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데노신은 세포가 항상 겪는 대사 과정의 부산물입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 하루 종일 축적되고

더 많이 축적될수록 당신은 더 많이 졸리게 됩니다.

 

아데노신의 농도가 낮을 때는

우리의 정신이 또렷하게 깨어 있게 되는데

이것은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이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깨어 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아데노신의 농도가 짙어지고

뇌신경세포 즉 뉴런들이 이 신호를 시냅스라는 뉴런 사이의 틈에서

다른 뉴런들에 전달합니다.

 

아데노신 수용체에서 아데노신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쌓일수

뇌는 졸음을 느끼게 됩니다.

 

커피를 마셔본 적 없는 당신은

졸릴 때는 커피를 마시라는 친구의 권유로

하루에 세계적으로 20억 잔 이상이 소비되는

커피 한 잔을 소비하게 됩니다.

 

커피를 마시자 소화기관을 통해

카페인이 위장과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됩니다.

30~60분이 지나자

카페인은 혈류를 통해 몸 전 전체로 퍼집니다.

카페인은 지용성 분자로

혈액- - 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뇌로 향합니다.

 

커피를 마시기 전 약간의 졸음이 있던 당신의 뇌에

커피 한 잔 정도의 카페인이 도착하자

카페인은 뉴런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고

아데노신 대신 카페인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실제 아데노신의 농도는 높아졌음에도

뇌는 아데노신의 수치가 낮은 것으로 착각하여

우리를 깨우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아세틸콜린을 방출합니다.

바로 당신의 졸음이 줄어들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들을 차단한 셈입니다.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는 카페인의 능력은

커피 한 잔에 함유된 것과 같은 저용량에서도 발휘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에너지가 올라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후에 하는 일에 집중도 잘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각성된 정신 상태를 경험하게 된 당신은

이래서 사람들이 잠을 깨려고 커피를 마시는구나

이해하게 됩니다.

 

일과를 마친 당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졸리지도 않고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아직도 카페인이 모두 대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의 반감기, 50% 이하가 되는 시점은

4시간~ 9시간으로 긴 편입니다.

잠드는 데 좀 오래 걸리고, 밤사이 좀 깨기도 하고

깊은 잠을 못 잔 느낌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당신은

정신이 흐릿하고 피곤한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은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다시 마시기로 합니다.

역시나 커피를 마셨더니

정신이 또렷해지고, 졸음이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단점은 밤에 잠을 조금 설치게 되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또 커피를 마시면 되니까.

 

그리고 이제 커피가 너무도 맛있어졌습니다.

세상에는 참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당신은 며칠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다시 밤에 잠도 잘 자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뇌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카페인에 대해 대항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뇌는 더 많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만들어 냅니다.

 

즉 뇌는 이제 카페인이 들어오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내성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커피 한 잔의 카페인으로는

전과 같은 각성 효과를 낼 수가 없게 됩니다.

당신은 커피를 마셔도 밤에 다시 잘 잘 수 있게 됐지만

안타깝게도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피로감을 느끼고 정신이 흐릿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당신의 뇌에서는 커피를 매일 마시기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피곤함과 나른함, 우울한 기분이 기본값이 되어

커피를 마셔야 그저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예전처럼 또렷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카페인의 양을 더 늘려야 합니다.

 

당신은 더 많은 커피를 마시기로 합니다.

하루 두 잔, 세 잔으로 늘렸더니

다시 정신이 각성되고 잠을 깨울 수 있게 됩니다.

 

다시금 또렷한 정신과 향상된 집중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에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카페인의 양에 맞춰

더 많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만들어 냅니다.

늘어나는 카페인 농도에 맞춰

다시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이제 잠을 깨우기 위해서는 커피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리 커피를 많이 마셔도 잘 잔다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일 커피가 필요하게 된 카페인 의존, 혹은 중독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이제는 카페인이 없으면

피로감, 우울한 기분, 집중 불능, 졸음, 두통, 자극, 과민성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카페인이 있어야 기본값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나는 커피 양을 늘리지 않고 매일 마셔도 각성 효과가 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저 내성이 생기기 전의 기본값으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처음과 같은 정신이 뚜렷해지는 각성 효과를 내려면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카페인의 양을 더 늘릴 수는 없습니다.

뇌가 아무리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커피를 계속 늘려 하루 15잔의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당신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때로는 주의력 저하와 의식 수준, 인지기능 저하 등과 같은

선망 증상을 일으킬 만큼 자극에 민감해지게 됩니다.

또 구토, 과호흡, 어쩌면 경련까지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알코올이나 중독성 마약들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는

동일한 과정입니다.

다행히 카페인 내성은 생각보다 빠르게 없앨 수 있습니다.

 

커피를 끊게 되면

정도에 따라 금단 증상이 나타나지만

2주 정도만 참으면

그동안 만들어졌던 내성을 없앨 수 있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기 전의 상태와 같이 되돌릴 수 있습니다.

 

커피가 없어도

졸리지 않고 정신이 맑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은 카페인을 좀 더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졸리고 피곤하지만

정신을 각성시켜야 할 때 커피를 마시고

며칠만 해도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마시는 것을 피해 내성이 생기지 않게 하고

카페인의 대사 속도를 생각해서

되도록 잠자리에 들기 5~10시간 전에 마시도록 하면

수면 방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카페인 대사 및 배설 속도는

건강 상태, 생활습관, 음식섭취, 위 배출속도, 흡연, 약물 사용

유전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쳐 개인차가 있으니

각자에 맞는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카페인은 에너지를 올려주거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졸음과 피로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곳에서 합법인 데다가 규제도 거의 없어

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소비하는 카페인,

현명하게 소비해서 건강하고 유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