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0.31(수) '진나라 천하통일의 비기'

Buddhastudy 2018. 11. 1. 19:29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00여 년 전 전국시대 7웅이 천하를 두고 다투던 시절에 진나라에는 천하무적의 비기가 존재했습니다.

 

석궁.

멀게는 700~800m를 날아간다 하고, 훈련받지 않은 병사라 하더라도 갑옷 입은 장수를 무찌를 수 있었다 하니

진시황의 천하통일의 비기 중의 하나는 바로 석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석궁은 이후에 중세시대 유럽으로 전파돼서 전쟁에 널리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그 잔혹성 때문에 석궁에 대한 비판은 쏟아졌고, 12세기에 교황은

이단자를 처단할 때를 빼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석궁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칙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석궁이 새삼 논란이 되었던 것은 지난 2007, 이른바 *석궁테러 사건이었죠.

*석궁테러 사건(2007115)

재임용에서 탈락한 대학교수가

복직소송에서 패소하자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

 

하필 등장한 것이 낯선 과거의 무기였으니,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석궁을 들었던 교수는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정말로 석궁을 쏘았는가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사건은 영화로까지 제작됐습니다.

 

그리고 11년 만에, 이 섬찟한 느낌의 무기는 난데없는 장소에서 또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강압하여 석궁을 쏘게 하고 심지어 일본도를 휘둘러 닭을 내려치라 했다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건.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가해자의 엽기적인 모습도 논란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모든 만행을 감내해야 했을 피해자.

, 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석궁은 단지 닭을 향해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 생업이 걸린 사람들의 존엄을 향해서 발사 돼서 커다란 구멍을 남겼습니다.

 

첨단으로 진화하는 세상처럼 갑의 횡포 역시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참담하게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석궁.

한때 천하통일의 비기였으나 함부로 사람을 해하여 악마의 무기라 불리기도 했던 물건.

그리고 오늘의 석궁 또한 사람의 마음을 해하고, 무기를 쥔 그 자신 또한 해하고 있으니...

 

바야흐로 단풍은 아름답게 물들어 세상을 비경으로 만들어놓는데,

그 험한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은 스산하고 뒤숭숭한 2018년의 가을, 대한민국의 풍경.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