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동거를 하며 1년 반 정도 사귀었던 정말 사랑했던 여자친구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차였습니다.
백수인 제가 잘될 것이라 믿고 오래 기다린 것도 있지만,
여자친구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마음과 제 옆에 계속 두고 싶어 했던 마음이
여자친구를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헤어지게 되니 마음이 아프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연애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상대를 온전히 믿으며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실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혜안(慧眼)을 주세요//
질문자의 질문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소박한 바람인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면 실망을 주지 않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말 자체가 엄청난 욕심입니다.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야 됩니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상대를 미워하게 되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못난이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둘 다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네 가지 경우 중 하나가 일어납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해도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나는 안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나도 안 좋아하고 상대도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좋아할 수 있는 거예요.
특별히 인연이라고 정해져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런 네 가지 중에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나도 안 좋아하고 상대도 안 좋아하면
만남이 성립되지 않으니 고민거리가 안 됩니다.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좋아한다면
내가 원하는 바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역시 고민거리가 안 됩니다.
그런데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하면
내가 상대를 미워하거나 상처를 갖게 됩니다.
반대로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하면
내가 귀찮아지요.
나는 조금 귀찮은 정도로 끝나지만 상대는 또 엄청난 상처가 되겠죠.
이렇게 사람을 만나면 네 가지의 만남 중에 하나가 일어나는 거예요.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하거나
상대가 좋아하는데 내가 안 좋아하면 고뇌가 생겨서 악연이라고 하고,
나도 좋고 상대도 좋아하는 결과가 되면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
그것은 사주팔자도 아니고 전생도 아닙니다.
그중에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할 때
나한테는 큰 고뇌가 되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데 내가 안 좋아하면
상대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도 나에게는 부담이 안 되잖아요.
그것처럼 내가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안 좋아해서 헤어지게 되면
나는 굉장히 아쉽지만 상대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잖아요.
결국 이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첫째, 이 일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고
가볍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좋아했다가 나중에 안 좋아지게 되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가 좀 필요합니다.
연구를 해본 결과 몇 가지 원인이 발견되었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그런 것을 조금 주의를 해야 되겠죠.
그런데 그런 것을 주의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랑이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헤어질 때는 그런 문제로 헤어졌지만
다음에 만나는 여자는 요구하는 조건이
지금 만난 여자 하고는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귀었던 여자가 문제 삼던 것이
다음 여자도 동일하게 문제 삼을 수 있고,
다음 여자 입장에서는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을 가지고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한 번의 만남을 통해서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말한 거예요.
이 문제는 단순히 실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안 맞을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어요.
반성했다고 다음에 반드시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늘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성공의 확률을 조금 높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수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공의 확률을 조금 높이려면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가 나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을 해야 됩니다.
그것에 적절히 내가 대응을 해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그런데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내가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애를 쓰게 되어 내가 지치게 됩니다.
우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고 만나는 것은 나의 어리석음에 해당합니다.
상대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지만 그걸 다 해 줄 수 없을 때는
상대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상대가 나쁜 게 아니라
서로의 요구가 다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다음 기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성을 통해 나를 변화시켜 보고
다음 만남에 적용해 보는 거죠.
그래서 그 만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또 안 이루어졌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패를 통해 내가 이번에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만남이 지속되지 않은 요인도 다 다릅니다.
이를 통해 ‘사람을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하는데 미처 살펴보지 못했구나’ 하고
반성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두 번 실수를 하면
세 번째 만남에서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성공할 확률이 조금 높아지지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실패를 하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어요?
열 번쯤 사람을 만나고 헤어져 보면
어느 정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다양한 요구와 취향, 문제점을 경험하고 파악했으니
차후에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어느 정도는 상대방의 요구에 나를 맞출 수가 있게 됩니다.
이렇게 실패를 많이 해야 내가 배우는 게 많아집니다.
만약 재수가 없어서 두세 번 밖에 안 만났는데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냥 재수 없이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행운이 아니고 재수가 없어서 두세 번 만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예요.
왜 재수가 없다고 표현했을까요?
사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많은 문제가 생겨야
더 많은 방법을 연구해서 더 많은 배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어떤 만남이 이루어져도 괴롭지 않고
설령 서로 안 맞아서 헤어져도 괴롭지 않게 됩니다.
즉문즉설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느냐, 안 이루어져야 하느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만남이 이루어지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만남이 이루어지든, 만남이 안 이루어지든,
내가 괴롭지 않은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처음 만난 후에 그 만남이 지속될 수도 있고, 그러다 헤어질 수도 있겠지요.
계속 만나게 되면 계속 만나서 좋고
헤어지게 되면 반성할 것이 생겨서 좋고
그러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커져서 좋습니다.
실패를 여러 번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는 반증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코 나쁜 행동이 아니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집니다.
질문자는 상대를 만나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물었는데
그런 비법을 가르쳐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좋고, 안 만나게 되어도 좋고,
만나서 관계가 지속되어도 좋고, 지속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만남이 계속되면 ‘재수가 없어서 좋은 일이 생겼다’ 하고 생각하면 되고
만남이 지속되지 않으면 왜 그런지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
미련이 생기면 전화를 하면 되죠.
세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전화를 해서 ‘내가 이런저런 것이 부족했는데 우리 다시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면 됩니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질문자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만남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내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가 싫다는 것을 어떡하겠어요?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치근거리면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내 사랑이 깊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에요.
옛날에는 이런 행위를 ‘사랑이 지극하다’ 하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이를 성추행이라고 말합니다.
상대의 의사에 반(反)해서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하면서 긍정적으로 표현했는데
요즘은 상대를 괴롭힌 행위가 되어서
범죄 취급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연애를 하려면 좀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끈적끈적 달라붙으려고 하면 안 돼요.
아무리 상대방을 좋아해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 하고 탁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으면 전화해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해 보면 됩니다.
상대방이 받아 줘서 다시 만나게 되면 다시 만나는 것이고,
그러다가 또 내가 약속을 못 지켜서 상대방이 싫다고 하고 다시 헤어지게 되면
다시 헤어지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반성을 했다고 말해도
상대가 이를 안 믿어준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물론 세월이 흐르면 내 감정은 점점 나아집니다.
하지만 수행은 지금 당장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2년 걸릴 일을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하는 방법이 수행이에요.
제가 말하는 관점을 가지면
상대방에 대한 미련이 좀 빨리 사라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옛날부터 이별의 상처는
옆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떨쳐 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세월이 약이다’ 하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은 헤어졌다고 울고불고 난리지만
세월이 흐르면 이 괴로움은 뇌의 작용에 의해서 잊혀지게 됩니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시간이 흘러야 낫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3년이나 끌면 그만큼 자기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수행이란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알고
미련이 남으면 시도를 더 해 볼 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안 되면 빨리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인생을 훨씬 더 가볍게 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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