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수학비타민

[수학비타민] 자강두천

Buddhastudy 2019. 11. 5. 20:26


오늘은 실존 수학자를 다룬 영화 두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는 인도의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1887년 인도 마드라스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라마누잔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순전히 독학으로 수학 연구를 합니다.

 

라마누잔은 자신의 연구 노트를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 하디에게 보냅니다.

그의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본 하디는 라마누잔을 케임브리지 대학에 전격적으로 초청합니다.

 

라마누잔은 모차르트가 머릿속으로 교향곡 전체를 그렸듯이

오로지 직관으로 수학적 발견을 합니다.

하지만 하디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 발견을 증명으로 완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득합니다.

직관과 증명이 충돌한 거죠.

 

라마누잔의 영국 생활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인종 편견과 종교 차이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폐결핵에 걸렸고, 고향으로 돌아와 안타깝게도 32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1976년 발견된 라마누잔의 잃어버린 노트는 9개의 교향곡을 완성한 베토벤이 미완으로 남겼다고 알려진 10번 교향곡에 비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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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수의 분할이란 것이 나오던 데

그건 무엇인가요?

 

자연수를 분할하는 방법의 수를 말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4를 분할하는 방법은

4

3+1

2+2

2+1+1

1+1+1+1

이렇게 5가지입니다.

 

4개의 구슬을 나누어 넣는 그림으로 나타낼 수도 있죠.

4를 분할, Partition하는 방법이다 해서 P(4)라고 표현합니다.

P(4)=5

 

이걸 일반화해서 n의 분할을 P(n)이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n이 작으면 간단하지만 커지면 P(n)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지는데

라마누잔은 이에 대한 공식을 만들어냅니다.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디는 택시 번호인 1729가 밋밋한 숫자라고 하자, 라마누잔은

그건 정말 재미있는 수입니다

1729는 두 세제곱 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두 가지인 가장 작은 수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요

172913 +123으로 나타낼 수 있고

93+103의 합으로 나타낼 수도 있는데

그런 두 가지 표현이 가능한 가장 작은 수라는 거죠.

1729=13 +123 = 9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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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이 <무한대를 본 남자>이기 때문에 무한과 관련된 자식 자랑을 잠깐 해볼까 합니다.

아이가 6살 때를 기억하는데요, 제가 출장을 가서 전화를 하니

엄마, 선물을 무한만큼 사가지고 0만큼 빨리 와!” 하더라고요.

저는 혹시 우리 아이가 수학천재가 아닐까 기대를 잠시 가졌지만, 수학에 대해 평범하다는 걸 깨닫고 그 미망에서 곧 빠져나오기는 했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영화는 버트란드 러셀의 명언,

수학은 올바른 시각으로 보면 진실뿐 아니라

궁극의 미를 담고 있다.” 로 시작합니다.

아마도 라마누잔은 수학의 궁극적인 미를 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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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영화는 수학자 존 내쉬를 주인공으로 하는 <뷰티플 마인드>입니다.

영화는 1940년대 최고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의 새내기 내쉬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들른 술집에서 금발 미녀들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을 지켜보던 내쉬는 게임이론의 내쉬 균형을 생각해 냅니다.

그러나 내쉬는 냉전시대에 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투입되고

이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됩니다.

 

굴곡진 세월을 보낸 내쉬는 1994년 게임이론의 핵심 개념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내쉬는 2015년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에 대한 공로로 아벨상도 수상했습니다.

아벨상은 좀 생소하실텐데요, 수학분야의 영예로운 상으로 필즈상이 있죠.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고

아벨상은 매년 시상하면서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상금은 아벨상이 노벨상에 필적할 만큼 많구요

그래서 아벨상을 수학의 노벨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스웨덴에서 주는 노벨상, 노르웨에서 주는 아벨상, 발음도 비슷하죠.

역사상 노벨상와 아벨상을 모두 석권한 사람은 내쉬가 유일한데요,

어느 상이 더 영예로울까요?

 

내쉬는 노벨상을 셀튼, 하세니와 함께

아벨상은 니렌버그와 함께 받았습니다.

3명이 공동 수상한 노벨상보다

공동 수상자가 두 명인 아벨상이 더 가치롭지 않을까요?

1/3보다 1/2이 크니까요.

 

내쉬는 죽음도 드라마틱합니다.

노르웨이에서 아벨상을 받고 귀국해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합니다.

그의 나이 86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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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룬 두 명의 걸출한 수학자 중 누가 더 천재일까요?

다음에도 기대해 주세요.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