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9)

우리가 그들의 위선에 분노하는 이유

Buddhastudy 2019. 9. 11. 20:13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이런 충격적인 말을 했다.

부모를 잘못만나는 것은 가장 큰 시장 실패입니다.”

 

그렇다면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시장 실패를 성공적으로 피한 셈이다.

당신은 이 말이 완벽히 틀렸다고 반박할 수 있는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두 번 충격을 주었다.

첫 번째는 자녀에게 명문 대학의 학벌을 갖게 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는 작품 속 상위 1%의 부모들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이렇듯 불공정한 방법을 총동원해 자녀를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는 행태가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명문 대학 입시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학벌은 곧 고소득 일자리와 계급사다리의 높은 위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그들은 상위 1%가 아니라 상위 20%라는 점이다.

실제로 불평등은 가구 소득 기준 상위 20%를 기점으로 나머지 80%가 뚜렷하게 분리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통장 잔고와 월급 액수 등에서 드러나는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학력, 가족 구성, 건강과 수명까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1%의 최상류층에만 관심을 집중하면 흔히 말하는 은수저, 동수저인 사람들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80%의 다수 대중과 같은 배를 탔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상위 20%의 중상류층이 설치한 유리바닥은 견고하다.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는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이 앞 다투어 재벌과 상위 1%의 부자들을 비판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들이 입으로 정의를 말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자녀들에게 특권을 물려주려는 위선적인 모습 또한 자주 목격된다.

특히 공직자의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나 아이를 위한 위장 전입 이력이 별일 아닌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미국 사회에 큰 반영을 일으켰던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 중상류층 사이에는 나는 이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나의 지위는 나의 능력 덕분이므로 마땅히 나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 중상류층은 나머지 대중으로부터 확연하게 분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상위 1%와 나머지 99%의 대결 구도를 고수하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상위 20%의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불평등 구조를 다시 봐야 합니다.

 

특히 교육 부분에서 이 불평등을 알아차리는 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불평등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며 세대를 거쳐 전승되기 때문이죠.

 

계급 분리는

노동 시장에서 가치가 인정받는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가

중상류층에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심지어 중상류층은 불공정하게 기회를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철학자 애덤 스위프트는 어떤 부모를 갖게 될지는 전적으로 운이지만

어떤 자녀를 갖게 될지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죠.

 

중상류층의 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이면 이미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초등하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계속됩니다.

 

고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데

중상류층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아이를 좋은 학교에 더 많이 보낸다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닙니다.

 

중상류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가든지 공립학교에 가든지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학과 외의 교육 기회도 풍성하게 누리게 되죠.

 

이러한 기회의 차이는

사회계급간 불평등의 격차를 벌리는 데 일조합니다.

 

저는 우리가 노동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고치려 하기보다는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교육을 비롯한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기까지 하죠.

 

이는 사회적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더 이상 상위 20%의 사람들이 최상위 1%의 뒤에 숨어 있으면 안 됩니다.

밖으로 나와 특권을 인식하고 권리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죠.

 

우리는 양심을 깨우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