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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1억5천만 년 된 놀라운 비행의 역사

Buddhastudy 2023. 8. 3. 19:24

 

 

 

어느 항구도시의 해변가에 새 한 마리가 내려앉습니다.

이 새는 25천만 년 전에 등장한 공룡의 후손이며

백악기의 포식자인 티렉스와 벨로시랩터의 사촌입니다.

 

먼 옛날 조상들이 그랬듯이

이 새도 예리한 눈으로 주변을 수색하고

긴 부리를 벌려 꺼억꺼억 소리를 냅니다.

 

이 울음소리는 동료들을 부르는 신호일 수도 있고

배우자를 유혹하는 노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포유류들을 향하는 위협일 수도 있습니다.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는 공룡의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습니다.

 

울음을 멈춘 공룡은

이제 자신의 조상들이 할 수 없었던 행동을 취하려 합니다.

긴 팔을 우아하게 펼치고 바닥을 박차며 공중으로 도약하는 것 바로 비행입니다.

 

 

, 공룡처럼 묘사한 이 새는 바로 갈매기입니다.

갈매기는 바다 위를 유유히 나는 모습 때문에

온순한 동물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아주 교활하고 민첩한 동물입니다.

 

갈매기는 새우깡을 순식간에 낚아채기도 하고

간혹 인간을 향해 돌진하기도 합니다.

급할 땐 인간의 가게를 털기까지 하네요.

영리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갈매기들의 몸속에 숨은 벨로시랩터의 유전자를 떠올립니다.

 

비단 갈매기뿐 아니라 모든 새가 공룡의 후손입니다.

새들은 공룡이 멸종하기 훨씬 전에

수각류의 무리에서 뻗어나와 비행에 특화된 종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새와 공룡은 공통 조상을 공유하며

계통적으로 새는 공룡의 여러 하위 분류군 중 하나입니다.

 

새가 공룡의 후손이자 일종이라는 학설은 학계에서 정설로 통합니다.

90년대부터 발견된 수천 점의 화석과 유전적 증거가

이를 훌륭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덕분에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가 공룡이라는 사실이 아직 낯설 때가 많습니다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와 귀엽게 짹짹거리는 참새

게다가 저녁 간식으로 나오는 치킨이

사실 티렉스와 사촌지간이라니요.

 

과연 공룡은 어떻게 새로 진화했을까요?

무엇보다 어떻게 그 큰 덩치가 비행능력을 갖게 되었을까요?

 

네 오늘은 공룡이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게 된

비행의 역사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200만 년 전 폐름기 말기의 지구는 지옥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된 화산 폭발로

땅은 용암에 그을려 시커멓고 하늘은 먼지와 독성 가스로 가득했습니다.

극단적인 온실가스 효과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지구 생물종의 약 96%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하마터면 생명이 없는 행성이 될 뻔했던 지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폐름기가 끝나고 트라이아스기에 접어들면서

화산 폭발이 잠잠해지자 생태계가 점차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생존자들은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먹이사슬을 형성했습니다.

 

공룡이 처음 등장할 때도 이때였습니다.

원시공룡들은 그들의 폐름기 조상들과 달리

몸통 아래에 다리가 달린 구조를 가졌습니다.

 

덕분에 어떤 무리는 어설프게나마 두 발로 걷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런 보행방식이라면 더 넓은 지역을 관찰하면서 먹이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로부터 다시 약 2천만 년이 지났을 무렵

원시 공룡의 한 무리에서 완전한 직립보행을 하는 공룡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똑바로 서서 걸을 뿐 아니라

때로는 빨리 달리면서 경쟁자들을 따돌렸습니다.

지구상에서 직립보행의 원조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똑바로 서서 걷는 공룡 중 일부는

양쪽 쇄골을 연결하는 차골 구조를 발달시켰습니다.

차골은 우리가 삼계탕을 먹을 때 볼 수 있는 뼈인데요

현생 조류는 모두 이 차골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골을 처음 발달시킨 원시 수각류들은

어깨뼈가 안정되고 먹잇감을 움켜쥘 때 충격을 더 잘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포식자 그룹으로 더 빨리 나아가기에 유리했습니다.

 

이처럼 차골은 비행과 전혀 상관없이 생겨난 뼈였지만

먼 훗날에 비행에 너무나 적합한 뼈가 되었습니다.

양쪽 쇄골이 스프링처럼 유연하게 이어져 있다 보니

날개를 펄럭일 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진화는 원래 부품이 전혀 뜻밖의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치 프로펠러의 발명자가

나중에 누군가가 이걸 비행기에 장착하겠지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진화는 늘 발명자의 뒤통수를 칩니다.

 

 

다시 수천만 년이 지났을 때

똑바로 서서 걸으며 가슴에 차골을 지닌 수각류는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목과 확장된 전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천후 목과 뛰어난 지능은

먹잇감을 더 잘 수색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덩치가 작아지고 또 일부는 팔을 몸쪽으로 접을 수 있었습니다.

접는 팔은 그즈음에 진화하던 섬세한 깃털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원시깃털은 깃털이라기보다 솜털에 가까웠습니다.

수북한 솜털이 보온용이나 위장용으로 쓰임새가 점점 커지다 보니

솜털 가닥이 점점 길어져 마침내 지금과 같은 깃털이 탄생했습니다.

그 깃털들이 팔 위에서 겹겹이 층을 이룬 것이 바로 날개입니다.

 

작고 똑바로 걷고 차골이 있고 목을 까딱거리며

총명한 지능과 깃털 달린 날개를 가진 수각류

이들이 바로 새의 직계 조상인 파라베스입니다.

