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시댁의 모진 말에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남편이 밉습니다. (2023.10.25.)

Buddhastudy 2023. 12. 27. 20:22

 

 

저는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는데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손위 시누이가 둘이 있는데 사는 형편에 비해서 인색한 편입니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4살 때 집을 나가셨다가 최근에 연락이 와서 다시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제가 싫으신지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곤 하십니다.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 시아버지를 결혼 초에 모시고 살 당시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두 번이나 유산했습니다.

남편은 항상 시댁 식구들 편을 들어왔고

그래서 저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크면 이혼하려고 참으며 살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약을 4년째 먹고 있습니다.

시누이와 시어머니가 했던 모진 말들이 자꾸만 저를 괴롭게 합니다.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남편이 밉고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을 쓰레기봉투 열어보듯

열어보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지난 일을 떠올려 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아이들이 클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 야단을 치실 줄 알지만

저에게 맞는 답을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수행적 관점이 잘못 잡혀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악물고 아이들이 클 때까지 참고 살겠다.’ 하는 관점은

현재에 깨어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질문자처럼 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에는 터지게 됩니다.

후회하다가 다시 이를 악물고 참고 살게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살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가 사는 방식은 수행적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방식이 아닙니다.

 

수행이란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기입니다

 

아침밥 먹었습니까?

옷을 입었습니까?

잠은 잘 잤습니까?

 

질문자는 지금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잠도 잘 잤는데, 무슨 괴로움이 있다는 겁니까?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고, 남편도 직장을 다니고 있잖아요.

따지고 보면 질문자는 아무런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이런 관점을 딱 가질 때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가 있습니다.

 

남편과 이혼할지 안 할지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살만하면 살고 헤어질 만하면 헤어지면 될 일입니다.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십 년 뒤에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하면서 살고 있으니

지금 여기에 깨어있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수행적 관점이 잘못 잡히면

질문자처럼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란 것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한테 꼭 들어맞는 답을 찾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다른 상황들을 살펴보고

거기에서 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답이란 늘 시간과 공간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들을 참고해서 그때그때 놓인 상황에 맞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면서

정답을 달라’, ‘스님이 무슨 답변을 하실지 알겠다.’,

야단맞을 것 같다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태도입니다.

 

만약 내가 힘든 상황이라면

법문을 참고해서 내가 이렇게 마음을 가지면 되겠구나하고

내가 자유로워지는 방향을 찾으면 될 일입니다.

그게 잘 안 되면 연습 부족이구나하고 연습을 계속해야지

묻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말 모르겠거나 연습해도 잘 안될 때,

스님에게 질문을 해서 도움을 얻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자꾸 정답 찾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무유정법(無有定法)’입니다.

정해진 법이 없다는 관점이 딱 서야 합니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서 정답 찾기를 하게 되면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하는 생각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중도를 벗어난 관점입니다.

그래도 질문자가 굳이 질문을 하니까 답한다면,

질문자는 지금 수행적 관점을 놓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밥을 굶었다면 밥을 먹어야 하고

입을 옷이 없다면 헌 옷이라도 주워 입어야 하고

살 집이 없다면 남의 집 처마 밑에서라도 자야 합니다.

이렇게 삶에 필요한 의식주 세 가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의식주에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지구상에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아이들도 있는데

질문자는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된다는 이유로 주변을 문제 삼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세상은 원래 내가 원하는 만큼 될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1등 하기를 원하면

1등을 못 하는 아이가 큰 문제가 되는 겁니다.

 

남편이 직장에 잘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찍 들어오기를 원하면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큰 문제가 되는 거예요.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는 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내가 바라는 만큼 공부를 잘해야 하고

남편은 나만 위해 주어야 하고

시댁은 늘 나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데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불만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시댁하고 안 봐야겠다든지, 남편하고 같이 못 살겠다든지,

이런 식으로 이혼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정말 아이들 때문에 이혼을 못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이혼하려니까 질문자가 생활하는 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 핑계를 대고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이혼을 미룬다고 말하는 겁니다.

 

남편도 자기 인생이 있는데,

모든 걸 다 나한테 맞추어 달라고 요구하면 어떡해요?

질문자에게는 시어머니이고 시누이지만,

남편에게는 자신의 엄마이고 자기 형제입니다.

