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일곱 살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말문을 닫습니다. (2024.04.06.)

Buddhastudy 2024. 4. 15. 18:35

 

 

올해 일곱 살 된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말이 빠른 편이었는데 유치원에만 가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이나 학원에만 가면 말을 하지 않아서

그곳 친구들과 따로 만나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따로 만나면 아이가 말을 해서

친구들도 놀라워했고 저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유치원에 가면 말문을 닫았습니다.

아동 발달 센터에 가서 상담도 해보았는데

아이가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은 성향이며

선택적 함구증이 있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집에서는 제일 목소리가 크고 똑똑한 아이인데

유치원에서만 말을 하지 않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혹시 고질병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갑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까요?//

 

 

우선 전문가의 의견대로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가 말을 전혀 못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말문이 막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얘기하던 중에 누가 야단치거나

아니면 강압적으로 말을 못 하게 하면서 생긴 상처 같습니다.

 

편안하면 말을 하고, 약간 긴장하면 말문이 막힐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말이 없는데

술 먹고 취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심리적 억압으로 인해서

말문이 좀 막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첫째, 아동 심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치료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조급하게 서두르면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다시 말문을 닫게 만듭니다.

너는 3개월이나 치료를 받았는데도 아직 그러니?’

이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는 스스로 조금씩 말문을 열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종의 트라우마 같아요.

그래서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아이를 너무 걱정하거나 독촉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래,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면 된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말해주면서 격려하는 게 좋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웅변대회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웅변대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지금 아이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이 안 나오는 거거든요.

이것도 의사와 상의하면서 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아동 심리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엄마가 걱정이 많으면 자꾸 조급해집니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을 먹으면

아이는 더 긴장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가 유치원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고 좀 더 지켜보면서 기다려 주는 게 좋습니다.

 

말을 전혀 못 한다면 장애라고 하겠지만

본인이 말을 하고 싶을 때는 실컷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 주어도 괜찮습니다.

 

...

 

아이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말문이 막히는 것을

자꾸 나쁘게 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 할 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아이가 너무 재잘거리면 오히려 귀찮습니다.

 

우리 아이는 말이 별로 없어서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엄마, 나는 내가 너무 말을 안 해서 걱정이야하고 걱정하면

아니야, 말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란다.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그건 네 자유야

이렇게 격려해 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검진과 치료를 받으시고요.

 

치료를 받을 때는

바로 효과가 나든 안 나든 꾸준히 받는 게 좋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효과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꾸준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효과가 당장 나타나길 바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치료에 진척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아이가 말을 못하면 효과가 없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치료를 받던 중에 아이가 말을 하면

, 효과가 있네!’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전 치료 과정에서 진척이 있다가 다른 치료로 바꾸었을 때

그 효과가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드러난 효과만 보고

이 치료가 효과가 있네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어떤 약을 꾸준히 먹었어요.

그런데 효과가 없어서 다른 약으로 바꿨는데

바로 효과가 났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 원인이 원래 먹어 온 약 때문인지

아니면 새 약 때문인지 알 수 없잖아요?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너무 단정 짓지 말고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는 외부의 어떤 압박으로 긴장을 한 것입니다.

엄마가 자꾸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항상 격려를 해주면서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면

아이의 긴장이 풀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