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9)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8(월) '한국에 가면 무슨 일을 당하냐면…'

Buddhastudy 2019. 1. 29. 19:27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붐비는 저녁 시간이라.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족히 200명은 넘었을 것이라 했습니다.

전철역 선로에 취객 1명이 떨어졌고 지나던 한 시민은 그를 구하고자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18년 전인 2001,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사망한 고 이수현 씨.

일본은 그가 한국인이어서 놀랐고,

한국은 그가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나

지배-피지배의 기억을 완전히 가릴 수가 없는 일이어서

그 시절과 무관한 세대라 해도 흔히 하는 말로 한일전에 목숨 걸고,

심지어 일본과 베트남 전을 목이 터져라 응원한 오묘한 심리...

한국과 일본의 관계란 그러했습니다.

 

 

위안부 논란과 강제징용 판결..

여기에 더해 일본 초계기의 근접비행 논란은 다시 한 번 그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지요.

 

한국처럼 상식을 벗어난 나라에 가면

일본인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나가오 다카시/ 일본 자민당 중의원 의원

 

얼마 전엔 한국에 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일본 정치인의 주장마저 나왔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평범한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꼬이는 외교, 풀리는 관광

최근에 전해드린 뉴스처럼 사람들은 오히려 한결같았지요.

 

엊그제 신오쿠보역에서 진행된 이수현 씨의 추모식에서도 고인의 어머니는 정치의 언어를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이 바라는 건 이게 아니었을 것...”

-고 이수현 씨 어머니, 201918기 추모식

 

한국에 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한국은 지금 법도 윤리도 도덕도 통하지 않는다면서 맹비난을 늘어놓았던 일본 중의원 의원...

그러나 그 아래에 달린 일본 시민들의 발랄한 댓글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에 가면 무슨 일을 당하냐면...

식당에 가면 먹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주더라.”

서툴게 길을 물었는데, 전부 안내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줬다.”

정말 한국에서 함부로 말을 걸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지요.”

 

정치와는 상관없이 시민은 이미 알고 있는 관계와 소통의 미학...

몇 년 전 아일랜드에서 만난 어느 택시운전사의 일화를 끝으로 소개해 드릴까합니다.

 

그날은 바다 건너 영국에 눈이 쏟아져 피해가 막심했던 날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주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국은 그래도 싸지...”

 

그에 비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격조가 있는가...

우리는 일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까지

일본에 재해 성금을 전해주었던 것이 바로 우리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