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132

[IAMTHATch] 선과 깨달음, 원래 있다는데

스님들이 법당 주변을 도는 행세를 하는데 지통이 홀연히 소리쳤다.“나는 이미 크게 깨달았다” 스님들이 모두 놀랐는데, 그다음 날 큰스님 귀종 대사가 스님들을 모은 후 자리에 올라 말하길 “지난 밤에 그게 깨달았던 놈은 나오거라.”지통이 나오면서 “지통입니다” 라고 했다. 귀종 대사가 말하길 “너는 어떤 진리를 보았길래 그러는가?나에게 말해보라.” “비구니는 원래 여자입니다.” 귀종대사가 잠자코 인가하였다. 비구이가 여자인 것을 모르는 스님이 있겠습니까?다 아는 이야기를 깨달은 진리라고 내놓았는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틀린 말이 아니니 틀렸다고 할 수도 없겠군요. 그래도 뭔가 좀 수상합니다. 황벽산의 희운 선사는 말합니다. “본래 마음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 견문각지에 속하지도 않고 견문각지를 벗어..

IAMTHATch 2025.02.06

[IAMTHATch] 모든 것의 원인

Look at the bigger picture.-생각을 크게 해보라는 영어 관용구  도울 김용옥은 어떤 강의 중에 우연히 나온 역사의 이야기를 곁들이면서6.25는 1945년 일본 패망부터 시작되었고 동아시아 30년 전쟁은 1975년 월남전을 끝으로 종료되었다고 말합니다.그러면서 마지막에 덧붙인 말로 “역사를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6.25가 이렇듯 특정 시기를 전후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사의 세력 판도를 포함한 배경을 아울러야 한다면 조금 더 올라가도 상관없습니다.1945년이 아니라 일본이 패망한 원인을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더 올라가면 우리가 왜 일본의 식민지로 이런 세력 균형의 최전선이 되어 버렸는지에 대한 100년 전으로 가야 할 겁니다. 이렇듯 원인들을 거슬러 올라..

IAMTHATch 2025.02.05

[IAMTHATch] 선과 깨달음, 생사를 끊는다

“무엇이 도입니까?” “평상시의 마음이 도이다.” “그래도 닦아 나갈 수 있겠습니까?”“무엇이든 하려 들면 그대로 어긋나 버린다.” “하려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 도를 알겠습니까?”“도는 알고 모르고에 속하지 않는다.” “안다는 것은 헛된 지각이며, 모른다는 것은 아무런 지각도 없는 것이다.”“만약 의심할 것 없는 도를 진정으로 통달한다면 허공같이 툭트여서 넓을 것이니 어찌 애써 시비를 따지겠느냐?”  현실적으로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말에 속아서 아무것도 안 하면 지금 이 신세를 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뭘 열심히 해야 합니까? 그겁니다. 중요한 것은 뭘 하는가입니다. 정말 다 제쳐두고 10분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봅니다.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하려고 하지 않는..

IAMTHATch 2025.02.04

[IAMTHATch] 선과 깨달음, 화두를 태워라

단하 천연 선사가 혜림사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일입니다.방이 매우 추웠는데 장작이 없는 까닭에 법당의 목불을 가져와서 쪼개 방을 데웠습니다. 이튿날 절 살림을 총괄하는 원주 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서 단하 스님을 꾸짖었습니다.“불상을 장작으로 쓰다니 이 무슨...”“부처님을 다비해서 사리를 얻으려고 했소이다.”“나무토막에서 무슨 사리가 나오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나를 꾸짖습니까?”원주 스님이 그 자리에서 눈썹이 몽땅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불교를 몰라도 아는 이야기이기도 하고,또 자주 인용하는 고사죠.김성동 작가의 만다라>라는 소설은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는데 비슷한 내용을 인용해 불상을 태우는 이야기를 꾸미고 있습니다. 소설에는 화두도 나오죠. 입구는 좁고 속은 넓은 병에 새 한 마리를 집어넣고..

IAMTHATch 2025.02.03

[IAMTHATch] 실존주의와 깨달음 (2/2)

켄 윌버의 초기 의식수준 모델에서 실존주의는 정중앙에 위치합니다.이른바 세계관의 발달 단계에서 켄타우로스라고 표현되는 실존 수준은 전 개인과 초 개인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시적- 마법적- 신화적- 합리적 (실존적, 켄타우로스)심령적- 정묘적- 원인적- 비이원  알다시피 켄타우로스는 말의 몸에 인간의 상체가 붙어 있는 그리스 신화 속의 존재입니다.켄 윌버의 의식 발달 모델에서 켄타우로스가 상징하는 것은 육체와 정신의 분열을 극복한 상태를 의미합니다.즉, 신체를 바깥에 있는 것으로 분리하는 자아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상태를 넘어서 있습니다.개인적 인간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미 윌버- 콤즈 격자를 통해 의식의 수준, 구조와 상태에 대해 알아본 바 있습니다.윌버의 초기 모델에서 정..

