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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 우리 곁에 있었던 빅뱅의 흔적...

Buddhastudy 2024. 1. 16. 19:47

 

 

때는 1964년 보이지 않는 무엇과 싸우고 있던 두 남자가 있었다.

아노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

그들은 벨 전화 연구소에 있던 안테나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고금 분투하고 있었다.

그 잡음을 없애기 위해 무려 1년 동안 회로를 다시 짓고

심지어 안테나를 다시 만들어 보고

애꿎은 비둘기들을 모두 쫓아내고

둥지를 치우고 새똥까지 닦아 냈지만

그 알 수 없는 소리는 변함없이 일정하게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프린스턴대학의 한 천문학자에게 전화해

이 문제에 대해 설명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노벨상을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들이 들었던 건 그저 단순한 잡음이 아닌

빅뱅과 함께 우주가 생성될 때 처음으로 만들어진 태초의 빛이었다.

 

138억 년 전 출발한 이 빛은

그동안 끊임없이 팽창해 온 우주의 공간 덕분에

늘어날 대로 늘어나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희미한 빛이 되어 있었고

온도는 2.7K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온도보다 270도 더 낮은

마이크로파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태초의 빛

그러니까 빅뱅의 흔적이

벨 연구소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인간이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하면

이렇게 된다

 

...

 

그런데 이 잡음은 사실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것이다.

안테나가 달린 아날로그 TV를 보던 그 시절

정규 방송이 끝나고 애국가가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빈 화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 화면이 정말 비어 있던가?

아님, 그 화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 되던가?

 

더 이상 방송이 나오지 않는 TV의 안테나가 잡은 그 신호 중 일부가

바로 빅뱅이 터질 때 만들어졌던 우주 태초의 빛이었다.

우리는 이걸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른다

빅뱅의 흔적을 우린 TV 속에서 매일 봐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태초의 빛은 너무 균일했다.

너무 균일해서 애초의 우주가 만들어질 수 없을 정도였다.

초창기 우주의 에너지가 그렇게 균일했다면

우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균일한 에너지는 중력의 값을 0으로 만들고

우주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서로 뭉쳐지거나 작용하지 않아

별도 지구도 은하수도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1989년 성능 좋은 우주 망원경을 발사해

우주배경복사를 다시 관측했고

균일해 보였던 그 빛에

아주 작은 불균형이 있었다는게 관측된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이 태초의 빛을

이미지화하면 이렇게 되는데

이 빨간 지역은 파란 지역보다 온도가 약 1/1000 더 높다.

바로 이 작은 불균형 때문에

우리가 사는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이 불균형을 일으켰을까?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법칙 중에서도

정말 이상한 법칙이 있다.

이 세상엔 그 어떤 것도

위치와 운동량의 정확한 값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우주에 중력이 존재하고

빛의 속도가 30km/s로 고정되어 있다는 법칙처럼

이 또한 우주에 있는 하나의 법칙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에 진공 상태가 없다고 말한다.

진공 상태가 되려면 에너지가 0이 되어야 하는데

위치의 불확정성을 줄이면

운동량의 불확정성이 증가하고

운동량의 불확정성을 줄이면

위치의 불확정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진공상태에서도 에너지가 0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텅 비어 보이는 우주의 그 어떤 공간도

사실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에너지의 물결이라는 것이다..

 

이 믿기지 않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물리학자 카시미르는 1948년 재미있는 실험을 제안한다.

물속에 납작한 금속판 2개를 평행하게 놓는다.

물속에 에너지가 없어 물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두 판은 당연히 처음 놓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 전체에 에너지가 요동쳐 물결을 만든다면

판과 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물결은

판 바깥에서 발생하는 물결의 힘보다 작아서

두 금속판은 서로 맞닿게 된다.

 

이 똑같은 일이 요동치는 물속에서뿐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도 일어날 거라는 거다.

왜냐하면 그 진공은 입자의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에너지의 물결일 테니까.

 

그로부터 50여 년 후인 1997년 카시미르의 생각은 현실이 된다.

진공의 두 금속판을 평행하게 놓고

어떠한 힘도 가하지 않았는데

두 금속판은 마법처럼 스스로 달라붙었던 것이다.

 

우주는 입자와 반입자의 생성과 소멸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먼 우주뿐 아니라 그대의 눈 바로 앞까지

입자와 반입자의 생성과 소멸로 인한

에너지의 물결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우린 특별한 장비 없이는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빛은 망막에 도달하고

막막에 있는 시세포가 빛의 정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뇌로 전달하기까지 약 0.1초가 필요한데

어떠한 물체가 그보다 짧게 나타났다 사라진다면

우린 그걸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의 눈이

0.0000000000...1초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지금 그대 앞에 보이는 세상은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있는 이런 세상이 아닌

이런 세상일 것이다.

 

태초에 우주의 불균형을 만들어

우주의 모든 것을 탄생하게 한 그 원인 또한

바로 이 진공 속에 있었던 양자의 요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양자의 요동이야 말로

지금의 이 우주를 잊게 한 창조주 아닐까?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가 세상을 0.1초의 속도로 밖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빛의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이란 작은 영역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세상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세상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우리 생명체는

기계가 감지하는 여러 이상 신호를 보며 질문한다.

아빠, 이거 뭐야?’

아 그거 태초의 빛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