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딸을 세 명 키우고 있습니다.
그중 둘째 아이가 2주 넘게 학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전 학부모 상담 때 아이가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 참여도 잘하지 않고 과제도 잘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대안형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한 건 엄마의 권유였지
본인이 오고 싶어 온 학교가 아니라며 자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이돌을 하고 싶어 해서 오디션 데뷔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은 학교는 가지 않고 학원만 꼬박꼬박 가고 있습니다.
제가 차분하게 자퇴를 수용하자, 아이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자퇴는 두렵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겠다고 합니다.
아이의 결정을 수용하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병원에도 다니며 상담을 받았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아 불쑥 눈물이 올라옵니다.
저는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아직도 아이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 같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생각에 굉장히 괴롭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할까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병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를 환자라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보통 아이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안 풀리는 거예요.
아이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이를 치료하고 있는 담당 의사의 진단을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질문자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첫째, 의사와 상담을 하세요.
둘째, 학교 선생님과 의논을 하세요.
아픈 아이를 아프지 않은 본인을 기준으로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아이가 학교를 하루 결석하는 일로 그렇게 성질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
질문자는 의사도 아니고 아이 문제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어요.
지금 이 문제는 전적으로 질문자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퇴를 하느냐 아니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느냐 하는 문제는
질문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의 문제는 전학을 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자퇴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잠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문제가 반복될 뿐이에요.
아이가 자퇴를 하든, 전학을 가든, 학교를 빠지고 아이돌 학원만 다니든,
질문자는 아이의 선택에 구애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은 아이가 아이돌 학원을 잘 다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학원을 그만두면
‘병 때문에 하던 일에 싫증을 내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마저 그만두겠다고 하면
‘병이 또 도져서 저러는 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치료를 해서 다행히 학교를 계속 다니면 좋고,
치료가 소용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자퇴를 하면 그뿐입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의 증상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할 뿐이란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 좋고, 아니면 싫다’하고 분별심을 내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아이가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자꾸 이런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지금 아이의 문제는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에요.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질문자는 부모로서 아이의 기본 생활만 보살피면 됩니다.
배고파하면 밥을 주고
옷이 더러우면 빨래를 해주고
학교든 학원이든 가겠다고 하면 보내주고
어디도 안 가겠다고 하면 집에서 쉴 수 있게 해주면 돼요.
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건 아이한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시 건강해질까?’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까?’ 하고 욕심을 내면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인도 괴롭고, 아이도 괴로울 뿐이에요.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학교를 안 가지만 학원은 가서 다행이다,
‘자퇴를 안 하고 전학이라도 가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은 병이 심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중에 병이 심해지면
‘학교도 학원도 안 가겠다’ 할 수 있고,
그보다 더 심해지면
‘자살하겠다’ 이렇게까지 될 수가 있어요.
‘그렇게 악화되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학교만 가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결석은 안 해야지’, ‘지각은 안 해야지’
자꾸 이런 욕심을 내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질문자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연구하거나 마음을 이해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부모로서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고 생활을 도와주는 일만 하면 됩니다.
병은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서 치료를 하면 되고
학교를 다닐지 안 다닐지는 아이와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면 돼요.
학교를 꼭 가야 된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도 한번 해보고, 저렇게도 한번 해본다는 생각을 가지면 돼요.
‘전학도 시켜보고, 자퇴도 해보고, 다시 복학도 해보고, 그냥 인연 따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괴롭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를 둔 엄마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의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이런 아이를 둔 엄마는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괴로울 뿐이에요.
아이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받죠.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기 하는 꼴이잖아요.
왜 옛날에 잘못한 것은 잘 알면서 지금 잘못하는 것은 몰라요.
옛날에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을 알았으면 지금은 잘해야 될 것 아니에요.
만약 아이가 나중에 자살해서 죽어버렸다고 하면 질문자는
'그때 학교 안 가겠다고 하는 걸 들어줄 걸',
'그때 학원에 가겠다는 걸 허락해 줄 걸' 하고 또 후회할 겁니다.
지금은 어리석게 살고, 나중에는 후회하고,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밥해 주고,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해 주고,
학교 선생님과 의논해서 결정해 주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해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질문자도 좋고 아이한테도 좋습니다.
아이가 지금은 전학을 가겠다고 해도
며칠 또 지나면 그냥 학교를 다니겠다고 할 수도 있고
다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도 또 며칠 지나면 전학을 가겠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는 지금 병이 들었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말 한마디에 너무 끌려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
그런 것을 스님한테 물을 필요가 없다니까요.
선생님과 의논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 됩니다' 하면 애한테
'얘야, 더 이상 길어지면 너 자퇴가 된단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애가 병이 든 것이니까 더 길어져도 괜찮습니다’ 하면 그냥 놔두면 됩니다.
아이 스스로 자퇴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하면 그때 가서 전학을 가면 됩니다.
그것을 선생님과 의논하라는 겁니다.
‘그만둬야 되느냐, 전학을 가야 되느냐, 학교를 보내야 되느냐?’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질문자의 생각대로 결정을 하지 마세요.
...
왜냐하면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또 아이의 생각이 변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막다른 골목에 가서 그때 물어보고
'이러다가는 자퇴가 낫겠다' 하면 자퇴하고,
'전학을 가겠다' 하면 전학을 가면 됩니다.
이렇게 질문자부터 여유가 있어야 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전문가한테 물어서 정보를 좀 알아야 되겠죠.
학교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보를 파악해서 아이와 대화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그때는 전학조치를 취해야 되겠죠."
...
질문자부터 우선 여유를 가지세요.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이것만 해결이 되면 인생이 걱정 없겠다' 이렇게
조급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이런 일보다 더한 사건이 생겨도
나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세요.
나중에 애가 죽는다든지 하는 문제와 비교하면
학교에 안 가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막상 학교를 잘 다니게 되면
그때는 또 성적이 낮은 걸 두고 괴로워하게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 없어요.
‘이 일은 별 일 아니다’ 하면서
그저 인연 따라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를 가지면 좀 여유를 가질 수가 있을 겁니다.
...
이런 아이를 둔 엄마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당해서 아이가 죽었다면
그런 아이를 둔 부모는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며 살아야 합니까?
그런 부모도 웃으며 살아야 됩니다.
질문자가 지금 웃으며 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질문자는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욕심대로 안 되어서 괴로운 것입니다.
아이의 문제라고 보는 게 바로 남 탓하는 겁니다.
자기 문제라고 보고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중점을 두어야 해요.
그래야 아이를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아이를 원망하게 돼요.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항상 '네가 있어서 엄마는 행복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자기 인생에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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