IAMTHATch 2025.01.23

[IAMTHATch] 실존주의와 깨달음 (1/2)

실존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그래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그 범주와 범위를 정해 놓지 않으면 같은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일은 많지 않지만 써야 할 때는 그래야 오류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단어 뜻만 보면 그럴 일이 없어 보입니다. 실존, 실로 존한다 뭐 이게 어려운 단어도 아니고 왜 이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를 뜻하는 용어가 되었는지가의문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역시 서구철학에 있습니다. 실존 이 단어가 복잡한 뜻을 지니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에 태동한 일종의 사상적인 유행을 실존주의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합니다. 그냥 나타난 것도 아니고 그간의 주류에 반대하는 사조, 사상의 흐름이었습니다.I AM..

IAMTHATch 2025.01.22

[IAMTHATch] 선과 깨달음, 북을 칠 줄 안다

화산이 법문을 했다. “익히고 배우는 것을 듣는다하고 배움을 끊은 것을 가까이 갔다 하고 이 두 가지를 다 지나면 진짜로 지나왔다고 한다.”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진짜로 지나왔다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북을 칠 줄 안다.” “무엇이 참된 이치입니까?” “북을 칠 줄 안다.”“마음이 부처라는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북을 질 줄 안다.” “앎이 높은 이가 올 때는 어떻게 맞이하시겠습니까?”“북을 칠 줄 안다.”  무슨 말을 해도 “북을 칠 줄 안다”라고 하니 질문하고 듣는 스님이 즐겁지는 않았겠습니다.뭐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똑같은 거라도 뺨 맞는 건 더 괴롭습니다.  운문 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요즘 어디 있다 왔느..

IAMTHATch 2025.01.21

[IAMTHATch] 카발라의 실천수행

내 영혼의 빛>이라는 카발라에 관한 책이 오랫동안 절판되었다가 다시 발간됐습니다.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고 저렴한 가격이라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책의 저자인 예후다 베르그는 카발라 스승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밝힙니다.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카발라 전통은 어떤 식으로 전수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인데 거기에도 스승과 제자의 시스템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발라는 ‘받음’이라는 의미인데 카발라를 일종의 전통적인 앎과 수행의 방법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카발라의 경전에 해당하는 것이 ‘조하르’이고 ‘전승’이라는 의미입니다.조하르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내용이 바로 내 영혼의 빛>이라는 책입니다. 좀 어울리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I AM THAT 채널의 세계관과..

IAMTHATch 2025.01.20

[IAMTHATch] 선과 깨달음, 모르면 볼 수 없다

최근의 일도 아니고 꽤 오래된 20세기 후반의 이야기지만 아직까지는 첨단이라고 여겨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다름 아닌 뇌과학이 밝혀낸 사람이 뭔가를 아는 프로세스입니다. 그중 마음을 정보처리 체계로 보는 시각에서는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이렇게 정리합니다.“세상에 대한 어떤 표상적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 내적표상, 즉 상징 구조의 정보 처리적 조작을 가해 인간은 체계가 의미 있는 출력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즉 내가 뭔가를 알게 된다는 결과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해서 알게 된다는 겁니다.반대로 말하면 아무런 개념이 없으면 뭘 봐도 모른다는 겁니다. 한 스님이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밖에 나갔을 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조주를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IAMTHATch 2025.01.16

[IAMTHATch] 선과 깨달음, 읽어야 들을 수 있다

선이라는 말의 어원은 인도의 디야나라는 말을 음차한 것으로 한자로 선나이고 뜻으로 번역한 말인 정(定)을 합해 선정이라고 부릅니다.아주 오래된 말입니다.  이 말이 뜻풀이까지 해야 하는 복잡한 용어가 된 것은 후대로 가면서 많은 입장들이 서고 갈라지고 합치고를 반복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우리가 이 역사까지 다 알려면 불교학자나 선가의 학생이 되는 것이 맞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간단하게나마 우리가 왜 선불교라고 따로 이름을 지어 부르는가 하는 것은 이해하면 나쁠 것은 없는데 물론 이 내용도 정리하는 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분량이 될 수 있어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선은 마음의 집중과 통일을 통해 진리를 알고 자유를 얻는 요가 즉 수행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불교라고 하면 떠올..