 

파라베스는 아주 다양한 날개를 가졌습니다.

어떤 종은 조상의 다리에 솜털이 많았던지

심지어 다리에도 날개가 달렸습니다.

 

날개 역시 비행과 전혀 상관없이 생겨난 부속품이었지만

공룡들은 날개를 오랫동안 달고 다녔습니다.

도대체 지상의 동물에게 날개가 왜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화석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못하는 경우 중 하나는 색깔입니다.

 

고대 동물의 피부색이 어떠했는지

그동안은 대체로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이러한 한계도 차츰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대 동물의 피부색을 추측하는 방법을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동물의 피부색은 멜라닌 색소에 따라 정해집니다.

멜라닌은 멜라노솜이라는 자루 모양의 세포기관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멜라노솜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나타나는 색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소시지 모양의 멜라노솜은 까만색

미트볼 모양은 빨간색

이런 식입니다.

그러면 혹시 화석에서 멜라노솜 구조를 찾을 수 있다면

공룡의 피부색도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사람은

덴마크 출신의 고생물학자 야코브 빈테르입니다

빈테르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여러 깃털 공룡 화석을 분석한 결과

멜라노솜 구조를 발견해냈습니다.

특히 깃털 부위의 멜라노솜은 그 모양이 제각각으로 다양했습니다.

 

이는 공룡의 깃털이 매우 화려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공룡의 날개는 본래 과시용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록달록한 날개를 펄럭이면서

적을 위협하거나 배우자를 유혹하는 목적으로 써먹은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현생 조류도 이 방법을 여전히 써먹고 있습니다.

 

날개가 과시용으로는 효과적이었겠지만

그 밖에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을 겁니다

특히 덩치 큰 공룡들에게 날개는 꽤 골칫덩이였을 겁니다.

 

그러나 더욱 작은 몸과 더욱 큰 날개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 파라베스의 경우에는

이 골칫덩이가 공기역학적인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빠르게 달리면서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거나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점프할 때

날개에서 양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내 몸에 골칫덩이한테 이런 반전이 숨어 있었다니..

 

최초의 비행은 중구난방으로 발달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미크로랍토르 같은 깃털 공룡들이

글라이더처럼 기류를 타고 활공하는 수동적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풍동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실물 크기의 미크로랍토르 모형을 만들어 풍동 실험을 했더니

공중에 떠 있기도 하고 기류를 타고 유유히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수동적 비행에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안키 오르니스 같은 공룡들은 능동적으로 날개를 펄럭함으로써

양력과 추력을 얻는 비행 방식

즉 동력 비행 방식을 터득했습니다.

 

첫걸음마가 그렇듯이 동력 비행도 처음엔 어설펐을 겁니다.

아직은 근력과 에너지가 부족해 공중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동력 비행이 꾸준히 시도되자

자연선택이 작업을 게시했습니다.

 

자연선택은 비행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형질은 버리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형질을 남기면서 점점 뛰어난 비행사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쥬라기 중기에 이르렀을 때에는

능숙하게 동력 비행을 하는 공룡

이제 다른 말로 새가 곳곳에 나타났습니다.

 

초기의 새들은 다른 공룡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화했습니다.

날갯짓하는 계통 중 일부는 덩치가 더 작아지고

뼛속을 움푹하게 파내면서 체중이 더 줄었습니다.

 

지상의 포식자였을 때 유리했던 형질인 꼬리와 이빨을 잃는 대신

비행에 유리한 형질인 더 큰 가슴 근육과 더 긴팔을 얻었습니다.

호흡, 성장률, 대사율이 향상되면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온혈동물이 되어갔습니다.

 

이와 같은 비행 친화적 특징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더 우수한 비행사가 탄생했습니다.

어떤 비행사들은 땅에 착륙하지 않고도

몇 시간 동안이나 공중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비행사들은 한참 뒤에나 탄생할 이카루스의 신화에 도전했습니다.

그들은 태양을 향해 높이 높이 날았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대륙권 상층부를 통과해

때마침 솟아오르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 위에서 고공비행을 했습니다.

오늘날의 새가 된 것은 이런 다양한 진화적 사건을 겪은 공룡들입니다.

 

진화는 그때그때 일어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의 보탬이 되는 특징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공룡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비행이 불가피한 환경에 직면했을 겁니다.

만약 덩치가 작고 팔이 길고 뇌가 큰 사냥꾼이

과시형으로 날개까지 가지고 있다면

땅을 박차고 솟아올라 이리저리 날아다녔는데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을 겁니다

 

다소 어설픈 비행능력이라도

날개짓을 하며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순간

자연선택이 개입해 한결 더 나은 비행사를 길러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더욱 멀리 더욱 빨리 나는 공룡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적인 새가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룡에서 새로 진화한 비행의 역사입니다.

 

 

새들은 아주 오랫동안 지상의 지배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티렉스와 트리케라톱스가 끝장날 때까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적도 이남에서는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가 티타노사우루스를 추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얼마 후 새들은 엄청난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종이 사라진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이번에도 끈질긴 회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생존자들은 기어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습니다.

 

다시 긴 시간이 지났을 때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처럼 두 발로 서서 걷는 종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로워진 팔로 날개짓을 하는 대신

도구를 만들고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두뇌가 발달해 새로운 포식자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지상의 포식자들은 하늘을 나는 새들을 동경했습니다.

지금도 수만 명이 모여 갈매기를 외치기도 합니다.

갈매기의 비상을 염원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새들은 오늘도 유유히 하늘을 납니다.

새는 공룡의 후손이며 비행의 역사입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