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9)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2.13(수) '그의 책상과 의자'

Buddhastudy 2019. 2. 14. 21:02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의 얘기는 실화입니다.

 

그는 소반 하나를 물려받았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어찌나 탐이 나던지 언젠가 물려받기를 내내 소원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물건이 절실했던 이유는 그곳이 감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공간...

그 소반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반을 물려준 사람은 다른 재소자였습니다.

 

1심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날, 이제 내일이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지 그는 선뜻 아끼던 그 물건을 내주었습니다.

받은 이는 남의 출소에 대한 부러움보다 소반을 물려받는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 감옥이란 그런 곳인가 봅니다.

 

 

수감 직후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는(박 대통령의)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

 

작심한 듯 허락받고 나왔다고 포문을 연 변호사의 전언은 그렇게 좀 의외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쏟아져 나온 얘기들...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 아니냐는 국민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

모시던 대통령의 수인 번호를 모르는 게 말이 되나

그가 수차례 면회를 신청했지만 대통령이 거절했다.”

 

배신한 자들에 대한 괘씸함을 곱씹은 그의 말에 지지층은 수런거렸습니다.

 

누가 진짜 친박인가...’

배박, 그러니까 배신자는 누구인가...’

 

1 야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 한복판에 또다시 던져진 배신의 프레임

그리고 누군가는 그 한 줌의 지지율을 모아내고자 감옥 밖에서 벌이는 혼돈의 현장...

 

감옥 안의 그는, 결국 정치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요,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감은 소멸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차라리 감옥 안에서 들려온 얘기가 그저 소박한 책상과 걸상 얘기로 끝났더라면...

 

앞서 전해드린 소반에 얽힌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소반을 물려준 사람은 안타깝게도 그 다음날 석방되지 못하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소반을 돌려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물려받은 사람 또한 가시방석이어서 하루 저녁을 꼬박 고민하다가 결국 그 소반을 돌려주었다는 이야기.

 

지극히 평범한 필부필부 간에 있었던 자그마한 양보의 소동...

소소한 회고담이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