IAMTHATch 2025.01.15

[IAMTHATch] 절대정의와 자유의지 (2/2)

아무리 신지학 같은 오컬트 분위기를 조성해도 “도대체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진리에 무지하고 어리석고 천박한 사람이 스스로 인생 계획을 짠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지학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너무 엄격한 뉘앙스를 풍기는 불교에 비해 좀 틈이 있게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습니다.이참에 좀 격이 없이 이야기를 해보죠.  모든 일들이 각자의 카르마의 제한 내에서 일어나도록 계획돼 있습니다.그래서 마하리시는 말합니다. “지금 나의 모든 고통과 슬픔, 기쁨, 성공, 실패는 모두 과거 어의의 결과, 즉 전생의 결과입니다.” 더 세밀하게는 마하리시는 “어떤 사람이 부채를 집어들면서 그 행위가 자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

IAMTHATch 2025.01.14

[IAMTHATch] 절대정의와 자유의지 (1/2)

신지학은 19세기에 헬레나 블라바츠키를 중심으로 설립된 신지학협회에서 비롯된 밀교, 신비주의적인 사상, 철학 체계입니다.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고 오늘날 뉴에이지의 원조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도그마를 몇 개의 기본 진리로 정리하는데 그것이 신지학의 세 가지 근본 원리입니다. 첫째는 모든 것들의 근본 원인인 유일, 무한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카르마의 균형이며 셋째는 존재의 진화 발달입니다. 신지학은 서구 철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카르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I AM THAT 채널은 존재와 인식 편에서 윤회를 다루었는데 윤회적 세계관은 서구적 세계관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관점이어서 존재론에서 다루어도 무방했지만 차분한 이해가 필요한 내용이 많아 조금 뒤로 미룬 것이..

IAMTHATch 2025.01.13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을 본다는 것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엔 어떠했습니까?” “옷 입고 밥을 먹었다.”“본 뒤에는 어떠했습니까?” “발우를 벽에 걸어둔다.”  우두 법용 스님은 선종의 4대조인 도신의 제자입니다.전등록에는 스승이 제자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깊은 산에 혼자 있던 우두를 도신이 찾아갔는데 주변에 산짐승들이 거처하는 곳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무엇을 하시오?” “마음을 관찰합니다.” “관찰하는 것은 누구이며 마음이란 어떤 물건이오?” 질문을 받은 우두가 벌떡 일어나 절을 했습니다.도신이 자신을 소개하고 우두는 평소 만나고 싶었던 감회를 말합니다.도신이 잠시 앉을 곳이 없냐고 하자 우두가 작은 암자로 안내하는데 암자 둘레에 호랑이들이 우글거립니다.도신이 두 손을 들고서는 겁내는 몸짓을 하자, 우두가 묻습니다.“아직도 그..

IAMTHATch 2025.01.09

[IAMTHATch] 구르지예프의 존재수준 (2/2)

“이 세상 모든 것은 진화하거나 퇴화합니다. 의식적으로 진화할 수 없는 것은 퇴화합니다.인간이라는 개념을 말할 때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일곱 개입니다.과학이나 철학, 인간의 삶과 활동에 관한 모든 표현은 모두 똑같은 7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르지예프가 설명하는 7개의 인간은 다른 깨달음 전통의 시각으로 봐도 매우 특이합니다.물론 그가 사용하는 용어들이 그가 한때 방랑하고 탐구하고 활동했던 지역적 특색 때문에 기독교, 회교, 불교의 여러 용어가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20세기 초의 특수한 분위기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세기 초반은 서유럽 중심의 산업혁명이 파열음을 내며 그 한계를 노정한 시기입니다.두 번의 세계 대전이 그 결과이죠.  또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긴장 관계..

IAMTHATch 2025.01.08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이 가난한 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서는 두 번이나 마음과 관련된 구절이 나옵니다. 마음이 가난하면 복이 있고 마음이 깨끗해도 복이 있습니다.하늘나라가 그 사람의 것이고 하나님을 봅니다.  이 두 구절을 잘 살펴보면 선 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 두 구절은 선의 원리이기도 하죠. 이것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약성경에서 선의 형식을 찾는 많은 석학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마음이 가난했던 사람이라거나 마음이 가난해지면 복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완전 현재형입니다. 지금여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천국에 있다고, 하느님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스어로 서술된 신약성경의 산상수훈은 술어..

