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세 가지가 주어집니다.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
<지반> 즉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닦아놓은 지역 기반과
간판이나 지명도를 뜻하는 <간반>
자금력을 의미하는 <가반>
그것은 일본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정치문화
즉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혹은 사위나 손자에게까지 이어지는 세습정치를 말합니다.
일본의 정치인 다섯 중에 하나가 이른바 정치 명가 출신이라고 하고
자민당으로 한정하면 세 명 중 한 명꼴입니다.
그들은 부모의 밑에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지역구와 심지어 후원자까지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데
그 대물림은 발전이 아닌 퇴행으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끊임없이 할아버지를 닮아가고자 했던 사람.
이미 알려진 것처럼 그의 조부는 2차 대전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이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
그에게는 또 다른 할아버지가 존재했습니다.
/아베의 조부
아베 간 전 일본 총의원 의원/
“내 친할아버지는 아베 간
반 도조(히데키) 정권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온 의원이기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선 평화주의자였던 친할아버지 아베 간.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역시 평화주의자였지요.
아베 신조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일본 외무상
“아버지는 평생 일관되게 전쟁에 반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친부와 친조부 모두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그는 평화주의자인 친가를 지우고 A급 전범이었던 외조부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우리를 향해서 ‘무례하다’고 했던 일본의 외무장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위안부 동원에 일본 정부와 군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사과한 고노 담화의 장본인이 바로 그의 부친이었지만 그는 26년 뒤에 부친의 담화를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는 일이 없이 오래도록 기억하고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
-2019년 7월 18일 고노 다로
정치를 대물림하되 선대로부터의 DNA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권력의 상속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극우 정치.
날 때부터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을 손에 쥔 그들은 총리돌격대를 자처하면서 세를 불리고,
그것은 다시 퇴행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으니
평화가 아닌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갈수록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극우 정치인은 물론, 정치를 방관한 일본 시민의 무관심이 함께 만들어낸 두려운 미래일 것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일본의 위정세력, 즉 전범들은 이른바 ‘1억의 총 참회’를 외치며, 패전의 책임을 국민 모두에게 전가했는데
모두가 잘못했으니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도덕적 세리머니”는 성공했던 셈이지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도덕적 세리모니”
-가라타니 고진 비평가
따지고 보면 그것은 ‘정치의 대물림’과 ‘무관심의 대물림’이 만들어낸 ‘비극의 합작품’이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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