 

부인과 아이들은 내 쪽 사람이니까

자연적으로 무슨 갈등이 생기면

당신이 참아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남편이 그렇게 말하는 게 시댁을 편드는 게 아니에요.

 

형제로서 여동생이나 누나가 어렵다고 하면 도와줄 수가 있잖아요.

아들로서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하잖아요.

질문자도 자기 아이가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좋잖아요.

남편은 내 남편만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아들이란 말이에요.

아들이라면 어느 정도 엄마의 말을 들어야 하잖아요.

남편이 당장 시댁에 돈을 다 줘버렸다면 문제를 제기할 만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내가 도와줘서 잘 크고 있듯이

남편이 크는 데는 시댁에서 많은 도움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시댁에 남편의 수입 중에 일부를 나눠줘야 하고

내 시간 중에 일부를 시댁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남편이 시댁의 편을 든다고

아예 그냥 시댁에 가서 살아라.’ 하잖아요.

 

질문자의 행동은 마치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남북의 평화를 호소하는 사람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자고 하면

친일 세력이라고 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친중 세력이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이런 식으로 그냥 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멋대로 규정해서 배척하는데

이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이렇게 상대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쟁이 계속 일어나는 거예요.

 

질문자도 남편을 가만히 살펴보고 이해를 한번 해보세요.

남편이 특별한 게 아닙니다.

남편은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오빠가 동생을 외면하면 밖에서 다 욕하잖아요?

동생이 누나를 외면하면 다 욕하잖아요?

아들이 부모를 외면하면 다 욕하잖아요?

 

질문자에게는 내 부모도 아니고 내 형제도 아니니까

나하고 결혼하고 왜 자꾸 시댁에 신경 쓰냐?’ 하고 반발하지만,

남편에게는 그들이 자기 형제들이고 자기 가족입니다.

결혼해서 살려면

상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남편이 하는 대로 어느 정도 놔둬야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관점이 잘 안 바뀌는 이유는

질문자가 우울증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바꾸려고 해도 안 된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첫째, 본인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신질환이 있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상대방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편안해져요.

남편이나 시어머니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내가 편안해지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도 생깁니다.

이렇게 해서 살만해지면 계속 살아도 됩니다.

그러니 우선 나를 먼저 치료하세요.

 

세월이 흘러서 아이들이 다 크고 난 뒤에도

이런 결혼생활은 그만두는 게 낫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 살아도 됩니다.

한번 결혼하면 반드시 끝까지 살아야 한다거나,

힘들면 반드시 이혼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정해진 법이 없어요.

언제든 자기가 못 살겠으면 그만 살면 됩니다.

 

이혼하기로 했다면

아이들은 누가 양육할 것인지

양육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복잡한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두고, 재산도 두고, 몸만 싹 빠져나오겠다고 하면

이혼하는 게 간단합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집을 나오면 됩니다.

 

남편에게

여보, 나는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어.

애들은 당신이 키우고 나는 갈게하고 나오면 됩니다.

 

그런데 집이나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재산 분할이나 양육권 분쟁까지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많이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망설이는 거예요.

질문자는 재산과 양육권을 포기하지 못할 테니까요.

재산과 양육권을 포기하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일이라도 집을 나오면 끝이에요.

그러나 이혼하면서 이익을 챙기려고 하면

남편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서로 싸우는 동안

아이들이 많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아이들이 스무 살이 넘어서 성인이 되면

부모가 서로 싸우더라도 상처를 덜 받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살아보라고 말하는 거예요.

아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이렇게 생각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이라도 이혼을 결정하고 집을 나가버리면 됩니다.

 

그게 어렵다면,

-첫째,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합니다.

-둘째, 나부터 우선 살아야 하니까

이혼은 못 할망정 더 이상 남편과 시댁 식구들 사이에

간섭하지 않아야 합니다.

 

밥 먹으면 됐고, 옷 입으면 됐고, 잠자면 됐다.

아이가 안 아프면 됐다.

그 외에 일들은 어떻게 하든지 남편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혼은 아이들이 다 큰 뒤에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됩니다.

같이 살 만하면 계속 살고,

영 못 살겠으면 그때 헤어지면 됩니다.

미리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도저히 못 살겠다면 몸만 나가세요.

이렇게 생각하면 내일 나가도 괜찮아요.

몸만 나갈 생각이 아니라면 일이 굉장히 복잡해집니다.

 

앞으로 5년이든 10년이든 같이 살려면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