IAMTHATch 2025.01.07

[IAMTHATch] 구르지예프의 존재수준 (1/2)

게오르게 이바노비치 구르지예프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지나쳐 가기 어려운 이름입니다.하지만 워낙 정보가 제한돼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닙니다. 그에게는 고대의 지혜를 발굴해 소개한 영적 스승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파격적인 방법과 기괴한 행적의 흑마법사라는 의심도 평판에 있습니다. 저는 오쇼 라즈니쉬의 저서 속에 인용된 몇몇 장면들을 통해 그를 처음 접했는데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그가 서양인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었고 수피즘, 신지학, 오컬트와 연관되어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가 직접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은 나와 있는 책으로는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유일한데 사실 책의 내용은 자신의 행적에 관한 것이라 그가 가르친 내용을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가르..

IAMTHATch 2025.01.06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달빛이 하나인가

“마음에 도장을 찍어라”라고 하는데 마음에 찍히는 도장이 뭡니까? 사람 사는 세상에는 종이, 나무, 쇳덩이, 심지어 고깃덩어리 위에도 도장을 찍습니다.아시죠? 예전에는 정말 도장 찍는 것이 증빙이었죠. 요즘은 생체인식 기술이 발달해서 도장을 찍는 일이 줄었지만 여전히 인감을 가지고 증명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서명을 하든 직인을 찍든 뭔가 정체를 확실히 나타내야 하는 일에는 표시하는 방법을 써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죠. 마음에 도장을 찍는 일은 우스갯소리로 “넌 내 거야” 하는 남녀 간의 애정 행각에 가서야 겨우 그 의미를 압니다.마음도장이라는 의미가 겨우 이해되는 거죠.  그래서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그냥 스탬프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인증을 한다는 겁니다. 지울 수 없다는 것. 국가 사이의 조약을 하..

IAMTHATch 2025.01.02

[IAMTHATch] 연기 30송

연기 30송은 세친의 유식 30송을 본떠 만든 연기법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문장입니다. 1겉으로 형상을 지닌 모든 만물이 서로 연하여 생겨나고 사라짐을 본다.  2가장 쉽게는 그 어떠한 형상도 영원하지 않아 변하니 이것을 무상이라 하며 그 본질은 연하여 있기에 그 자체로 영원할 수 없으니 그것이 이른바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보이는 형상이 그러할진데 보이지 않는 감각되지 않는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미시세계에는 형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과 관계의 흐름만이 있으니 이것이 무상의 본 모습이다.  4그렇다면 왜 무상한 것인가? 왜 만물이 변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시작될 수 없다.그것은 애초에 형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으로 순간순간 ..

IAMTHATch 2025.01.0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잠들지도 않는 이것

양산이 중읍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불성입니까?”중읍이 답했다. “방에 산산이라는 원숭이가 한 마리가 있는데 밖에서 ‘산산아’ 하고 원숭이를 부르면 원숭이는 곧 대꾸한다.”양산이 다시 묻기를 “원숭이가 깨어 있을 땐 대꾸하겠지만, 잠들어 있을 때는 어찌 합니까?”그러자 중읍이 비밀이라는 말이라도 있는 듯이 양산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속삭였다.“산산아,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났지 않은가?” 참 걱정도 많습니다.아니 저 걱정에 이유가 있네요. 뭔가 알긴 알겠는데 그것이 까맣게 잊혀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서 걱정스러운 거죠.바로 산산이라는 원숭이가 잠들 때입니다. 이 스님도 보통은 아니네요.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렇습니다. 마하라지는 아예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의식은 세 가지가 있다. 우리가 말하..

IAMTHATch 2024.12.31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말문을 막더라도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길(道)입니까?” “담 너머에 있다.” “그것을 묻는 게 아닙니다.”“무슨 도를 물었느냐?” “큰 도 말입니다.” “큰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중국어 성경 요한복음을 보면 태초에 도가 있었다고 합니다.태초유도, 도여, 신동재, 도취시신 개혁 한글판과 비교하면 뜻이 좀 분명해집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한국어 성경의 말씀이라고 한 것을 도라고 번역했네요.중국어의 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존귀한 도를 물었더니 담장 밖에 있지 않느냐고 대답한 겁니다.그걸 물은 것이 아니라고 해도 끝까지 길 이야기만 합니다.큰 길은 죄다 장안 즉 서울로 통한다.  부처가 뭐냐고 물..

IAMTHATch 2024.12.30

[IAMTHATch] 수행, 여럿이 홀로 가는 길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대사   깨달음 전통을 아무리 뒤져도 선각자 한 분이 홀로 모든 것을 다 하고 끝나는 것은 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전승이 되려면 모임을 이루어야 하고 그것이 하나의 전통을 이루는 조건이라고 봐야 하겠죠. 비교적 그런 특징이 옅은 도교조차도 여기저기서 노자를 스승으로 모신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제자, 교단 이른바 불교식 상가의 전통은 모든 깨달음 전통에서 공통적입니다. 우리가 앞서 본 수행의 계율이나 지침들은 제가 일반적으로 설명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상가, 수행 집단 차원의 규율과 지도 기준에서 시작한 ..

IAMTHATch 2024.12.26

[IAMTHATch] 선과 깨달음, 꿈결에 알라

제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뭔고 하니, 꿈속에서 굉장히 슬퍼합니다.근데 그게 고민이 아니라 꿈 깨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고민입니다. 아닙니다, 진짜 고민은 꿈 속과 꿈 밖이 어떻게 이렇게 천지 차이인지 그걸 도통 모르는 것이 제 고민입니다.도대체 뭐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꿈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경우일 겁니다. 웬만해서는 꿈속의 감정까지 기억되지는 않죠. 너무 다른 감정 탓에 오히려 “꿈이었구나” 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꿈 이야기가 나오니, 영화 대사가 떠오르네요.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

IAMTHATch 2024.12.25

[IAMTHATch] 실천수행과 자아

자기로써 주인을 삼고자기로써 의지처를 삼는다.-법구경  수행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네, 지금까지 그 이야기를 해 왔기 때문에 일단 깨달음이라고 하면 틀린 답은 아닙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거기에 이르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부르기로 하죠. 깨달음의 지도는 구체적으로는 거기에 이르는 길, 즉 수행의 지도를 의미합니다.우리는 존재론, 인식론에서 목표를 실천론에서는 큰 길을 그려봤습니다. 앎의 지혜를 닦고 정성을 다해 살면서 내면의 성령을 따르는 것이 큰 길입니다.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고, 발달 라인이 달라서 걸음걸이와 운송 수단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길을 따라가는 것은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자기 여행 짐을 싸고 이동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는..

IAMTHATch 2024.12.24

[IAMTHATch] 선과 깨달음, 바라보고 무시하기

사조가 남전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장입니까?”“그대와 같이 오고 가는 것이 여래장이다.” “오고 가지 않을 땐 어떠합니까?”“그것도 여래장이니라.”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방 안에 앉아 눈앞에 드러나 있는 광경을 본다고 해보죠.여기에서 ‘내가 본다’든가 ‘무엇을 본다’든가 ‘왜 보는가’라든가 이런 생각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멍청하게 본다고 해보는 겁니다. 그냥 그림 한 폭이 경험될 뿐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캔버스가 되고 여기저기 늘어놓은 물건들은 그림이 됩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내가 본다’, ‘눈앞을 보고 있다’,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등등의 분별이 일어나지만 만일 무심히 바라본다면 경험되는 것은 이 한 장의 그림뿐입니다. 만일 이런 정지된 그림 속에서 손가락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

IAMTHATch 2024.12.23

[IAMTHATch] 선과 깨달음, 난동의 질서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와 자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아침에 함께 일어난다.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부처 간 곳 알려거든 어묵동정지只這語聲是 말하고 움직이는 곳을 살펴라.  우리는 늘 부처와 함께 산다고 부대사 스님은 말합니다.우리나라의 백제와 교류했던 중국 양나라의 스님입니다. 선가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부처를 데리고 잔다는 다소 섬뜩한 첫 구절 때문입니다. 시의 나머지 절반은 이렇습니다. 섬호불상리纖毫不相離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여신영상사如身影相似 마치 몸에 그림자 따르는 듯하다.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부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자 하면 지저어성시只這語聲是 다만 지금 말소리가 그것이로다.  부대사 스님은 한 치도 물러섬이 없이 부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선은 이렇게 부처를 직..

IAMTHATch 2024.12.19

[IAMTHATch] 깨달음의 실천적 지도

한 꺼풀 벗기고 보면모든 길은 같다.그것이 길이라는 그 점에서-데이비드 봄  우리는 앞서 깨달음 수행의 기조에 해당하는 지혜, 즈나나, 행위, 카르마, 헌신 박티를 알아봤습니다.각각 불교, 유교, 기독교의 예를 들어 그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세 가지 수행의 기조는 각각의 종교 전통이 특징적인 것일 뿐 독점적 배타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불교에는 지혜 수행의 전통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나머지 까르마, 박티의 전통이 있습니다. 윤회를 인정하는 불교가 카르마 요가를 외면할 까닭이 없고 보살행은 그 자체가 깨달음에 대한 헌신수행입니다. 이처럼 불교에는 즈나나, 까르마, 박티의 세 가지 수행 기조가 모두 있습니다. 유교나 기독교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유교의 지혜는 우리가 ..

IAMTHATch 2024.12.18

[IAMTHATch] 선과 깨달음, 시를 짓듯 대하라

오상호여여사응吾常呼汝汝斯應 여혹신오오첩수汝或訊吾吾輒酬 막도차간무불법莫道此間無佛法 종래불격일사두從來不隔一絲頭 내 늘 널 부르면 너는 바로 대답하고 내가 내게 질문하면 내가 즉시 대답했지.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하지 말라. 이제껏 실 한끝도 들어갈 틈 없었나니.  ‘시자가 게송을 구함으로 써서 주다’라는 제목의 고려시대 충지 스님의 선시입니다. 아마도 시중드는 시자가 불만이 많았나 봅니다. 잔심부름만 하고 공부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그런데 스님은 알려줍니다. 우리 사이에 서로 부르고, 대답하고, 밥 먹고, 물 마시는 그것이 모두 불법을 전수한 것인데 웬 불법 타령이냐? 교와 선이 하나로 엮이는 전통에서는 사실 선승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요즘으로 치면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이나, 강론을..

IAMTHATch 2024.12.17

[IAMTHATch] 영성지능과 발달라인

영성지능은 절대진리와 상호작용한다.-켄 윌버 우리는 이미 의식수준에 대한 켄 윌버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윌버- 콤스 격자로 표현되는 의식의 구조, 상태의 수준이 그것입니다.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성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의식수준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성지능이란 모든 수준에서 깨달음을 지향하는 인지능력과 그 요소들에 대한 발달라인을 의미합니다. 영성지능을 재창한 켄 윌버가 제시하는 무의식의 구조적 발달 단계는 7개로 요약됩니다.태고, 마법, 신화, 합리, 다원, 통합, 초통합 그리고 의식의 상태 수준은 조대, 정묘, 원인, 비이원으로 제시되죠. 구조를 수직의 단계로 놓고 상태를 수평의 단계로 나열하면 윌버 콤스 격자가 완성됩니다..

IAMTHATch 2024.12.16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에 점찍기

어떤 암자의 주지가 시주를 받으러 오니 감자가 말하길 “바로 말하면 시주를 하겠소.”그리고는 마음 心자 하나를 써놓고 물었다. “이게 무슨 글자예요?”“마음 心자입니다.” 그러자 감자가 다시 자기 아내를 불러다 물었다.이게 무슨 글자요? “마음 心자입니다”라고 똑같이 말했다.그러자 감자가 “내 촌뜨기 마누라도 암자의 주지가 될 수 있겠군.”그 중이 아무 말도 못했고 감자도 시주를 하지 않았다. 불교 전체를 한 글자로 줄이면 빌 空, 아니면 마음 心이라고 합니다.앞으로 보면 텅 빈 공이고 뒤로 보면 오직 마음 하나라고 해도 되겠습니다.그래서 선에서도 마음 心자 글자가 꽤 자주 등장합니다. 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전설의 고향 버전입니다만 아주 오랜 옛날에 아는 것이 없던 노파가 큰 스..

IAMTHATch 2024.12.12

[IAMTHATch] 수행의 여러 전통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평등하다-탈무드  우리는 앞서 요가의 세 가지 방법인 즈나나, 카르마, 박티 요가를세 가지 전통인 불교, 유교, 기독교를 예를 들어 살펴봤습니다. 요가는 이 세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종교적 전통 역시 세 가지를 가지고 모든 것을 살펴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초점은 우리가 적용해야 할 수행의 틀을 짜기 위해 넓은 범위를 살펴보고 핵심이 되는 개념을 짚어본 것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종류의 수행법과 지침이 있다고 공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무엇을 짚어볼 것인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제외해야 할지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이 나을 정도입니다. 불교만 해도 우리가 본 사성제, 팔정도가 아닌 다소 밀교적인 티벳 불교의 방법들이나 선불교의 방식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

IAMTHATch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